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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드톡33 평안하십니까?


평안하십니까?

' 평안하십니까?'라는 말은 몇 해 전 고려대학교의 한 학생이 대자보에 붙였던 제목이다. 정말 평안하시냐고 묻고 싶다. 오늘 아침 오랜만에 여주의 이 목사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이 목사는 감리교 목사다. 내가 군목시절 나와 함께 군종병으로 교회를 섬기던 그는 감신대를 졸업하고 목사가 되었다. 그는 오래전부터 경기도 여주에서 목회를 하고 있다. 평안하시냐는 의례적 물음을 몇 마디 주고받으며 정말 별 일 없느냐 물어 보았다. 목회가 그리 간단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오랜만의 전화 속에서 나는 이목사의 어려움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이목사가 먼저 내게 안부를 물었다. 지난 해 아버지 장로님 소천 소식과 아들 영규의 결혼 그리고 몽골학교의 건축 등 참 수고가 많았다며 위로를 한다. 고맙다. 사실 필자가 군목시절  큰 아이 영규가 태어났으니 이 목사는 누구보다 우리아이를 잘 알고 있다. 나는 답한다. 그만큼 이목사와 나도 나이를 먹어가고 있다고 말이다.
그리고는 이 목사에게는 별일이 없느냐고 묻는다. 그랬더니 의외의 답이 들려온다. 요즘은 경기도 이천의 도시락 공장에 밤마다 나가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녁 9시부터 아침 6시까지 밤새 일을 한다고 한다. 작은 시골교회에서 목회를 하다 보니 아이들 교육은 물론 생활도 어려운 까닭이란다.
교인이 늘어났느냐 물으니 요즘 교인이 늘어나는 교회가 어디 있느냐고 되묻는다. 자조 섞인 말이다. 한숨만이 흘러 나오게 한다. 그의 말이 맞다. 요즘 교회가 성장한다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인지도 모른다. 새신자는 없고 헌신자는 모두 대형교회로 몰려가는 세태이니 개척교회, 농촌교회 막론하고 교회의 위기다. 아니 목회의 위기이고 목사들의 위기이다.
큰 교회는 아직 그 어려움을 모르는 것인지 모르는 척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내가 알고 있는 작은 교회를 목회하는 이들은 이제 이중 직업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목사들의 이중직 문제는 이제 본격적으로 논의가 되어야 한다. 적어도 가난한 목회자들에게 이중직은 당연한 것이다. 여주의 이 목사처럼 말이다. 밤새 일하고 아침에 돌아가는 그의 뒷모습이 가슴 아프다. 목사답게 살아보려고 그렇게나 애쓰던 사람인데...  이 일은 과연 누구의 잘못인가? 단지 이렇게 생존현장으로 몰려가야 하는 이 목사 자신의 책임인가? 그가 목회를 잘못했으므로 밤새 일을 하고 살아야 하는 형편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가? 우리는 말할 자격이 없다.
오늘 한국교회의 양극화는 너무도 심각하다. 빈익빈 부익부의 현실이 우리 사회뿐아니라 교회 안에도 똑같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교회들의 그런 양극화 편중 현상을 보시고 하나님의 심정은 어떠실까? 가난한 목사들이 생존하기 위하여 노동자가 되어야 하는 이 현실을 보시고 주님은 좋아하실까?
왜 교인의 독점이 허용되고 헌금의 독점이 가능해지는지 정말 모르겠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인간적 조작이다. 자본주의 법칙의 조작이다. 하늘의 뜻이 아니라 인간들의 조작인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 현실을 어느 누구도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안다. 이 목사는 내가 아는 목사들 중 가장 실력 있고 정의로우며 그래서 편법이니 꼼수목회니 하는 그런 목회에는 정통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그래서일까? 그는 도시락 공장 노동자가 되어야 했다. '이 목사! 힘내시오. 당신 같은 목사가 있어 나는 기분이 좋소. 비록 돈 없고 힘없고 교인 없어 밤을 세며 일을 하여야 하지만 힘내시오' 그는 힘없이 전화를 끊었다. 새해 안식기간이 주어지면 꼭 한번 찾아가야겠다. 그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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