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인 나에게도 매너리즘이 있다. 일상성이 지배하는 단조롭고 건조한 삶에서 훌쩍 떠나고 싶은 충동이 있다. 요즘 더욱 그렇다. 안정된 일상이 아닌 긴박하고 흥분되며 무언가모르게 다시 가고 싶은 그런 교회가 그리운 것이다. 연애시절 그녀와 함께 있기만 해도 행복했던 그 작은 카페 같은 곳이 그립다. 가평의 정 목사님이 살고 있는 골짜기 영성수련원도 좋다. 굳이 잘 지은 교회가 아니라도 괜찮다. 그곳에 가면 평안하고 내 안의 잃어버린 설렘이 다시 솟아나는 그런 곳이면 좋다. 그곳에 가면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고 말을 안 해도 함께 있으면 즐겁고 행복하다면 그곳이 어떤 곳이든 무슨 상관이랴? 반가워 계속 웃게 되고 기도하려 눈을 감기만 하여도 눈에서 눈물이 나는 그런 곳이면 어느 곳이든 괜찮다.
예수 이야기만 하고 예수라면 어떻게 사셨을까 이야기하는 그런 곳이면 좋겠다. 잘 만들어지고 요리된 설교가 아닌 날 것의 살아있는 예수와 갈릴리 사람들 그리고 바울의 치열한 삶만 이야기해도 하루가 훌쩍 넘어갈 만큼 많은 이야기 거리가 있는 그런 모임이면 좋겠다. 자기 의를 드러내는 곳이 아니라 인간미 가득하고 때로는 너무 냄새날 정도의 사람냄새가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여지는 곳이라면 좋겠다. 세상에서 너무 잘난 사람이라고 인정받는 바리새인들이 아니라 갈릴리 못생긴 사람들이 주인공이 되는 그런 공동체면 좋겠다.
굳이 많은 사람이 있어야하는 것도 아니다. 한 30명쯤 모이는 작은 교회를 상상해 본다. 굳이 헌금을 많이 내라고 말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로운 영혼들이 모이는 곳, 어떤 간판도 필요 없는 그런 교회를 생각해 본다. 목회자와 말이 통하고 함께 숨 쉬고 사는 것이 불편하지 않다고, 너무 좋아 이렇게 살다가 죽어도 좋다는 사람들만 모이는 그런 교회를 생각해 본다. 교리와 도그마에서 벗어나 교회라는 고정관념에서도 자유로운 그런 모임을 말이다. 예수 한 분만 있으면 전부인 그런 예수교회 말이다. 일요일을 안식일이라고 착각하지 않고 언제든 모이고 헤어지는 그러나 매일 만나고 싶은 교인들만 모이는 그런 교회다. 그런 교회는 크지 않아야 한다. 너무 크면 소란스럽다.
마음이 평안해지고 기도가 절로 나오며 자유롭고 고상한 공동체가 내 마지막 목회의 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