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나는 웃었다. 그날 우리 총회가 얼마나 허접하고 비겁한지를 보고 정말 웃고 말았다. 지금까지 예장 통합의 목사라는 이름은, 비록 한국교회에 대한 비판과 손가락질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다르다는 자부심으로 넘겨버릴 수 있는 최소한의 버팀목이었다. 그것은 다른 교단과는 다른 그 어떤 자존감이었다. 우리 스스로 다르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었는지도 모르지만 이제 더 이상 그런 자존감은 사라졌다. 아니 모두 쓰레기통으로 가져다 버렸다. 아무 것도 남지 않았다. 더 이상의 희망도 기대도 모두 사라졌다. 이제는 더 깊은 고민만이 남았다. 어떻게 할 것인가? 이대로 끝났으니 포기하고 덩달아 춤추고 히히덕거려야 하나? 그 패들에게 다가가 덥석 손을 잡고 축하를 해주며 타협할 것인가?
내 고민은 딱 하나다. 우리 교회 부목사들의 법적 문제가 아니라면 당장 떠나는 것이다. 여전히 여기가 좋사오니 하며 남기를 소망하며 그 바램에 손들어 찬성해준 사람들이 많다하더라도 이미 내 생각은 한국교회에 더 큰 의미를 두지 않겠다. 이참에 아예 교회를 떠나는 것이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교회 장로님들의 생각이 나하고 다르다면 달리 방도가 없겠기 때문이다. 이대로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기를 결정하는 것이 어떨까 싶어 깊은 고민이 시작되었다. 마음은 편하다. 사실 고민이랄 것도 없다. 이미 예견된 결정이다. 나는 이미 그들이 이기고 우리 교단도 그들 편에 서서 손들어 줄 것이라 생각했다. 하나님의 진리니 정의니 하는 상투적인 말보다 돈과 권력의 힘이 더 강한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아니 교회가 이토록 자본의 힘을 따라가는 상황에서 어떻게 정의와 진리가 돈을 이긴단 말인가? 돈이 정의가 되었다. 권력화된 교회가 절대적이다. 그러니 헌법보다 위에 존립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것이 현실이고 오늘 한국교회의 민낯이다.
헌법도 의미 없다. 돈이면 헌법도 바꾸고, 권력을 위하여 우리는 토론도 반대할 권리도 없다. 그것이 오늘 우리 교회의 현실이다. 우리는 그렇게 역사에서 죄인이 되어간다. 역사가 우리를 무엇이라 기록할지 궁금하지만 나는 웃는다. 정말 웃기는 결정이지만 아직 끝난 것이 아니기에 역사를 믿고 다시 웃어넘긴다. 오늘 우리 교회는 이렇게 비겁하게 무너지고 말았지만, 그래서 돈이 교회를 지배하는 우상의 시대가 되었지만 나름 역사는 그렇게 그들이 이겼다고 기록하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이미 고민은 결론을 맺었다. 오래전부터 그렇게 이야기했으니 그 고민의 끝은 이미 결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몇몇의 친구들이 조금 기다려보잔다. 아직 끝난 것이 아니라고 위로를 하고 다시 힘차게 손을 잡자고도 한다. 연대의 손아귀에 힘이 들어가는 느낌이다.
정말 이렇게 쉽게 무너질 공동체였다면 하나님은 어디에 계시는가 물어야 한다. 돈이 오늘의 한국교회를 이길 수 있을지 모르지만 하나님까지 이길까? 헌법까지 잠재울 수는 있었어도 예수의 말씀까지 잠재울 수 있을까? 만약 그들이 정말 이긴다면 나는 교회를 떠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