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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근목사의노마드톡5 이 호잣 목사를 보내며


유해근 목사의 노마드 톡5
이 호잣 목사를 보내며

이 호잣 목사는 이란계 한국인이다. 이미 많이 알려져 있지만 그래도 아직 모르는 분들을  위해 다시 한 번 설명을 하면 다음과 같다. 그는 이란에서 온 무슬림이며 외국인 근로자로 한국에 찾아왔고 어느 날 기독교인으로 개종했으며 2004년에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종교난민의 지위를 얻었다. 그는 신학공부를 시작해 장신대 신학대학원을 졸업하였고 드디어 지난 2013년 10월 우리 교단 서울 노회에서 목사안수를 받았다.
그리고 이제 그는 터키로 떠난다. 터키 땅에 들어와 있는 이란인들을 선교하기 위함이다. 터키에는 200만 명에 육박하는 이란인들이 드나들고 있다. 터키와 이란은 국경을 마주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특히 이란사람들은 현재 그들이 겪고 있는 정치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하여 전세계로 흘러가는 중간 캠프로 터키 땅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이럴 즈음 우리가 호잣 목사를 터키로 보내는 것은 그가 이란인 선교, 나아가 이슬람 선교에 있어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환상과 비전이 있기 때문이다. 마치 바울 사도가 드로아에서 마케도니아 사람의 환상을 보고 마케도니아로 떠나 빌립보 교회 등을 세운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실제로 터키에서의 이란인 사역이야말로 정말 의미있고 효과적인 사역이 될  것임을 확신하고 있으니 그의 터키로의 역파송은 그야말로 한국교회 선교의 패러다임 전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제  6월 8일 주일에 우리는 그를 터키 땅으로 보내는 파송예배를 드리려 한다. 어느 날 호잣 목사가 내게 했던 말이 내 마음에서 떠나질 않는다. 이제 또다시 나그네가 되어야 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이제는 혼자가 아닌 가족을 데리고 떠나야 한다는 마음의 부담까지 그는 요즘 잠을 이루지 못할 것이다.
나 또한 호잣 목사를 보내는 것이 그리 좋은 것만은 아니다. 그를 보내려니 그와 함께 살았던 지난 시간들이 새삼 떠오른다. 섭섭하고 허전하고 때로는 눈물이 날 정도로 가슴이 아프다. 내가 그를 처음 만난 것은 그가 성수동 인쇄공장에서 일을 하던 때였다. 잘생긴 이란 사람이 우리 공동체를 찾아와 한국말을 배우고 성경공부를 하기 시작하려 했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일들이 우리에게 일어날 줄은 상상도 못하였다. 코란만을 알던 그가 성경을 읽고 공부를 시작한다는 말에 너무도 반가운 나는 그가 살던 군자동 옥탑 방을 찾아간 적도 있었다. 우리는 그날 저녁 삼겹살을 먹었고, 이렇게 맛있는 돼지고기를 왜 여태까지 먹지 못했냐며 크게 웃던 그의 모습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또 어느 날인가 지금은 그의 아내가 된 배은경 자매를 데리고 우리 집을 찾아와 결혼하겠다고 말하던 그의 수줍음과 단호한 모습 또한 생생하다. 그의 결혼 예배의 주례자가 되어 주례를 하던 날 나는 그의 고향에서 보내온 형제들의 축하 동영상을 보며 마음속으로 함께 울었던 기억도 있다. 뿐만 아니라 그가 목사 안수를 받던 날 나는 그의 머리에 손을 얹고 기도를 하며 속으로 얼마나 감사했던지! 목사안수를 끝내고 이내 그를 끌어안고 한참이나 울었다. 그 어려운 신학수업을 해온 날들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성경시험에 떨어졌다고 난감해 하던 그의 표정은 또 어떠했던가! 재시험을 보고 또다시 성경 통독을 하기 위해 어느 기도원인가를 가던 그의 모습. 돈이 없어 가난했던 그 시간들을 우리는 어떻게 살아왔는지... 그렇다! 우리는 그런 시간들을 함께 살며 울고 울었다.
미래에 대한 불안한 마음을 믿음으로 이겨야 한다며 말하는 내게도 고민은 있었다. 만약 나라면 호잣처럼 살 수 있었을까를 고민하면서 말이다. 때론 그를 몰아세우기도 했고 때로는 미안하고 아픈 마음을 숨기며 그의 갈 길을 제시하고 비전을 함께 나누기도 했었다.
이제 그는 떠나야하고 나는 그를 보내야 한다. 가고 오는 것이야 하늘의 뜻이겠지만 그럼에도 만나고 떠나는 그 길목은 허전하고 가슴이 아프다. 또 나그네로 살아야 하는 호잣트와 그의 가족에게 나는 죄인 같아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그러면서 스스로에게 약속한다. 나 또한 그에게로, 그가 살아야 하는 땅으로 언제든 떠날 준비를 하며 살겠노라고 말이다.  그가 먼저 가서 길 닦아 놓으면 나도 그의 길 따라 나그네 될 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언젠가 우리는 다시 그 길 위에서 만날 것이다. 어차피 길 위의 존재로 살아야 하는 우리에게 떠나고 헤어짐은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었던가! 먼저 떠나는 호잣과 그의 가족에게 하늘의 은총 넘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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