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나섬이야기
밖에는 바람이 붑니다. 바람소리를 들으며 코로나도 날리고 슬프고 아픈 소식들도 다 날려주시기를 기도합니다. 바람과 함께 제게 남아있는 찌꺼기들도 날려 보냅니다.
코로나가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맹목적인 낙관만은 아닙니다. 저는 지난 8월 초 실험적인 예배를 드리면서 그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신하였습니다. 한국과 터키 외에도 이란과 오스트리아, 스웨덴, 노르웨이, 아제르바이젠 등 전세계에 흩어져 살고 있는 이란 난민들이 zoom을 통하여 한곳에 모였습니다. 터키에 있는 O형제의 찬양인도로 예배가 시작되었고, 저의 설교를 터키의 호잣트 선교사가 이란말로 즉시 통역하였습니다. 전세계 곳곳에 흩어져있는 수 백 명의 페르시아인들이 함께 한 예배는 그대로 큰 감동이었습니다. 이렇게 전세계는 가까운 관계로 맺어지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동역자님 그리고 후원자님!
세상은 엄청난 속도로 바뀌고 있습니다. 코로나 이후의 세계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일 것입니다. 예전의 모든 것은 과거가 될 것입니다. 미래는 불확실하지만 지금과는 다른 세상이 펼쳐질 것만큼은 분명합니다. 교회와 선교, 그리고 학교도 변해야 합니다. 변하지 않으면 도태될 것입니다. 나섬은 새로운 교회를 상상하며 변화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몽골학교를 비롯한 모든 사역도 바뀌어야 합니다. 선교의 미래는 암담하지만 변화하면 쓰임 받을 수 있다고 믿기에 우리는 과감하게 변화를 받아들입니다. 나섬의 모든 사역은 내용과 형식에서 혁신적 파괴를 이루려 합니다. 현장중심의 사역에서 온라인 비대면 사역으로의 전환은 필수적입니다. 그래서 메타버스와 같은 새로운 플랫폼을 활용한 미래사역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보고싶은 후원자님!
몽골학교는 지난 8월 23일부터 새 학기가 시작되었습니다. 현재 몽골의 코로나 상황은 매우 위급하기에 몽골인들의 마음은 무척 무겁습니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의 표정도 예전 같지 않고 어두워 보입니다. 아이들의 웃고 떠드는 소리가 예전과 다르게 느껴집니다. 제 마음이 그런 것일까요?
몽골에서 가장 큰 축제는 7월에 열리는 나담(NADAM)입니다만, 개국 이래 처음으로 올해의 나담행사가 취소되었습니다. 역사상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몽골인들에게 나담은 전국민적으로 매우 중요한 축제이기에 나담의 취소로 몽골인들은 거의 맨붕 상태라고 합니다. 이에 우리 몽골문화원에서는 '희망나담'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온라인 나담을 준비하였습니다. 절망하는 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자는 취지입니다.
언제부터인지 점점 우울해지는 저 자신을 발견합니다. 홀로 불면의 밤을 지새다보면 갑자기 눈물이 나고 통곡하고 싶을 만큼 가슴이 아파옵니다. 며칠 전에는 천국에 가신 아버지 장로님이 너무도 보고 싶어 한참이나 울었습니다. 주변의 고통 받는 이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시려오고 찢어질 듯한 고통이 느껴집니다. 고통 받는 모든 이들을 위하여 기도해 주십시오. 나섬과 몽골학교 그리고 역파송 선교사들을 위해서도 기도해 주십시오. 특히 점점 약해져가는 저를 위하여 기도해 주십시오. 9월은 8월보다 나아지길 기대해봅니다. 9월은 더 행복하고 감사한 일들로 충만했으면 좋겠습니다. 언제나 후원자님께 감사합니다. 늘 주안에서 평안하십시오.
가을비 내리는 나섬에서 유해근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