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조금이라도 자신을 비판하거나 마음을 불편하게 하면 반대편 사람들을 향하여 흔히들 사단의 세력이라고 말한다. 사단의 세력이든 마귀의 새끼이든 그런 소리를 하는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자신들의 행동과 말에 대하여 스스로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파렴치한 사람들임을 알 수 있다. 최근 우리 사회를 소란스럽게 하는 한기총을 비롯하여 일부 보수 우익이라는 사람들의 행태는, 누가 적이고 아군인지를 알 수 없게 만드는 분열주의의 극치를 달리고 있다. 왜 교회의 목회자라는 사람들이 광장에 나가 이념의 종노릇을 하는지 딱하고 불쌍한 마음에 과연 누가 교회의 적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얼마든지 자신의 정치적 소신을 행사할 수 있다. 민주주의는 선거를 통하여 자유롭게 자신의 정치적이며 이념적인 편향성을 드러낼 수 있게 한다. 나도 내가 생각하는 정치적 소신을 선거를 통하여 표현한다. 그렇게 세상은 진보하고 발전한다. 우리 역사가 그렇고 하나님은 그렇게 세속권력을 통하여 일하고 계심을 믿는다. 그런데 투표로 이루어진 정당한 권력과 질서에 대하여 왜 교회의 일부 목회자들이 저리도 난리를 피우고, 이념적 편향성을 마치 절대적 신앙인 것처럼 호도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왜 저토록 난리 법석을 떨며 저주를 하는지 납득할 수 없고 참으로 안타깝고 불쌍한 마음마저 든다.
정당이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하여 군중을 동원하거나 집회를 한다면 얼마든지 찾아가 함께 구호를 외치고 소위 자신들의 요구에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집회와 요구가 교회의 이름으로 행해지고, 마치 한국교회 전체의 목소리며 전 교인의 입장인 것처럼 왜곡시키는 것에 대하여 나는 동의할 수 없다.
누가 교회의 적인가? 오늘날 한국교회를 멍들게 하고 교회의 선교적 지평을 제한하며 축소시키는 사람이 누구인가? 교회 안의 젊은이들과 진보적 가치를 소신으로 하는 사람들이 교회를 떠나고 있다. 이제 교회는 수구 꼴통 분파주의자들의 모임이라는 낙인을 찍게 만든 그들은 도대체 누구인가? 선거를 통하여 얼마든지 자신의 소신을 밝히고 드러낼 수 있건만 누가 저들에게 대표성을 주었다는 말인가? 나는 그들에게 내 소신과 정치적 입장을 대변해 달라고 요청한 적도 동의한 적도 없다.
교회도 민주주의 질서가 자리 잡고 다양성의 이념과 가치가 인정되어야 하는 공간이다. 그래야 교회가 세상 속에서 선교적 역할을 다하며 교회의 존재를 지속가능하게 만들어 준다. 그러나 저렇게 편향적 이념에 종노릇하는 사람들이 막무가내 식으로 행동하고 말하는 한 교회의 미래는 없다.
우리가 세상의 문제에 개입하려 한다면 그것은 정의와 인권 같은 거대담론에 대한 것이어야 한다. 우리는 정의를 압살하는 독재 권력과 인간의 기본적 인권을 착취하려는 세력들에 대하여 저항하고 비판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 광장에 나가는 일부 교인들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면 그것은 참으로 오해를 넘어 불행한 일이다. 그들이 과연 정의와 인권 때문에 광장에 나가 소리를 지르는 것인가? 진정 하나님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편들기를 하고 있는 것인가? 누구를 위하여 교회가 세상 권력과 이념의 한쪽 편에 서야 하는가? 과연 그것을 진리라고 말할 자신이 있는가?
아니다! 그것은 정의도 진리도 아니다. 그냥 그들의 이념이고 이념에 종노릇하는 것에 불과하다. 이념에 종노릇하지 말아야 그것이 진정한 자유다. 바울은 갈라디아서 5장 1절에서 율법에 종노릇하지 말라고 하였다. 지금 내가 우려하는 것은 율법도 아닌 이념에 종노릇하는 참으로 어리석은 행동에 대한 것이다. 그렇게 자신의 이념이 중요하다면 상대편의 이념도 중요하다. 그것이 다양성이다. 다양성을 제한하려는 모든 힘은 악이다. 그것이 사단이며 마귀의 장난이다. 하나님은 우리를 다양하게 창조하셨으며 우리는 그 다양성의 선물이다. 나도 그들도 다양하게 창조되었으며 그럼으로 우리는 이념이든 철학이든 내가 생각하고 바라보는 관점으로 행동하고 말할 자유가 있다. 그것이 신앙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다.
그들이 우파이고 싶다면 또 어떤 이는 좌파의 선택을 할 수도 있다. 왜 그것을 부정하고 저주하는가? 그들의 비판은 그들의 권리도 아니며 정당하지도 않다.
자신의 이념과 입장을 관철하고 싶다면 정치를 하거나 선거에서 자신의 편에게 표를 주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교회로 돌아와 조용히 기도하며 선교적 역할을 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다.
나는 저급한 저들의 편향성에 불편함을 넘어 저들이 교회의 적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교회의 선교적 역할을 망치는 저들이 교회의 적이 아니고 누구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