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 호잣트가 목사가 되다 > 노마드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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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슬림 호잣트가 목사가 되다


이란에서 온 무슬림 호잣트가 목사가 된다. 이 이야기를 하기도 전에 감격이 된다. 돌아보면 기적이다. 일어날 수없는 일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인간적으로는 무슨 말로도 설명하기 어렵다. 호잣트의 삶이란 한 인간에게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영역에 걸쳐진다.
그는 이란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였다. 한동안 불법체류자가 되어 숨어 살기에도 버거운 인생이었다. 하루하루의 삶은 얼마나 고단했을까. 성수동 인쇄공장에서 일을 하던 중 우연히 한국말을 배우기 위하여 우리 공동체를 찾아오게 되었다. 그것이 그의 인생을 바꾸는 시작이었음을 누가 알았을까. 그는 한국말이 필요했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불이익을 덜받기 때문이다. 그렇게 찾아온 교회의 문턱을 넘어서는 순간부터 그의 삶에는 엄청난 변화가 시작되었다. 무슬림으로 살아온 한 이란인 청년에게 기독교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한국말을 배우기 시작하면서부터 그에게는 또 다른 물음이 시작된다. 복음의 대한 물음이다. 과연 이슬람과 기독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에서부터 꾸란과 성서는 또 어떻게 다른가, 그리고 조금씩 복음 안에서 삶이 바뀌기 시작하였다. 그를 지배하던 이슬람의 문화와 습관들로부터 지금까지 그가 알고 있던 모든 고정관념과 선입관까지 모든 것에 엄청난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이다. 

그 바람은 성령이었다. 그를 붙잡고 변화시킨 것은 분명 성령의 바람이다.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것이었으니까. 그가 군자동 어느 허름한 옥탑방에서 성경을 공부하던 날, 나는 그의 집을 찾아갔었다. 늦은 저녁을 함께 먹으며 나는 그의 모습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잘생긴 외모다.  어눌하지만 한국말로 고백하는 그의 신앙고백은 내게 감동이었다. 그날 우리는 삼겹살을 먹었다. 무슬림이 돼지고기를 먹는 것에 대하여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무슬림에게 돼지고기는 금기이지만 그는 무척 맛이 있다며 더 주문하여 먹기도 했다. 음식은 종교와 무척 깊은 관계가 있다. 특히 무슬림들에게 돼지고기는 율법 그 자체이다. 돼지고기를 먹는다는 것은 곧 무슬림으로서의 규율을 파기하는 것이다. 그는 내 앞에서 삼겹살을 먹음으로 자신의 신앙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간접적으로 설명하고 싶어했다. 그는 삼겹살이 이렇게 맛있는지 몰랐다며 신이 나서 말하기도 했다. 그는 무슬림에서 기독교인으로 돌아서고 있었다.
신학공부를 하고 싶다고 했을 때에 나는 반신반의했었다. 과연 끝까지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기도 했었다. 중간에 포기할지도 모른다고도 생각했다. 낮에 일하고 밤에 신학을 공부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는 가히 짐작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서울장신을 졸업하고 다시 장로회신학대학에 입학할 때에는 정말 놀라운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직감했다. 

어느 날 그가 우리 공동체 배은경 자매와 사랑하고 있다며 결혼하고 싶다고 했을 때에 나는 그들의 결혼을 승낙했다. 내가 주례를 섰고 그날 나는 그들이 정말 행복한 부부로 살기를 기도했다. 종교 난민지위를 얻던 날은 또 어떠했던가! 2004년 12월 24일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가 난민지위를 얻었다며 좋아하던 그날을 나는 내 생일날처럼 잊지 못한다. 나도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장신대를 다니던 때, 그는 여러 번 성경시험에 떨어졌다. 이란 사람이 한국어 성경시험을 본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는 장신대 성경시험을 본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다. 아마 시험 문제를 출제한 사람도 그 자신이 수험생이 되어 시험을 보라고 한다면 그 시험에 낙방할 것이라고 농담을 하는 실정이니 말이다.
시험에 떨어지고 내게 찾아와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울상을 짓던 모습이 생생하다. 그러면 운전시험에 많이 떨어져본 사람이 운전을 잘하는 것과 같다고 위로를 해 주었었다.

장신대를 졸업하고 목사고시를 본다며 기도를 부탁했을 때에는 목사고시 한 번에 합격하는 것은 무리이니 차라리 몇 번 도전할 것을 각오하라며 마음을 안정시켜 준 기억도 난다. 예상대로 목사고시에 떨어졌다며 함께 웃던 그날도 기억난다. 떨어진 것도 합격하는 것도 사람의 뜻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이라고 말해 주었었다. 그리고 또다시 도전하여 합격했다며 내게 전화하던 그날 나는 마냥 감사하기만 했었다.

그랬던 그가 목사안수를 받게 되었다. 우리 교회에서는 청빙절차를 밟은 후 그를 터키 선교사로 역파송하기로 했다. 호잣트가 목사가 된다?
정말 웃음이 나다가 갑자기 눈물이 난다. 우리는 울어도 된다. 그와 나는 울어도 추하지 않다. 적어도 나와 호잣트는 울어도 그 눈물의 의미를 알고 울기에 우리의 눈물에 위선은 없다. 내가 그의 머리에 손을 얻고 목사안수를 할 때에 나의 느낌은 어떨까를 생각해 본다. 혹시 정말 펑펑 울게 되는 것은 아닐까.
나는 울지 말고 웃고 싶지만 혹시 울지도 모르겠다. 내 눈물을 용서할 호잣트다. 그렇게 좋은 날 왜 우느냐고 묻지도 말라. 그날 나는 눈물을 닦기 위해 반드시 손수건을 아내에게 부탁하고 강단에 올라가야 하리라.

나는 또 하나의 패러다임을 만들어간다. 이주민 목회의 열매들이 얼마나 감격스러운지를 말이다. 하나님은 예배당보다 사람이 더 좋다고 하신다. 하나님은 내 삶에 그런 의미있는 눈물을 쉼없이 흐르게 하시는 분이시다. 호잣트가 목사가 되는 날 그날은 정말 춤추고 싶은 날이다. 바보같이 살았지만 참 행복한 바보여서 좋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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