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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드톡 30 아버지와 나 그리고 내 아들


아버지와 나 그리고 내 아들

인생에는 슬픔만 그렇다고 기쁨만 있는 것도 아니다. 살다보면 슬픔도 기쁨도 함께 공존한다. 올해는 정말 그랬다. 좋은 일도 슬픈 일도 나와 함께 했기 때문이다. 올해 2월 24일 아버지 장로님이 소천하셨다. 내가 가장 사랑하고 존경하던 아버지다. 강건하셨던 아버지 장로님의 갑작스러운 소천은 정말 충격이었다. 어떻게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아프고 슬프다. 어느 누구도 인정하지 않는 유목민 목회였지만 아버지 장로님만은 내 든든한 후원자였고 따뜻한 동역자였다. 아버지 장로님은 마지막 떠나시기 직전 내게 유언처럼 말씀하셨다.
"잘될 거다. 더 크게 될 거다."
그렇게 마지막 한마디를 내 가슴에 묻어주시고는 홀연히 떠나셨다. 지금도 그분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지고 눈물이 난다. 그만큼 아버지는 내게 소중한 분이셨다.
그러나 슬픔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9월 20일에는 큰아이가 결혼을 했으니 경사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내게서 아버지는 떠나가셨고 나는 새롭게 며느리를 맞아들였다. 아버지와 나 그리고 내 아들의 관계는 세월 따라 이렇게 이어지고 있었다. 나도 언젠가는 아버지처럼 떠날 것이고 내 아들은 내 떠남에 안타까워할 것이다. 다만 남는 것은 흔적이다.
떠나간 아버지의 자리만이 흔적으로 남을 뿐이다. 나는 아버지의 재산도 아버지의 그 어떤 세상적인 능력도 아닌 그저 내가 가장 존경하고 사랑했던 그 아름다운 흔적을 그리워하고 추억할 뿐이다. 아버지 장로님은 아름다운 분이셨다. 배운 것도 세상사람들이 말하는 능력도 부족한 분이었지만 그럼에도 아버지는 언제나 치열했고 의미있는 삶을 꿈꾸셨던 분이다. 아버지는 정의에 대하여 배운 것이 없었지만 누구보다 정의로움을 몸으로 살고자 노력하셨다. 시골 농부로 사셨던 아버지에게 세상은 부조리했고 약자들이 하찮게 대우받는 것에 대하여 언제나 아파하셨다. 그래서 아버지의 두 아들인 나와 내 아우는 역사와 사회에 대하여 미약하나마 저항했고 또한 그렇게 사는 것이 옳다고 아버지에게서 배웠다. 그리고 나는 다시 내 아들에게 그 정의로움과 약자들에 대한 마음을 소중한 가치로 삼아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그래야 하나님의 나라가 완성되어진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가장 힘든 나그네 목회를 하게 되었을 때에 아무도 동의하지 않았지만 아버지는 동의하셨다. 그래서였을까 아버지는 농부였으므로 일 년 내내 채소를 키우고 그것으로 나그네와 우리 공동체를 먹이고자 하셨다. 아마 우리 공동체의 지체들은 아버지 장로님이 키운 배추며 오이와 호박을 먹은 기억을 할 것이다. 나는 그것으로 살았다. 그것이 내 삶에 대한 아버지의 사랑이었고 내가 만나는 나그네들에 대한 아버지의 정의로움이었다. 아버지는 말이 별로 없으셨다. 언제나 당신은 배운 것도 능력도 없으니 몸으로 도울 수밖에 없다고 하셨다. 아들이 조금이라도 누군가에게 인정받는 것 같으면 흐믓해 하셨다. 잔잔한 미소로 응원하시던 아버지의 모습을 나는 결코 잊을 수 없다.
아버지 장로님의 인생은 오직 내 목회와 삶에 집중되어 있었다. 내가 아프면 아버지도 아파하셨고 내가 행복해하면 아버지도 그렇게 좋아하셨다. 아버지는 나였고 나는 아버지의 인생이었다. 그런 아버지 장로님이 떠나신 것이다. 그리고 나는 또 내 아들을 결혼시키며 아버지를 생각했다. 과연 내가 아버지처럼 내 아들도 나를 추억하며 눈물을 흘릴까? 잘 살아야 한다. 적어도 내 아들에게 소중한 아버지였다고 인정받는 아버지로 살아야 한다. 그렇게만 살아도 성공한 인생이리라. 그래서 아버지 장로님은 성공하신 분이다. 나도 아버지처럼 정의롭고 비굴하지 않게 그리고 새롭게 살아야한다. 언제나 첫사랑과 치열함과 열정을 잊지않도록 노력하며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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