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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드톡90 아버지 장로님과 손자


아버지 장로님과 손자

나도 할아버지가 되었다. 손자가 태어난 것이다. 나이에 비해 조금 일찍 손자를 본 편이라 드러내 말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손자를 보니 참 좋다. 군목시절 낳은 큰 아이가 장가를 가서 그 아이를 통해 또 하나의 생명이 태어난 것이다. 
손자를 보러 병원에 가서 가장 속이 상한 것은 내 눈으로 직접 그 아이를 볼 수 없음이었다. 어떻게 생겼느냐고 누구를 닮았느냐고 물어보는 것이 그렇게나 속을 상하게 한다. 보고 싶었다. 정말 내 손자 녀석의 얼굴이랑 손가락이랑 무엇이든 내 삶의 또 다른 흔적을 보고 만지고 싶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나는 아무것도 볼 수 없다.
작년에 돌아가신 아버지 장로님이 생각난다. 아버지가 살아계셨더라면 정말 좋아하셨을 것을 생각하니 또 그렇게 눈물이 난다. 손자가 태어나 좋은 날 아버지가 생각나고 눈으로 볼 수 없음으로 속이 상하고 나는 그렇게 손자 녀석과 조우한다.
인생이란 이렇게 가고 옴이 반복되는 것이라 생각하니 내 가는 날 또한 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아들이 태어날 때보다도 손자가 태어나던 날이 더 설레는 것은 아마 나도 그렇게 늙어가는 징조가 아닐까 싶다. 아들이 태어날 때는 철없이 그냥 좋기만 하더니 손자가 태어나던 날은 이것저것 생각이 많아진다. 내 아들이 태어나던 날, 내 아버지 장로님도 그렇게 설레셨을 것이라 생각하니 아버지 장로님에게 손자를 보여드리지 못하는 것이 마음 아프다. 
아버지 장로님은 나에게, 나는 내 아들에게, 다시 그 아들은 또 자신의 아들로 이어가는 연속성이 인생이고 역사일 게다. 앞으로 더 잘 살아가야겠다. 이제 철없는 할아버지 소리를 들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참 이상했다. 손자 녀석이 내 삶에 큰 도전을 준다. 우리 할아버지는 참 훌륭한 분이라는 이야기를 듣는 할아버지로 살아야 하는데...
이런저런 생각을 하니 마음이 무거워진다. 조심스럽고 책임감이 생기고 아들에게가 아니라 손자에게 비춰질 내 모습이 두렵기도 하다.
아버지 장로님에게 보여진 아들 목사의 모습, 내 아들에게 비춰지는 아버지 목사의 모습 그리고 이제는 내 손자 녀석에게 느껴질 할아버지의 모습이 그렇게나 다르다. 손자가 무서워진다. 정말 아버지에게보다 내 손자에게가 더욱 큰 책임감을 느끼게 한다. 멋진 할아버지로 살고 싶다. 그래서 내가 죽는 날 “우리 할아버지!”하며 내 영전에서 손자가 그토록 그리워하는 할아버지로 남고 싶다.       
아들에서 아버지로, 아버지에서 할아버지로 내 호칭이 달라지던 날, 나는 울고 웃고 혼자 그렇게 많은 생각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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