정말 죽기 전에 한번은 보고싶습니다
우리 집 큰 놈 영규가 장가를 갔다. 지난 9월 20일이니 이제 며칠이 지났다. 그날 많은 하객들이 오셨지만 일일이 다 인사하지 못하고 그냥 바람 스치듯 지나간 것 같아 마음이 송구스럽다. 몇 몇 분들은 그날의 결혼 예식에 대하여 글도 써주시고 혹은 전화로 거듭 축하의 인사를 보내 왔다. 모두들 은혜스러운 결혼예식이라 했다. 참 감사하고 행복한 날이었다. 그런데 그날 내가 혼주로 인사를 하다가 '오늘은 한번 눈뜨고 보고 싶습니다.'했더니 그것이 그렇게 마음에 다가왔노라 하며 마음이 아파 눈물이 났다고도 했다. 정말 그날은 보고 싶었다. 내 아들 영규가 얼마나 자랑스럽게 잘 컸는지도 보고 싶고 내 며느리 영수가 얼마나 아름다운지도 보고 싶었다. 그리고 정말 보고 싶었던 것은 우리 몽골학교 건물이다. 지난 9개월 동안 얼마나 노심초사하며 지은 건물이던가. 단 하루도 편히 잠을 잘 수 없었다. 매일 밤 눈물을 흘리며 기도했고 그런 간절함과 절박함으로 건물을 지었다. 그런 몽골학교 건물에서 내 아이를 결혼시키는 날이었으니 정말 보고 싶었다. 지난 2월 돌아가신 아버지 장로님 생각도 났다. 돌아가시는 날까지 몽골학교 건축을 위하여 기도해 주신 아버지다. 그런데 아버지 장로님은 몽골학교 건물도, 사랑스러운 손자의 결혼식도 보지 못하시고 그렇게 가셨다. 아버지 장로님을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난다. 아버지를 대신해서라도 보고 싶었다. 정말 간절히 보고 싶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갔고 또 하루를 산다. 오늘도 매일같이 학교에 출근하고 나는 일상의 삶을 산다. 내가 머무는 작은 방에서 나는 그렇게 보고 싶은 내 삶의 흔적들에 대하여 생각한다. 나의 사랑스럽고 자랑스러운 아이들 그리고 작은 학교이지만 결코 작지 않을 몽골학교를 상상하면서 나는 울다가 웃는다.
감사하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다. 정말 그렇다. 조금도 거짓 없이 고백할 수 있다. 이건 은혜로 만든 삶이다. 내 아이들도, 내가 그렇게 사랑하는 몽골학교도 온통 은혜로만 만들어진 은총의 열매들이다.
다만 하나 바라는 것이 있다. 그건 죽기 전에 꼭 한번 그렇게 만들어진 내 소중한 은총의 열매들을 눈뜨고 보고 싶은 것이다. 이것도 이루어질 것을 믿으며 나는 또 한 번의 기적을 꿈꾼다. 나는 이것도 믿는다. 반드시 볼 그날이 올 거라고 말이다. 그래서 오늘도 내겐 희망이다. 살아 내 눈으로 보고 싶은 것들을 보는 그날을 기다리며 그래서 오늘도 나는 치열하게 살아간다. 내 치열한 삶에 하늘이 감동해서라도 내 눈을 보게 하실 것이라 믿으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