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몽골의 소수민족 중 하나인 브리야트족을 선교하시는 선교사님 부부가 찾아왔다. 선교사님은 동몽골에 있는 브리야트족을 위하여 성서번역 사역을 한다. 선교사님 부부는 한 자매와 동행하였는데 브리야트 출신이라고 하였다. 그 자매가 신학 공부를 하고 싶어한다며 내게 도움을 청하기 위하여 방문한 것이다. 그 자매는 처음 만났지만 매우 스마트하게 느껴졌고 한국말을 언제 배웠는지 내 말을 어느 정도 알아들었다.
동몽골 지역은 내가 매우 관심을 갖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탈북자들이 동몽골을 통해 들어오기 때문이다. 특히 그 지역은 우리 역사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던 곳이므로 나는 그 자매에게 평소 궁금해하던 것을 물으며 대화를 이어갔다. 장 선교사님이 브리야트족에 관심을 갖고 성서를 번역하고 있음은 잘 알고 있었지만 몽골 내에 브리야트족이 광범위하게 살고 있다는 얘기는 처음 들었다. 그리고 브리야트 출신의 자매를 만난 것도 처음이었다. 그 자매 말이 브리야트 사람들은 자신들의 조상이 부여국이었다고 말한다고 한다. 또 그 지역에 코리족이라는 우리의 원조격인 사람들이 살았던 흔적과 역사가 있다고 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그 자매와 함께 온 장 선교사님의 수양딸이 있었는데 그 아이가 속한 족속이 보르지긴이라는 것이다. 보르지긴은 테무진의 성이고 보르지긴 씨족의 리더는 바로 칭기즈칸의 아버지였다.
몽골족의 기원에는 발해의 유민설이 있는데 테무진은 발해의 시조 대조영의 후손이었을 것이라는 사실을 책에서 읽은 적이 있다. 그 후 나는 브리야트족이 발해 유민들의 후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몽골 역사와 우리의 역사를 이어보려는 억지 아닌 억지를 부려보곤 한다.
특히 재한몽골학교가 있는 이곳 아차산은 고구려의 산성이 있었던 곳으로 그 유명한 바보온달과 평강공주의 전설이 전해지는 곳이다. 바보온달은 실제로 브리야트 사람으로 고구려 장수가 되었기에 우리말을 잘하지 못하였다. 우리말을 잘 못하는 온달을 아이들은 바보라 불렀던 것이다.
그 이야기를 브리야트에서 온 자매에게 해 주었더니 자기네 사람들 중 온달이라는 성을 가진 이들이 많다며 내 이야기에 공감을 표했다. 놀라운 만남이다. 온달은 브리야트 사람들에게는 흔한 성씨였던 것이다. 그런 이야기를 나누며 그 자매에게 조금 더 관심이 생겼다. 신학 공부를 하려 한다면 장로회신학대학에서 하라고 말해 주었다. 장신대에서 신학을 하고 몽골로 돌아가 브리야트 성서번역은 물론이고 브리야트족 선교에 헌신하면 좋겠다고 이야기해 주었다. 물론 신학 공부 후 그다음 일은 하나님께서 하실 일이지만 나는 브리야트 사람 온달의 이야기를 다시 생각하며 우리 몽골학교에서 ‘아차산 온달 축제’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아차산 온달 축제’는 몽골축제이며 다문화 축제가 될 수 있다. 고구려 당시에도 우리나라에는 이렇듯 다양한 사람들이 들어와 살고 있었음이 놀랍고 흥미롭다. 아차산의 온달 이야기는 우리나라 역사에서 찾을 수 있는 다문화의 상징이며 역사의 재발견이다. 우리의 역사가 발해를 넘어 몽골과 중앙아시아로 이어지는 새로운 역사의 출발이다. 온달 축제로 새역사의 길을 찾고, 동해에서 지중해로 이어지는 선교 벨트의 역사적 명분을 찾아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