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이주민과 새로운 변화
저출산 초고령으로 우리 사회가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가임여성이 평생 출산하는 자녀가 약0.7명이라니 매우 충격적이다. 전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저출산 국가로 전락한 것이다. 여기에 2025년부터 65세 이상의 노령인구가 전체인구의 20%가 넘는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다는 보도는 우리 사회의 미래를 매우 불안하게 한다. 한마디로 저출산 초고령의 사회로 매우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추세는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며 경제활동 인구의 감소에 따라 우리의 미래를 매우 암울하게 한다. 뿐만아니라 현재 대학들은 벚꽃 피는 순서대로 문을 닫아야 한다는 소식을 들을 만큼 심각하다. 고등학교 졸업생보다 대학 입학 정원이 많다는 것은 대학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단서다. 경제활동 인구의 감소, 결혼 적령기의 농어촌 총각들과 도시빈민 등 결혼을 희망하는 남성들에게 결혼하려는 여성이 줄어들면서 자연스레 이주여성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거기에 대학들마저 입학생의 숫자가 감소함으로 유학생의 비중을 늘려야 하는 것이 필수가 되었다. 이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심각한 인구 절벽의 상황에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에 따른 이주민의 유입은 자연스러운 것이며 이런 경향을 반영하듯 정부는 머지않아 이민청 설립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변화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전세계가 현재 노마드 이주민의 시대를 살아간다. 유럽을 비롯한 전세계에 난민의 숫자가 증가하고, 새로운 기회를 찾아 미지의 땅을 찾아가는 이주노동자들이 늘어난다. 다문화 이주민들이 급속하게 늘어나는 것이다. 새로운 이주민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이 끝난 후 우리나라는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인식되었다. 전세계에서 찾아오는 이주민들이 늘어나고 국가의 숫자만으로도 200개국을 넘는다. 현재는 약 250만 명의 이주민들이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간다. 전체인구의 5%에 육박하는 진정 다문화 다민족 사회로 변화된 것이다.
이주노동자를 비롯하여 결혼 이민자, 유학생과 난민 등 다양한 이유로 들어오는 이주민의 숫자는 점차 늘어날 것이다. 특히 유학생의 증가는 대학의 미래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다.
나. 유학생과 선교
우리나라 최초의 유학생은 서재필, 이승만 같은 사람들이다. 서재필은 갑신정변을 일으킨 주동자 중 한 사람으로 정변 실패 후 미국으로 도망치듯 떠났으며 그 후 그는 미국에서 의학을 공부하고 돌아왔다. 미국의 후원자들은 그가 신학을 공부하기를 바랐지만 그는 그것을 거부하고 고국으로 돌아왔다. 그 후 독립협회와 독립신문을 만들었고 배재학당에서 영어를 가르치던 중 만난 사람이 당시 배재학당에서 공부를 하던 이승만이다. 이승만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후 그곳에서 윌슨이라는 당시 미국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인물을 만났으며 그는 후에 윌슨 대통령으로 민족자결주의를 주창한 사람이다. 그런 그의 생각이 일본 제국주의 식민지로 살아가던 조선 민중을 깨웠고 그것이 3.1운동의 시발점이 되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승만 같은 유학생들은 조선사회에서 몇 안되는 지식인으로 미국의 많은 지인들과 두루 관계를 맺었으며 그가 해방 후 초대 대통령이 되는 데 결정적 요인이 되었다.
우리나라가 선진화와 산업화 나아가 민주화를 이루어 가는 데 중요한 인물들은 모두 미국이나 서구사회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유학생 출신이었다. 유학생 선교는 그야말로 미래 사회를 이끄는 못자리이며 선교에 있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유학생 문제는 인구감소에서부터 시작된다. 대학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서도 유학생 수급은 매우 중요하다. 그들을 유치하는 것은 대학의 미래를 지속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요인이기 때문이다. 뿐만아니라 유학생의 다변화는 한국 학생들에게 매우 의미있는 관계를 맺게 할 수도 있다. 대학이 세계화되고 학생들이 세계시민으로 살아가는 데 도움을 주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 대학의 유학생 현황을 보면, 2003년 7,962명이던 것이 10년 후인 2013년 85,923명으로 10배 이상 증가하였고, 2023년에는 181,842명으로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출처. KEDI 교육통계서비스)
유학생들의 출신 국가를 보면 과거에는 선진국의 소수 유학생이 전부였다면 지금은 베트남과 중국, 몽골과 인도, 중앙아시아, 미얀마, 동남아시아 국가 등 다양한 국가에서 찾아오고 있다. 이런 추세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기회를 안겨준다. 유학생을 자산으로 만드는 국가가 부강한 나라가 된다. 이것은 이미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 보아왔던 바이며 더 이상 순혈주의가 아닌 융합의 시대에 맞는 교육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유학생 모집의 길은 대학의 경쟁력에서부터 시작한다. 대학의 경쟁력이 곧 유학생 수급의 결정적 요인이다. 나아가 다각화된 네트워크는 유학생 수급을 더욱 활발하게 만드는 길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우리 공동체가 운영하는 재한몽골학교와 양해각서를 맺는 대학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것은 우리와 관계를 맺음으로 몽골 학생 유치를 위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자 함이다. 나아가 재한몽골학교와 몽골문화원을 통하여 몽골 현지의 대학과 자매결연을 맺음으로 장기적으로 유학생 유치를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유학생만을 고려하는 그런 관계 설정보다는 우리나라에 들어온 이주민 전반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 것이 더 시너지가 있다. 지역사회에서 대학이 할 수 있는 이주민과의 소통 그리고 지원사업을 통하여 대학의 경쟁력 제고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이주민은 이주민들의 관계를 통하여 소문이 나고 좋은 학교로서의 이미지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이주노동자나 결혼 이주민이 유학생이 될 수도 있고 그들의 고국에 있는 형제자매들이 유학을 올 때 결정적 고려 요인이 된다. 결국 많은 이들의 평판과 지역사회에서의 역할이 대학의 유학생 유치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다. 나섬공동체와 몽골학교의 의미
필자는 1992년부터 이주민 목회를 하고 있다. 많은 어려움이 있었으나 내게 주어진 하늘의 부르심이며 사명이라 여기고 살아온 세월이 30년을 훌쩍 넘어섰다. 여기 그 사역을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나섬공동체
나섬공동체는 사단법인으로 이주민 사역을 위하여 세워진 공동체이다. ‘나섬’이라는 말은
'나그네 섬김'이라는 말로 이주민 나그네를 순례자로 만드는 선교적 사명을 감당하기 위하여 설립되었다.
현재 나섬공동체 안에는 몽골, 인도, 베트남, 중국, 필리핀, 이란 등 6개국의 이주민들이 모여 자체적으로 예배공동체를 이루며 자조 모임을 하고 있다. 더하여 탈북민 예배까지 모두 7개 권역의 모임이 있다. 우리 공동체에는 거의 모든 형태의 이주민들이 모여있다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즉 이주노동자, 결혼 이민자, 유학생, 난민 등의 이주민이 우리 안에 있다.
그 외에도 나섬공동체의 사역은 역파송 선교, 다문화 어린이집, 은퇴자들을 위한 뉴라이프 선교회, 나섬 아시아 청소년학교, 한베학교 등 다양하다.
재한몽골학교와 몽골문화원
재한몽골학교는 1999년 8명의 몽골 학생들과 함께 시작했다. 현재는 1학년부터 12학년까지 약 300명의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으며 서울시 교육청과 몽골 교육부로부터 정식 학교로 인가도 받았다. 매년 30여 명의 12학년 학생들이 졸업하고 있는데 그 중 절반 정도는 한국 대학에 입학하고 있다. 몽골학교 재학생들은 조기 유학을 온것과 다름없다. 이 아이들의 미래는 곧 몽골의 미래이며 한국과 몽골의 소중한 다리 역할을 하는 매우 중요한 존재들이다.
몽골문화원은 2001년 몽골 정부로부터 위임받아 세운 외교통상부 산하 단체이며 몽골어학당, 몽골문화 소개,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몽골인들의 복지와 인권 문제를 돕고 있다. 다시 언급하겠지만 몽골학교와 몽골문화원이 한국과 몽골을 이어 주며 이것이 북한선교와 평화와 통일로 가는 매우 중요한 징검다리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라. 몽골선교와 북한선교
필자는 오랫동안 몽골선교가 북한선교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언젠가 반드시 몽골을 통하여 북한에 들어갈 날이 올 것이고 그러기 위해 먼저 몽골에서 북한을 만나야 한다고 말해왔다. 몽골에 북한의 길이 있다. 몽골에 대한 우리의 헌신과 사역은 몽골을 하나님 나라로 이끌어갈 것이고 후에 그것은 북한선교로 이어질 것이다.
필자는 몽골을 통하여 북한을 본다. 몽골선교를 통하여 북한선교의 길을 만들고자 한다. 다른 사람들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나는 보고 있고 그것을 믿는다. 그것을 보기 위해서는 과거의 역사에 대한 인문학적 이해와 미래에 대한 통찰이 필요하다. 넓은 시각을 갖고 상상력으로 길을 찾아야 한다. 한반도를 중심으로 하는 국제관계의 전략적 질서와 방향에 대하여도 부분적으로나마 지식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내가 모든것을 알고 있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몽골이 우리에게 어떤 국가인지 그리고 왜 하필이면 지금 몽골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과 사색을 통하여 알아낼 수 있다고 믿는다.
몽골학교에서 아이들을 교육하며 몽골선교와 북한선교의 미래를 상상하는 것은 필자의 오래된 습관이다. 몽골의 지도자들을 만나면서 언젠가는 몽골이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지도자를 만날 것이라 기대했다. 몽골의 테르비시다그와 전 부총리는 그런 지도자 중 한 사람이다. 지금은 저 멀리 보이는 작은 구름 조각에 불과하지만 그 속에 장대비가 있음을 보았던 엘리야의 믿음이 우리에게도 필요하다.
마. 마치는 말
앞으로 우리는 이주민과 함께 살아야 한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여길 수도 있지만 우리에게는 새로운 기회이며 자산이 주어진 것이다. 기회와 자산으로 만드는 것은 우리의 생각과 태도에 달려있지만 결국 그것이 우리의 미래와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대단히 중요한 문제다.
유학생을 비롯한 이주민 사역의 의미는 선교적 측면뿐 아니라 국가적으로 사회 문화 전반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온다. 완전히 새로운 시대가 된 것이다. 이런 변화된 상황에서 우리는 사고의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살 수 있다. 특히 대학을 비롯하여 기업과 하물며 정부 지자체까지 모든 영역에서 오랫동안 가져온 순혈주의를 버리고 새로운 융합과 포용의 시대를 맞이할 준비를 하여야 한다.
특히 한반도 평화와 통일은 우리의 힘으로만이 아니라 주변 국가들과 함께 이루어야만 한다. 몽골은 그 국가 중 가장 중요한 나라다. 몽골을 통하여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길을 찾아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세상은 초연결의 시대다. 네트워크의 시대다. 접속의 시대다.
이주민들은 우리에게 그런 시대를 가져다줄 가장 확실한 자원이다. 그들이 우리에게 찾아오고 우리는 그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하고 기쁨으로 환영하여야 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