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 터키의 호잣트 선교사에게서 가슴 아픈 소식이 전해졌다. 터키의 이란 난민들이 일자리를 잃고, 밖에 나가지도 못하여 먹고 살 길이 막막해졌다는 내용이다. 그 후 며칠 동안 후원금을 모금하여 보내주었다. 어떻게 이렇게 빨리 후원금을 보냈느냐며 연신 감사를 표하는 호잣트에게 이런 일은 신속하게 이뤄져야 의미가 있는 것 아니냐고 답하였다.
그 후 나섬교회의 몇몇 성도들에게도 같은 취지로 작은 사랑을 나누었다. 기본적으로 70세 이상 되신 어르신들께 10만원씩 성의를 표했다. 그것이 그분들에게 그리 큰 도움이 될까 생각했지만 그럼에도 안하는 것보다는 낫겠다는 마음으로 우리의 성의를 표하였다. 아울러 나섬의 이주민 친구들 가운데 어려운 이들을 찾아 조금씩 나누었다. 베트남 다문화가정과 실직한 인도 친구들, 병원에 입원 중인 몽골 사람 등을 찾아가 더불어 나누었다. 몽골학교 재학생 중 어려운 형편에 처해있는 몽골가정에는 10kg 또는 20kg 씩 60여 세대에 쌀을 나누었다. 지난 한 주간 이렇게 나누고 나니 마음이 한결 편하다.
지금은 비상상황이다. 전세계가 코로나로 인하여 몸살을 앓고 있고 많은 이들이 죽어가고 있다. 어려운 사람들은 더욱 어려운 지경에 처해있다. 선교지는 물론이고 한국인들, 이주민 나그네들까지 온통 난리다. 실직자가 늘어나니 가난한 이주민들은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일자리를 잃는다. 생계가 어려울 정도로 생존의 위기 앞에 서 있다. 나섬과 몽골학교는 덩달아 위기다. 그러나 우리는 이 위기를 새로운 선교의 기회로 만들기로 작정했다. 그것은 진정한 나눔을 통해서다.
국가에서 긴급재난지원금을 나누어 주겠다 한다. 이런 저런 소식이 들리지만 결국 정부의 방침대로 나누기로 한 것이다. 여기서 잠시 교회와 국가의 사명이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국가는 국민을 위하여 존재하고, 교회는 하나님 나라의 국민들을 위하여 존재한다. 그렇다면 차이는 있겠지만 결국 두 집단은 자신들의 국민들을 위하여 존재한다는 점에서 일치한다. 교회가 할 일이란 어려운 상황 가운데 살아가는 하나님 나라의 국민들을 섬기고 돕는 것이리라.
지금은 교회의 곳간을 열어 가난한 이웃들과 나누는 것이 시대정신이다. 나섬도 한국교회도 가장 먼저 할 일은 나누고 더불어 사는 공동체로 돌아가는 것이다.
호잣트 선교사의 나눔 소식이 전해진 지 얼마 안 되어 인도의 판카즈 선교사도 어려운 이웃을 찾아가 나누는 사역을 시작했다는 소식을 전해주었다. 참 잘하는 일이다. 그렇게 나누다 보면 하나님이 채우실 것을 믿는다. 나누면 채워주시고 또 나누고... 그런 일들이 계속 이어지다보면 하나님 나라는 조금씩 완성되어 갈 것이다. 이것이 선교다.
어쩌면 나라보다 교회가 먼저 나서야 할 사역이 긴급재난지원사역이다. 한국교회 모두가 이일에 나선다면 한국교회의 위상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교회의 실추된 이미지를 쇄신할 절호의 기회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