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가 어쩌다 이렇게 이념적으로 경도되었는지 안타깝기 그지없다. 본디 우리나라 사람들이 매우 정치적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교회마저 이념적이고 나아가 정치적이라는 사실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아마 해방 이후 해방공간에서 교회가 정치적인 교회로 변화된 것이 그 배경이 되었을 수도 있겠다. 교회가 정치적 교회로 탈바꿈하게 된 배경에는 북에서 내려온 교회와 교인들이 공산주의 세력에 의하여 탄압받은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일제 강점기에 신사참배 등 친일 부역의 교회 역사를 씻어내기 위하여 정치권력과 타협하였기 때문이다. 혼란스러운 해방공간에서 교회는 공산주의 세력의 탄압으로 만들어진 반공 이데올로기가 강화되었으며 동시에 일제 강점기의 친일 논란에 대하여 어떠하든 해명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 순간 그것은 정치적 선택으로 이어졌다. 이승만 정권의 탄생에 결정적 기여를 한 것이다. 특히 그가 교회 장로라는 사실이 교회의 입장에서는 매우 좋은 조건이었으며 이승만 정권은 반공 이념을 받아 정치적으로 활용했고 친일 부역의 허물을 덮어 주었다. 그렇게 흘러온 교회의 역사는 오늘날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교회를 이념적이고 정치적으로 바뀌게 하였다.
좌와 우라는 이념의 진영논리는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어디를 가든 좌파와 우파가 공존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만큼 특히 한국교회만큼이나 이념적인 교회는 없다. 이념은 아무것도 아니다. 그것들은 인간의 삶에 있어 결코 영원하지도 절대적이지도 않다. 그것은 모두 상대적 개념이고 언제든 파기할 수 있는 껍데기에 불과하다. 껍데기인 이념이 이렇게 강하게 교회를 지배하는 형국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 이념은 신앙이 아니라고 그렇게 주장해도 선거 때가 되면 어김없이 이념이 교회를 다시 권력의 시녀로 끌고 들어간다. 참으로 불행한 현실이다.
이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이고 나라보다 더 소중한 가치는 하나님 나라다. 그러니 이념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하나님 나라이다. 하나님 나라의 시민권자로 살아가기를 결단한 교회와 교인들이 왜 껍데기 이념에 종노릇 하려 하는지 안타까울 뿐이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는 자유다. 좌파든 우파든 그것이야말로 자유다. 어느 누구도 그것을 강요하거나 절대화할 수 없다. 그것은 오직 우리 자신의 양심과 신념에 의하여만 결정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선택은 어떤 것이든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우리는 독재를 거부할 뿐 그 외에 자유민주주의는 국민들의 집단지성으로 가장 현명한 선택을 한다는 것이 역사의 가르침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가장 좋은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인간으로 창조된 존재들이다.
문제는 교회와 목회자의 개입이다. 교회와 목회자는 정치적 지형에 더 이상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 교회가 또다시 정치적 선택에 개입하려 한다면 세상이 교회를 그대로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한국교회의 정치 이념화를 극복할 마지막 기회다. 우리에게 소중한 가치는 오직 하나님 나라다. 세상이 어떠하든 그것을 바라만 보라는 것은 아니다. 하나님의 정의와 공의에 합당한지를 냉정하게 판단하여야 함은 당연하다. 우리는 독재를 거부할 뿐 그 이상의 어떤 것이든 선택은 자유민주주의가 만든 현실임을 인정하여야 한다. 그리고 교회는 한발 물러나 하나님 나라 실현에 더욱 헌신하여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가야 할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