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학교와 나섬이 있는 아차산에는 고구려 산성이 있다. 고구려가 여기에 산성을 쌓은 이유는 한강을 놓고 백제와 신라가 팽팽하게 대결하였기 때문이다.
아차산에는 평강공주와 바보온달의 전설도 있는데 그 바보온달은 사실 브리야트 사람이었다. 브리야트는 지금의 몽골 사람과 같은 종족인데 온달은 브리야트 이주민이었으므로 우리 말을 못했고 그런 이유로 아이들은 그를 바보라 놀렸던 것이다.
몽골학교를 설립한 지 벌써 25년이 되었다. 1999년 8명의 몽골 아이들과 함께 시작한 학교가 300명이 넘는 학교로 성장하였다. 그동안 우리 학교를 졸업한 학생들도 많고 졸업생들은 여러 방면에서 매우 성공적인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몽골학교를 운영하고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면서 우리 아이들이 당했던 수많은 차별과 아픔은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니었다.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는 소리를 듣는 것은 일상일 정도다. 주변의 한국 학생들과 충돌하거나 그로 인해 우리 아이들이 겪는 수모와 모멸감을 내가 다 알지 못하지만 그들이 당하는 차별과 편견은 매우 아픈 기억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마치 온달이 바보라고 손가락질당하며 놀림당했던 고구려의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마침 아차산에서 살고 있는 내게 온달의 이야기는 우리 학교 아이들이 당하고 있는 아픔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이주민이 몰려온다. 인구절벽과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는 가운데 미래의 우리 사회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결국 이주민이 그 답일 수밖에 없음은 분명해 보인다. 이주민과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바보라고 놀리며 차별하는 사회에서는 이주민 나그네가 살 수 없다. 나그네가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뿌리를 내릴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교회가 그 책임의 전면에 서 있다. 교회가 앞장서 이주민 나그네와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나서길 바란다. 그것이 교회가 감당해야 할 선교적 사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