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한국교회는 이렇게 허망하게 무너지는가 묻는다. 선교 135년 동안 한 번도 보지 못한 너무도 충격적인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이 즈음에 나는 여기까지가 한국교회의 날인가 싶어 무척이나 괴롭다.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신천지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감염되고 그곳에서부터 슈퍼 감염이 시작되었다는 보도가 있은 후부터 교회는 예배는커녕 단 한마디도 제대로 할 수 없는 무기력한 존재로 전락했다. 예배를 드리면 반사회적 집단으로 매도당할 수밖에 없는 이 지경을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는가?
신천지야 이단 사이비라는 인식이 상식으로 퍼져 있었으니 그들의 코로나 연루 사실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지만 기성 교회의 예배와 모든 공적 모임마저도 폐지해야 하는 현실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일제 강점기에도 예배는 드려졌으며, 해방이후 그 어떤 갈등이 있다할지라도 예배는 드렸다. 하물며 한국 전쟁 통에서도 예배는 포기할 수 없는 가장 중요한 원칙이며 가치였다. 광주민주화운동 중에도 예배는 존재했고 1987년 민주화 운동 때에도 교회는 오히려 민주와 운동의 거점이 되었었다.
신종플루와 사스, 메르스 감염으로 온 나라가 깊은 근심과 고통 속에 있을 때에도 예배를 드리지 말라는 말은 없었으며 그런 말을 하는 것은 금기가 아니라 상상조차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 코로나가 교회와 예배, 나아가 모든 신앙적 도그마를 빨아드리는 블랙홀이 되어 버렸다. 이제는 앞이 보이지 않는다. 앞으로 이런 감염 사태가 나타나면 모든 교회는 조용히 예배를 닫아야 한다. 교회의 존재 근거가 무너지는 것이다. 신천지를 심판하자는 것과 교회의 예배를 닫아버리라는 것은 무슨 차이가 있는가?
세상은 교회에 대하여 이렇게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너희들이 주범이니 문을 닫으라.'는 것이다. 우리가 신천지가 되었다. 우리 교회가 세상을 어지럽히는 죄인이 되어 버렸다. 우리는 예배와 교회의 문을 닫으라는 말에 한마디 저항도 못하고 문을 닫았다. 예배가 무엇이며 교회란 어떤 공동체인가? 우리 교회와 예배가 한 번도 상상하지 못한 코로나 앞에서 문을 닫는다. 감옥에서 순교할 것도 감수하고 신사참배도 거부하던 교회가 왜 여기서 예배를 닫아야 하는가 묻고 싶다. 왜 아무도 여기에 대하여 말을 하지 못하는가 말이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감염될 수 있으니 사회를 위하여 문을 닫는 것이 옳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백화점도 시장도 문을 닫는 것이 맞다. 예배를 코로나 때문에 닫아야 한다면 우리의 모든 사회생활과 공동체의 모든 행위는 닫아야 한다. 회사도 문을 닫고 공장도 문을 닫고 세상은 모든 것이 정지되어야 한다. 그런데 왜 예배에 대하여 그렇게 절대적 가치를 부여하던 교회는 한마디도 못하고 문을 닫는가? 무엇이 그렇게나 무섭고 예배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어 예배를 포기하여야 한단 말인가?
나는 세상이 예배를 닫으라 한다고 해서 세상에 대하여 저항하자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예배를 닫든 교회를 폐쇄하든 그것이 문제가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교회 자체다. 교회가 얼마나 허구적인 도그마를 선포하며 살아왔는가를 묻고자 하는 것이다. 우리 교회가 얼마나 세상에 대하여 영향력이 없었는가를 묻고 싶은 것이다. 목사들의 설교가 얼마나 무기력하며 도그마라는 허위의식 속에서 이루어졌는가를 의심하는 것이다.
교인들은 이제 교회의 허약함과 허무한 논리를 알아차렸다. 이제는 그들을 설득할 수 있는 그 어떤 도그마도 존재하지 않는다. 차라리 여기서 우리의 허약한 논리와 신학을 고백하자. 그래서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만들어 내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이전의 교회와 목회가 아닌 새로운 교회가 요구되고 있다.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는 우리의 선택이다. 예배를 닫는 것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사실이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교회의 존재근거는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 위에 새로운 교회를 세워야 한다. 과연 예배란 무엇인가에서부터 주일성수는 반드시 지켜야 할 가치인가 나아가 소수의 몇 사람들만의 일상적 모임도 교회일 수 있다는 새로운 교회의 모델에 대한 의미까지 모든 것에 문을 열고 고민하여야 한다. 뿐만아니라 온라인상의 사이버 교회도 교회일 수 있는가에 대한 논쟁은 더 이상 의미 없는 현실이 되었다. 우리는 너무도 자연스럽게 사이버 예배를 드리기 시작했으며 그것이 현실적 대안이라고 인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모든 교회에 대한 기본적인 의미와 방향성도 그리로 급속하게 옮겨갈 것이다. 건물이 교회가 아님은 확실하며 교회의 헌금으로 건물을 짓던 과거의 교회와 목회는 사라질 것이다.
예배는 교회에서만 드리는 것이 아니라 가정에서도 혹은 그들이 있는 작은 골방에서도 드려질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교회라는 조직은 더 이상 예배를 독점할 수 없다. 목회자의 설교와 교회의 권위는 과거의 틀에서부터 벗어나야 한다. 이것이 코로나 이후의 교회가 맞이할 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