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잣트가 페르시안 선교센터 설립과정에서 함께 고생하고 헌신한 이들을 내게 소개해 주었다. 점심 식사 자리를 만들어 그들을 초청하고 함께 점심을 나누었다. 겐돔이라는 이란 식당이다. 겐돔의 뜻은 '밀'이라고 한다. 튀르키예에 밀농사가 잘되는 것은 알고 있지만 이란에서도 밀이 매우 중요한 농사인 모양이다. 식당이름까지 밀이라고 지었으니 말이다.
12시 30분에 만나는 약속을 했고 나는 호잣트와 시간을 맞추려 했지만 중간에 시장을 볼 일이 있어 조금 늦게 도착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만 약속은 매우 중요하고 특히 시간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것이 내 평소 생각이었음으로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늦게 도착한 약속 장소에 그들은 모두 정시에 도착하여 식당 밖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정장을 차려입고 나온 W형제는 나를 더 미안하게 했다. 정장까지 차려입고 서울에서 온 눈도 안 보이는 목사를 기다리는 그 친구의 마음이 궁금했다. 후에 W은 내게 대하여 무척 궁금한 것이 많다고 말했다. 어떻게 눈의 시력을 잃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여기까지 와서 자신들을 도울 수 있었는지 그래서 내 삶은 지금 어떤지 모든 것이 궁금하다 했다.
어제 초청받아 갔던 P와 M자매, O과 P부부도 기다리고 있었다. W이라는 이름의 또 다른 형제는 조금 늦게 도착했지만 그들 모두는 내게 대하여 매우 예의바르고 친절했다. 이란 사람들이 원래 그런 줄은 알고 있었지만 이들은 그중에서도 매우 특별한 사람들임을 알 수 있었다.
이란 음식을 시켜놓고 기다리던 중에 교회에서 반주를 하는 피아니스트이자 찬양 사역자인 W 형제가 도착했다. 그러니까 W이라는 이름을 가진 형제 둘과 O부부, P부부 등 모두 6명의 리더가 모인 것이다. 그들은 NPC의 지도자들로서 호잣트에게는 매우 중요한 사람들이다.
선교지에 나가면 가장 힘든 것이 음식문제다. 나에게 음식문제는 넘을 수 없는 벽처럼 여겨진다. 튀르키예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런데 이란음식은 먹을 만하였다. P형제 부부의 집에서도 그랬지만 오늘도 이란음식이 좋다. 샤프란을 넣은 노란색 밥은 구수하고 담백하다. 밥을 조금 눌려 바삭거렸고 샤프란의 고유한 느낌이 내 입안에서 별 거부감이 없었다. 그 노란색 밥 위에 소고기와 닭고기를 숯불에 구워 곁들여 놓았고 양파와 구운 토마토가 있어 먹으면서도 건강식임을 느낄 수 있었다. 여기서 이렇게 먹고살면 건강해지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앞으로 이란음식을 더 좋아하게 될 것 같다. 그래서 나는 그들에게 만나는 사람이 좋으면 음식도 맛이 있는가 보다며 분위기를 띄웠다. 점심을 먹고 차이 한잔씩을 앞에 놓고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내가 여러분에게 할 말이 있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모두가 진지하게 나를 쳐다본다. 내가 무슨 말을 할지 잘 들어 달라 당부하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들도 그럴 자세가 되어있는 것이 느껴졌다.
2014년 내가 호잣트를 이스탄불로 역파송 하게 된 배경과 과정을 소개했다. 호잣트의 선교지를 놓고 기도하는 가운데 주께서 내게 튀르키예의 이스탄불로 가라는 사인을 주셨다. 나는 이스탄불에 이란인들이 그렇게 많이 있는지는 알지 못했고 다만 호잣트가 이란으로는 들어갈 수 없었으므로 그 대안을 찾고 있던 중이었다. 그때에 주께서 내게 지혜를 주셨고 그곳이 이스탄불이었다. 이스탄불이 갖고 있는 역사적 의미와 이란선교의 베이스캠프로서 역할까지 그들에게 이야기해주었다. 이스탄불이 세계이며 이란으로 들어가는 플랫폼이고 정거장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들은 내 말에 공감했으며 모두가 동의하였다. 그렇다! 이스탄불은 이란 선교에 있어 중요한 거점이다. 이스탄불을 들여다보는 것이 이란 선교를 비롯한 무슬림 선교의 길을 찾는 것이다.
그리고 하고 싶은 말을 했다. 바울선교에 있어 수리아의 안디옥은 이방선교의 베이스 캠프였다. 에베소와 고린도도 그런 역할을 했고 그런 의미에서 오늘 이스탄불은 이란선교의 베이스 캠프이며 통로이다. 왜 이스탄불에 하나님이 선교센터를 허락해 주셨는지 그들에게 설명해 주었다. 이곳이 이란선교와 우리 모두의 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바울은 혼자서 사역한 것이 아니라 동역자들과 함께 했으며 그런 측면에서 당신들이야말로 호잣트와 함께 새로 만들어진 페르시안 선교센터의 미래와 비전을 만들어 갈 지도자들이다. 그때에 어디선가 '아멘'하는 소리가 들렸다. 세 번째 그런 의미에서 당신들을 위해 제자훈련학교를 시작하려 한다고 했다. 제자훈련을 제대로 받고 지도자로서의 사명을 다하라 했다. 그러면 튀르키예 땅에 있는 아시아 일곱 교회를 비롯한 성지를 여러분과 함께 여행할 것이다.
돈이 들더라도 그들에게 초대교회와 바울의 선교지 등을 순례하게 하는 것은 우리의 사역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일이라 생각한다. 아무리 튀르키예에서 오래 살아도 그들은 성지순례를 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그러나 여러분이 가고 싶어 하는 그곳을 꼭 여행할 수 있도록 약속하겠다는 내 말에 모두가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가지가 더 있다. 여러분은 이스탄불을 지켜야 한다. 이곳을 당신들의 사역지로 여기고 죽는 날까지 호잣트와 함께 이곳을 떠나지 말아 달라. 특히 영국으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 O형제부부에게는 특별히 이 말을 강조하며 말하였다. 내 의도가 그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리고 페르시안 선교센터는 이란을 바꾸는 거점이며 이란의 미래는 물론이고 당신들의 미래까지 응답받는 매우 중요한 사역지가 될 것이라 말했다.
그 자리에서 그들 모두는 내 말을 듣고 함께 동의했다. 그 순간 O형제가 이 약속을 '겐돔 약속'이라 하자 한다. 겐돔 식당에서 이루어진 약속이니 그렇게 부르자는 것이다. 멋지다. 그래 좋다. 이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하고 나는 이 약속을 지킬 것이다. 나는 겐돔 약속을 가슴 깊이 묻고 꼭 지키리라 다짐을 했다. 내가 당신들과 항상 이곳에 있지는 못하지만 1년에 적어도 한번이상 방문할 것이며 당신들이 오늘의 약속을 지키고 그 약속이 새로운 변화와 축복의 통로가 되는 날까지 나도 함께 하겠다고 했다.
내 가슴에 '겐돔 약속'이 새겨졌다. 나는 또 하나의 비전을 페르시안 선교센터 설립과 함께 마음에 품는다. 더 열정적으로 헌신적으로 살아야 한다. 죽어도 후회없는 삶을 살아야 한다. 바울이 그랬다. 그는 죽을 것을 알고 예루살렘과 로마로 갔다. 나도 그 길을 간다. 겐그레아에서 머리를 빡빡 깎고 결단을 하였던 바울을 생각한다. 그 때의 바울의 모습이 떠오른다. 나도 바울처럼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