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 나섬 페르시안 교인들과의 피크닉은 그들과 친해지는 소중한 기회였다. 주일 입당예배를 마치고 다음날 가벼운 마음으로 낚시를 갔다. 낚시를 겸한 피크닉이다. 함께 가기로 한 사람들은 호잣트 부부, P형제 부부, 카메라맨 W과 피아니스트 W 그리고 O형제 부부 등이다. 출발하면서 O형제는 늦게 올지도 아니면 못 올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가 너무 늦게 일어나는 사람이라 언제나 그런 일들이 반복된다고 한다. 우리는 호잣트 부부와 두 W 형제만을 데리고 출발했고 P형제 부부는 현장으로 직접 올 것이라 한다. 

한 시간 쯤 달려 도착한 곳은 댐이었다. 댐이 있고 숲이 있는 곳으로 튀르키예 사람들이 소풍을 오는 곳이다. 낚시를 할 수도 가족끼리 피크닉을 올 수도 있는 곳이다.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먼저 낚싯대를 드리웠다.

호잣트 만큼이나 낚시를 좋아한다는 두 명의 W 형제는 벌써 어디선가 낚시를 하는지 보이지 않는다. 나도 낚싯대를 하나 붙잡고 앉아 망중한을 즐긴다. 이번 여행에서 뜻하지 않은 두 번째 낚시다. 이즈닉 호수에서 그리고 이름은 모르지만 이스탄불 외곽 댐으로 막힌 한적한 호숫가다. 공기도 좋고 바람도 없다. 한 장의 사진을 아내가 찍는다. 아들에게 사진을 보내고 아내는 내 옆에 앉는다. 아내에게 낚싯대를 건네준다. 아내는 낚싯대를 붙잡고 흉내를 낸다.

곧이어 P형제 부부가 도착했다. 아들 D와 이란 할머니, 할머니의 손녀 H, 그리고 아빠와 단 둘이 살고 있다는 15세 A가 함께 왔다.

낚시는 뜻대로 되지 않았다. 카메라맨 W 형제만이 조그만 메기 한 마리를 잡았을 뿐 입질도 없다. 뒤에서는 낚시를 하지 않는 하지 않는 할머니와 손녀, A와 D, M 자매의 웃고 떠드는 소리가 들려온다. 보아하니 낚시는 틀렸다. 조용해할 낚시터가 너무 시끄럽다. 안되겠다. 밥이나 먹고 돌아가자. 한 가지씩 준비해온 것을 꺼내어 먹을 것을 나눈다. 역시 빵이다. M자매는 가지요리를, 배선교사는 닭고기를 튀겨왔다. 나는 빵과 오이를 고추장에 찍어 점심을 먹었다. 맛있다. 야외에서 먹는 음식은 그 어떤 것도 맛이 있다.

식사를 하며 한마디씩 돌아가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A는 한국에 가는 것이 꿈이란다. 아빠와 단 둘이서만 사는 아이의 모습이 조금은 애처롭다. 엄마는 어디에 있느냐 물으니 자신이 네 살 때에 이혼을 했고 자신은 아빠와 단둘이 살고 있다 한다. A는 아빠와 단둘이서 외로운 나그네 난민으로 살아간다. 방탄소년단을 좋아한다는 A는 한국에 꼭 가고 싶단다. 방탄소년단의 멤버와 결혼도 하고 싶단다. 아빠와 단둘이 사는 것이 힘들 텐데 아이는 자신은 강하다고, 예수 안에서 강하니 걱정 말라고 내 마음을 아는지 오히려 나를 안심시키려 한다. 돌아오는 시간까지 아이는 누군가의 위로와 사랑이 그리웠는지 내 옆을 떠나지 않았고 나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했다. 아이의 모습이 눈에 선연하지만 줄 것이 없다. 아내가 선물로 받은 작은 물고기 목걸이를 주었다. 아내가 목걸이를 건네주면서 물고기에 대한 설명을 해주었다. 예수를 믿는 사람들끼리 서로를 드러내는 표시라고 말해 주었다. 아이는 그 목걸이를 평생 걸고 다닐지 모른다. 목에 걸지 않아도 마음에 걸고 살지 모른다. 어느 날 나타난 한국의 눈도 보이지 않는 목사부부가 작은 여자아이에게 쥐어준 목거리가 가슴깊이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수 있다는 것을 나는 느꼈기 때문이다.

H는 18살이었고 매우 똑똑한 여자아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아빠는 이란에서 영어선생이며 할머니가 사는 이스탄불에는 세 번째라고 한다. 그 아이의 꿈은 치과 의사이며 영국으로 공부를 하러 가고 싶다고 한다. H도 영어를 잘했는데 A도 영어를 하는 것이 보통의 아이들과는 다른 느낌을 준다.

H는 이번 이스탄불에서 나를 만나 예배를 드리고 기독교인이 되기로 했다고 고백했다. 자신은 무슬림으로 살고 싶지 않고, 그런 생각은 이란에서부터도 갖고 있었다고 했다. 이제 돌아가면 자신의 아빠에게도 이스탄불에서 만난 내 이야기를 할 것이라고 한다. 자신의 친구들에게도 이스탄불에서 만난 예수 이야기를 할 것이라 한다. 영국에서 치과의사가 되어 부자가 되면 나를 잊지 말라고 하니 절대 잊지 않을 거라며 크게 웃는다. 아내가 H와 함께 있는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주었다. 나는 내 명함을 주며 이메일 주소를 가르쳐 주었다. 꼭 다시 만날 때까지 예수 신앙 잃어버리지 말라고 하니 아이는 꼭 그렇게 할 것이라 약속을 했다. A와 H는 내 딸이 되고 싶다고 했고 내 딸이 되기로 했다. 내 인생에 이란 여자아이들을 딸로 두다니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내내 너무 재미있고 즐거웠다. 저녁이라도 먹여 보내고 싶어 선교사부부에게 저녁을 먹으러 가자했다. 우리는 작은 튀르키예 식당에서 피자와 스프를 먹으며 저녁을 대신했다. 마지막으로 헤어지는 자리에서는 모두가 너무도 섭섭한지 포옹을 하고 사랑한다, 감사하다는 말을 반복한다. 나는 그들의 순수하고 아름다운 마음을 다시 확인했다.

호텔로 돌아와 나는 누가 그들을 악의 축이라 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사실 이란인들은 너무 순수하고 깨끗하다. 얼마나 친절하고 품격이 있는지 짧게 만나도 그것을 느낄 수 있는 사람들이 이란인들이다. 그들은 만나면 만날수록 인간적이었고 선했다. 인간에 대한 예의가 있었고 순수함을 느끼게 했다.

나는 낚시터에서 단 한 마리의 물고기도 잡지 못했지만 소중한 사람들을 더 가깝게 만났고 그들에게서 순수와 사랑을 낚았다. 뜻밖의 하루 피크닉은 얼마나 소중하고 행복했는지 모른다. 이란인들과 이렇게 가까이 하루를 살며 정말 아무도 모를 순수와 사랑을 찾은 것은 내게 소중한 경험이다. 나는 이스탄불에서의 어느 날 이란인들과 함께 했던 그 아름다운 피크닉으로 가슴을 채웠다. 너무 벅차고 행복했던 선교 피크닉이다. 정말 이런 선교 피크닉만 즐기며 살 수 있다면 좋겠다. 선교 피크닉이라는 말이 너무 좋아진다. 인생을 선교하는 피크닉, 선교하는 소풍으로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번득인다. 선교 피크닉 가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한다. 이것이 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