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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드 이야기

   
노마드톡 294 터키에서 온 아픈 이야기

   나섬에서 터키에 역파송한 호잣트 선교사의 사역은 이란에서 나와 터키에 거주하고 있는 이란 난민들을 선교하는 일이다. 이란은 1979년 호메이니가 이끄는 이슬람 혁명으로 미국과 전쟁 아닌 전쟁을 시작했고 지금까지 40년이 넘도록 엄청난 경제적 어려움 속에 살아가고 있다. 이에 조금이라도 나은 삶을 꿈꾸는 이들이 이란을 탈출하여 난민으로 살아가고 있다. 터키는 이란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어 다수의 이란 난민들이 현재 터키에 머물고 있다. 호잣트 선교사는 바로 그들을 돕고 선교하는 중이다.

   그런데 코로나가 이란을 덮쳐 엄청난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 뿐만아니라 터키도 코로나 감염이 급속도로 이루어지고 있어 터키에서 일용직으로 살아가던 이란 난민들은 코로나 사태로 인해 갑자기 일자리를 잃어버리고 아무데도 갈 수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당장 끼니를 걱정하며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로 서서히 쓰러져 가고 있다는 그들의 소식을 호잣트 선교사를 통해 듣는 내내 가슴이 먹먹했다.

   난민으로 산다는 것은 무척 고통스러운 일이다. 몇 차례 호잣트 선교사의 사역지를 다녀온 나는 그들의 모습이 상상이 되었다. 일자리가 없으니 얼마나 힘들게 살고 있겠는가? 적은 임금이라도 받고 일할 수 있는 사람은 그나마 감사한 일이다. 지금의 코로나 사태는 터키의 이란인들에게 심각한 생존의 문제를 가져다주고 있다. 터키 사람들이야 자국 정부가 있고 합법적인 일자리를 갖고 살아갈 수 있으니 그래도 나은 편이다. 그러나 이란에서 온 난민들은 경우가 다르다. 그들은 하루하루가 고통스러운 위기다. 그들을 바라보는 호잣트의 마음은 얼마나 아플까? 매우 다급하고도 간절하게 도움을 요청하는 호잣트 선교사 부부의 소식을 듣고는 늦은 밤까지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단돈 오만원이면 한 가족이 두 주간을 지낼 수 있다고 한다. 최소한의 먹을 것이라도 가져다주고 싶다며 조심스레 이야기를 꺼내는 선교사의 말에 마음이 짠하다.

   우리도 아파보았고 먹을 것이 없어 배를 골아본 과거가 있다. 인간이 먹을 것이 없어 굶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면 이 얼마나 기막힌 일인가? 한창 자라날 아이들이 먹을 것이 없어 칭얼대는 소리를 들어야 하는 부모의 심정은 얼마나 힘들고 괴로울까? 어디를 가도 그들을 반겨줄 사람 하나 없음에 그들은 소외가 아니라 존재 자체의 절망을 느껴야 한다. 죽음보다 더 아프고 공포스러운 하루하루의 삶이 느껴진다.

   가난은 국가도 구제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이것은 가난을 넘어 생존의 문제다. 죽을 것인가 아니면 살아남을 것인가의 기로에 그들은 서 있다. 예수께서 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을 먹이셨다는 요한복음의 이적이 일어났으면 좋겠다. 하루 종일 호잣트 선교사의 이야기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고 맴돈다. 어떻게든 먹여야 할텐데 어떻게 할 것인가? 아이들은 무슨 죄를 지었단 말인가? 터키에서 만난 이란 아이들이 떠오른다. 그 아이들 중 소아마비로 제대로 걷지 못하던 작은 소녀아이가 생각난다. 작은 몸짓으로 찬양하던, 모든 교인들에게 사랑받던 그 아이가 떠오른다.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배가 고프다며 제 엄마의 가슴을 파고드는 아이의 모습이 떠오른다. 누가 이 기막힌 상황을 만든 것인가? 아무도 책임질 사람 없는 인생들이 흔들거리며 거리를 방황한다. 나는 지금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선교란 무엇이며 예수 믿는 삶이란 어떤 것인가? 힘들다! 이 자리가 힘들고 아프다. 아무 것도 할 수 없음에 나는 지쳐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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