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도 서열이 있는가?
줄 세우는 세상에서 살고 싶지 않다. 그 이유는 서열로 줄을 세우면 내 순서는 맨 꼴찌이기 때문이고, 그래서 서열 없는 목회를 시작했으므로 서열로 줄 세우는 곳에는 가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감에 나도 모르게 서열을 메기는 곳에서 얼쩡거리는 것이 아닌가! 이런 큰 일이 있나 싶어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도 모르게 서열로 줄 세우는 곳에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앞이고 뒤고 할 것 없이 서열 없는 세상을 그리워했음에도 나는 어느새 서열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누가 먼저일 것인가를 놓고 다투던 제자들의 모습이 바로 오늘 우리의 모습임이 분명하다. 하나님 나라에서 무슨 서열인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살기로 했지만 세상은 교회의 크기로, 교인 숫자의 많고 적음으로, 헌금의 많고 적음으로 서열을 메긴다. 그리고 맨 앞에선 사람을 큰 목사라 부르고 맨 뒤에 있는 사람은 존재감도 없이 살아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나는 그 서열의 목회에서 꼴찌이기로 했다. 그것이 내가 선택한 내 삶의 방식이다.
몽골학교 개교식을 앞두고 우리가 가장 어렵게 느낀 것이 의전이었다. 어떤 인사를 어디에 앉게 하느냐 부터 축사를 누가 먼저하고 나중에 하는가를 놓고 설왕설래다.
국회의원이 높은가 아니면 몽골대사가 높은가, 구청장이 높은가 아니면 서울시 의원이 높은가를 놓고 우리는 깊은 시름에 빠진다. 높은 사람이 많으니 신경이 쓰여 이런 행사는 좀처럼 할 일이 아님을 또 깨닫는다.
평소 낮은 곳에서 살다가 어쩌다 높은 분들 모시려니 마음이 불편하다. 왜 불편함을 알면서도 이런 행사를 하느냐 물으면 그것 또한 할말은 없다. 다만, 사람들이 왜 높은 자리에 오르려 하는지는 알 것 같다.
앞으로 서열로 줄 세우는 곳에는 가지 말아야겠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서열 밖으로 나가라고 하셨다. 그럼에도 서열은 유혹이다. 높은 곳에 서고 싶은 유혹이다. 그래서 우리는 권력을 가지려 한다. 정치권력, 시장권력, 그리고 이제는 종교권력마저 유혹이다. 특히 종교권력은 중세 교황의 권력처럼 우리를 유혹한다. 그러나 그 권력이 우상이었음은 역사가 이미 증명하지 않았던가? 권력이 좋은 것은 나도 안다. 그러나 이제 그 서열의 종교에서 탈출하여야 한다. 서열로 권력화된 교회는 심판받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서열 밖으로 나가자. 차라리 서열이 있다면 맨 꼴찌에 서자. 마지막 자리가 자유로운 자리이다. 밑바닥 자리는 내가 찍어놓았다. 나는 그 자리를 내 자리로 알고 살아야겠다. 사실 그 맨 밑자리가 가장 높은 자리라고 가르쳐 주신 분이 예수님이셨기 때문이다. 예수라면 높은 자리가 아니라 밑바닥 자리에 계실 것이니 우리가 그곳으로 가는 것이 옳다. 낮은 곳에 가장 높은 예수의 마음이 있으니 그 자리 차지하려면 낮은 곳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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