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길이 끊겼다. 몽골로 들어가는 길도 베트남에서 나오는 길도 터키의 실크로드 마지막 종착지도 어느 날 코로나로 인하여 길이 끊겼다. 내가 그리로 가고 싶어도, 그곳의 사랑하는 사람들이 내게로 오고 싶어도 우리는 서로 만날 수 없게 되었다. 길이 끊기니 모든 것이 사라진 것처럼 캄캄하고 막막하다. 길이 끊긴 삶은 절망이며 고통이다. 길이 이렇게 소중한 것임을 이제야 알았다.
나섬은 성을 쌓는 공동체가 아니라 길을 만드는 공동체가 되고자 하였다. 그래서 길을 만들고 길 위의 삶을 살고 길 위의 선교를 하자고 했다. 그런데 지금 세상의 길이 모두 차단되었다. 특별히 하나님 나라 선교의 길이 모두 끊겨버렸다. 그나마 남은 길도 얼마 지나지 않아 끊길 것이 분명하다. 교회의 위기가 시작되었으므로 교회는 더 이상 선교에 전념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선교사들은 모두 돌아올 것이며 지금까지의 선교는 공든 탑이 무너지는 것처럼 허무한 결과로 돌아올 수도 있다.
성 쌓는 교회의 종말도 보게 될 것이다. 인간들이 제아무리 자신의 성 쌓기를 한다 해도 한 번에 날려버리시는 하나님의 뜻은 두렵다 못해 경이로울 지경이다. 침묵하시던 하나님은 한 번의 키질로 모든 것을 허무신다. 마치 바닷가에서 모래성을 쌓은 것들이 파도가 몰려오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듯 우리 인간의 어리석은 욕망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있다. 우리가 자랑하던 것들은 사실 아무 것도 아니었음이 드러났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가 교회의 문을 굳게 닫아버렸으며 선교의 열정과 헌신도 물거품처럼 날려버렸다.
코로나가 남길 것 중 하나가 탈세계화다. 세계화라는 거대한 물줄기가 끊어지는 것이다. 세계화는 곧 지구촌화이며 모든 세계가 하나의 길로 연결된 상태를 말한다. 그런데 이제 세계화가 단절되는 것이다. 길이 끊겨졌다는 의미는 그런 것이다.
이제 다시 길을 복원하여야한다. 그런데 문제는 과거의 길로는 더 이상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이다. 새로운 길이 필요하다. 새로운 길을 만들어야 한다. 어떻게 어디에 새로운 길을 만들 것인가?
나섬이 만들어야 하는 새로운 길은 어떤 길인가? 우리는 깊은 통찰과 고민으로 새로운 길을 만들어 가야 한다. 감사한 것은 나섬은 그동안 나그네를 선교하는 길과 역파송이라는 길을 개척해 놓았다는 것이다. 어쩌면 하나님은 나섬에게 선제적으로 코로나보다 앞서 새 길을 인도하셨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런 사역이 코로나 이후의 새로운 길에 대한 해답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