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와 세계화를 논하는 것은 이제 더 이상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그만큼 우리 사회 곳곳에 이주민들이 살고 있다는 말이다. 외국인 노동자는 물론이고 다문화 가정과 유학생 그리고 북한이탈 주민과 같은 난민 등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우리에게 어떤 존재들인가에 대한 물음은 아직 생소하고 미약하다. 그 물음중 하나가 우리 군대에 들어오기 시작한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에 대한 것이다.
주간경향 2014년 6월 10일자 '이제 우리 군에 다문화 병사들이 몰려온다.' 기사를 보자.
< 군은 이미 다문화 가정 출신 군 간부까지 배출했다. 육군에서는 다문화 가정 출신 부사관들이 복무 중이다.
군 당국이 밝히고 있는 ‘다문화 장병’의 범주는 외국인 귀화자, 북한 이탈주민 가정 출신 장병, 국외 영주권자 입영장병, 결혼 이민자 등이다. 1991년생까지는 인종, 피부색으로 외관상 명백한 혼혈인은 5급 제2국민역으로 군복무가 면제됐다. 그러다 한국 국적이면 모두가 병역의무를 지도록 2010년 병역법이 개정됐다. 2011년 이후에는 다문화 가정 자녀들의 군 입대가 속속 늘기 시작했다.
'10년 뒤면 ‘다문화 장병’ 1만명 전망'
다문화 가정 출신 입대장병은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200명대에 불과했지만 10년 뒤면 1만명 가까이 될 전망이다. 안전행정부 조사에 따르면 2012년 징병검사 대상자인 다문화 가정 출신 만 19세 남자는 1100여명이었다.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2019년에는 다문화 가정 출신 징병검사 대상이 3000여명, 2028년에는 다문화 가정 출신 현역병 수가 1만2000여명을 넘어설 것으로 국방부와 병무청은 추산하고 있다.
군 당국은 출산율 저하로 다문화 가정 출신자들을 병역의무에서 제외할 경우 2029년쯤이면 병력 자원이 3만명까지 부족해질 수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래서 국방부는 다문화 가정 출신 병사들을 귀중한 병력 자원으로 간주하는 정책을 펴게 됐다. 또 다문화 가정 출신이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것은 사회 통합 차원에서 당연하고도 자연스러운 일로 보고 있다. 향후 군은 다문화 가정 출신이 이슬람교를 포함한 소수 종교를 믿는 경우 종교활동의 여건을 보장하는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단일문화 공동체를 유지해 왔기 때문에 병사들끼리 문화적인 충돌이 일어날 일은 별로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장병들 간의 문화적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교육부가 현황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나라 다문화 학생 수는 5만 6000여명이 넘는다. 이 가운데 부모 한쪽 이상의 국적은 중국이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일본, 필리핀, 베트남, 태국, 몽골 순이었다. 이들이 성장해 군에 입대하게 되면 알게 모르게 문화적 차이를 드러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군 교육전문가들의 판단이다. >
특히 2014년 9월 23일자 언론보도에 의하면 우리나라 초중고 학생들 600만명 중 다문화가정에서 출생한 자녀들이 현재 약 6만 7천명에 이르러 전체 학생들 중 1%를 넘어섰다고도 한다. 이런 추세라면 곧 그 비율은 상대적으로 늘어날 것이 틀림없다. 또한 그 자녀들이 군에 입대한 시점에 이르면 그 숫자는 결코 가볍게 여길 수 없는 상황에 이를 것이 분명하다. 문제는 지금도 복잡하고 매우 힘든 지경에 있는 군선교 현장의 짐이 더 무거워질 것이라는 예감 때문이다.
첫 번째 문제는 다문화 가정의 종교적 스펙트럼이 기독교, 카톨릭, 불교 정도로 넘나들던 지금의 종교분포에서 이슬람까지도 포함한 다종교 시대로 급속히 바뀔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뿐만아니라 통일교의 다문화 결혼정책으로 들어온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이 군에 입대하고 있으니 이제는 기존 종교는 물론이고 이단종파까지 군에 들어오는 지경에 이른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군 내부의 병력 통합이 지금보다 훨씬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점이다. 지금도 우리 군은 대단히 복잡한 문제를 갖고 있다. 왕따 문화가 군내 총기 난사사건은 물론이고 자살과 같은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이제는 다문화 병사들이 군내부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을 계도하고 정신적으로 훈육하는 군종목사의 경우 다문화 병사들에 대한 교육과 이해가 반드시 필요하다.
다문화 병사들은 지금까지의 한국 청년들보다 상대적으로 상처가 많고 때로는 그 상처로 인하여 분노의 감정을 많이 갖고 살아 왔다. 우리 사회의 차별과 편견의 문화에 맞서 때로는 절망하며 살아야 했을 것이다. 그런 다문화 청년들이 군에 들어간다. 같은 또래의 병사들이 함께 살아야 하는 병영에서 그들은 갈등하고 충돌할 것이다. 때로는 그런 갈등이 왕따로 분노와 억제할 수 없는 폭발을 할 경우 문제는 생명을 담보하는 군에서 심각한 지경을 넘어 상상할 수도 없는 일들이 일어날 것이 불안하다. 군은 총기를 갖고 산다. 병사들에게 총은 적을 향한 무기이지만 때로는 같은 군 동료들을 살상할 수 있는 흉기가 된다.
우리 군에 다문화 가정의 자녀가 들어오는 것은 시대적 대세이다. 어느 누구도 막을 수 없고 막아설 수도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앞서의 이런 문제점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들이 우리 군과 선교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 군의 세계화전략에 다문화 가정의 청년들이 크게 기여할 수 있다.
그들의 부모는 적어도 아시아를 비롯해 전세계에서 온 사람들일게다. 미국, 일본, 베트남, 캄보디아, 몽골, 중앙아시아, 중국과 러시아 등 전세계의 매우 중요한 국가에서 온 이주자들이다. 또한 국제적으로는 다국적 평화 유지군과 같은 국제적 군 병력이 함께 나서야 하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
이렇게 우리군 내부의 다문화 병력들이 국제적 역할을 해야 하는 경우에 파병될 수 있다면 그리고 적절히 융합할 수 있다면 그 시너지는 클 것이 확실하다.
또한 군선교를 감당하는 군종목사들의 경우에는 타종교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 보다 적극적으로 선교활동을 한다면 그 효과는 예상보다 클 것이다. 군선교가 세계선교의 출발이 될 수도 있다. 특히 이슬람 출신의 부모로부터 받은 종교교육을 상쇄하며 오히려 기독교 복음 선교의 영향력을 극대화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통일교와 같은 이단종파를 출신배경으로 갖고 있는 병사들에게는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다문화에 대한 이해다. 다문화 가정과 그들의 삶의 이야기에 주목할 상황이 된 것이다.
군선교를 책임지고 있는 군종목사들은 이제부터 다문화 이주민에 대한 새로운 눈을 떠야 할 시점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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