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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드 이야기

   
노마드톡432 나그네가 순례자 되어(1)

   선교는 나그네를 순례자로 살게 하는 것이다. 모세는 애급에서 430년 동안 나그네로 살아온 이스라엘 백성을 광야로 이끌어 내어 순례자로 만든 사람이다. 나그네와 순례자의 삶은 비슷한 것처럼 보이지만 질적으로 매우 다르다. 

나그네는 바로가 주는 대로 먹고 사는 삶이다. 그들은 바로가 시키는 대로 살아야 한다. 그들은 바로가 먹을 것을 비롯하여 안전하게 돌보아준다는 사실만으로 바로에게 모든 자유와 인권을 빼앗긴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그것이 바로의 지배 하에서 일어난 일이라는 사실조차 알지 못한다. 그들은 바로의 권력 밑에서 떨어지는 알량한 배급에 만족하며 안전하다고 믿는다. 바로와 함께 하는 안전한 삶은 당장의 생명을 연장시켜주며 현실 안주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관성을 갖는다. 그렇게 430년을 살아온 이스라엘 백성은 그 익숙함에 더 이상의 질문을 하지 않는다. 저항한다는 것은 생각조차도 할 수 없는 불경스런 일이다. 그것이야 말로 대단히 위험한 생각임을 그들은 직감적으로 깨닫는다. 그들에게 현실 너머의 새로운 피안은 상상할 수 없는 세상이다. 그들에게 미래는 존재할 수 없다. 자자손손 바로가 주는 대로 바로가 시키는 대로 사는 한 인간은 더 이상 저항할 힘을 잃는다. 바로가 곧 이념이 되는 까닭이다.

이념이 신앙을 대신할 때 우리의 삶엔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다.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고 현실 속에 안주하려는 이념이 미래의 가치와 새로운 세상에 대한 신앙을 받아들이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세상과 저 너머의 삶은 이제껏 누려온 익숙함을 내려놓아야 가능하다. 눈앞에 아른거리는 바로의 따뜻한 손길과 잔잔한 미소가 광야로 떠날 수 없게 그들의 발을 묶어 놓는다.

사람들은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 가장 안전하고 좋은 곳이라는 고정관념을 갖고 살아간다. 오랫동안 익숙한 궤도를 이탈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많이 가는 곳이 아닌 다른 곳으로 가는 것은 자칫 이단자로 찍힐 수 있으니 모두가 두려워한다.

내가 군목을 전역하고 유학대신 나그네 목회를 한다고 했을 때 모두가 미친놈이라 했다. 당장 아내를 비롯하여 가족들을 설득시키는 것이 내겐 큰 부담이었다. 가장으로서 불편하고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과연 나는 잘 선택한 것인가를 묻고 또 물었다. 급기야 눈이 안 보이는 장애인이 되었을 때에는 미칠 것 같은 분노로 밤을 새우고 절망감으로 죽고 싶을 만큼 힘이 들었다.

그때에 나를 살린 것은 무엇일까? 나그네 목회를 선택한 후 수많은 괴로움과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이 길을 가게 한 힘은 무엇이었을까? 눈이 보이지 않게 되었으면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게 한 용기는 어디서 나온 것일까?

나그네를 순례자 되게 하는 것이 선교라고 수없이 말하지만 정작 우리는 순례자의 삶을 살지 못한다. 당장의 익숙함과 결별하고 불편함과 마주한다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리라. 감사하게도 나는 나그네에서 광야의 순례자로 떠날 수 있는 은총을 받았으니 하늘의 은혜다. 나의 의지로 결단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나는 그럴만한 자신도 용기도 없는 사람이다. 나를 광야로 옮기신 분은 오직 주님 한분이시며 그분만이 나를 이곳에 있게 하셨다.

 

그런 의미에서 모세는 매우 특별한 사람이다. 그는 자신의 백성을 광야로 끌고 나온 사람이다. 바로 밑의 나그네였던 이스라엘 백성을 하나님나라를 향해 가는 순례자로 만든 사람이 바로 모세다. 모세는 바로와의 친근함을 떨쳐내고 광야의 불편함과 두려움을 하나씩 부수어가며 이스라엘 백성을 가나안 앞까지 인도한 사람이다. 한 두 해가 아니라 40년을 광야에서 순례자로 살아간다는 것은 인간적으로 상상하기 힘든 삶이다. 조금만 불편하고 힘이 들어도 곧바로 바로의 시대를 떠올리며 다시 돌아가려는 그 백성의 완악함을 설득하여 광야의 순례자로 살게 한 모세의 삶은 얼마나 위대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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