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 만에 다시 튀르키예를 방문하였다. 불과 다섯 달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 우리는 그렇게 인생을 산다. 누구는 죽고 어떤 생명은 태어난다. 어떤 회사는 사라지고 어떤 기업은 성공의 길로 들어섰다고 좋아한다. 세상은 일희일비를 반복하며 흘러가고 있다.
나와 나섬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 안에도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나는 그때마다 마음 졸이고 신경을 쓰며 늙어가고 있다. 언제까지일지 모르지만 이런 일상을 살아가야한다. 그런 가운데 튀르키예에서 놀라운 기적이 일어났다. 불과 5개월 만에 튀르키예 호잣트 선교사의 사역지에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5개월 전 튀르키예에 방문하여 페르시안 선교센터 매입을 위해 서너 곳을 돌아보았지만 거의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들었다. 재정적인 규모와 매입의 절차 등은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너무 비쌌고 사역에 적합하지 않은 환경과 조건이었으므로 우리는 이미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내리고 있었다. 그런데 5개월이 지나 내가 다시 튀르키예에 온 것은 그 불가능한 일들이 기적처럼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나는 페르시안 선교센터 입당예배를 위하여 다시 이곳에 왔다. 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세상은 바뀌지만 하나님의 약속은 변하지 않는다. 5개월 전 이스탄불의 NPC에 들어서서 기도를 하기 위해 앉았을 때에 나는 분명한 음성을 들었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이곳에 와서 기도를 하면 눈물이 난다. 그날도 그랬다. 눈을 감고 기도를 하는 가운데 눈물이 흘렀고 주께서 내 마음에 오시어 말씀하셨다. '호잣트가 마음껏 일하게 하라!' 이 무슨 명령이신가? 호잣트가 마음껏 일하게 하라 하시다니! 지금도 선교를 잘하고 있건만 주께서는 다시 내게 부탁하셨다. 호잣트가 마음껏 일하게 하라고 말이다. 나는 그 음성을 들었지만 누구에게도 발설할 수 없었다. 그것은 내가 감당할 수 없는 것이라 생각했다. 만약 그 말씀을 누구에게든 한다면 그때부터 내 마음에는 엄청난 부담감과 그것을 이루기 위하여 잔머리를 굴려야 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머리 아픈 일이 많은데 내게 무슨 이런 말도 안 되는 명령을 하신단 말인가?
그러나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몇 사람에게 이 말을 하고 말았다. 그래서 우리는 선교센터 후보지 몇 곳을 찾아다녔다. 사실은 이렇게 해서라도 내 스스로 그 늪에서 빠져나오려는 얕은 술수가 있었음을 고백한다. 말 그대로 한번은 해본 것이다. 얼마나 비싸고 얼마나 불가능한 것인지를 주께 보여드리려 한 것이다. 그래서 내가 져야할 마음의 부담과 책임감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때 내 판단은 맞는 거 같았고 우리 모두는 이것이 불가능한 일임을 인정하게 되었다. 나는 그것으로 충분히 내 역할을 한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끝이 아니었음은 불과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드러났다. 호잣트에게서 연락이 왔다. '목사님, 진짜 마음에 드는 건물이 나왔습니다. 이것은 정말 선교센터를 위하여 준비된 곳입니다. 이것을 사야합니다!' 웬 날벼락 같은 전화인가? 호잣트는 함부로 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었음으로 나는 그의 말 한마디에도 신뢰를 갖고 있었다.
가격도 지난번 본 것들보다 저렴했고 더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호잣트의 마음에 꼭 든다는 것이다.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나는 끝이 났다고 생각했지만 주님은 여전히 끝이 아니라 하셨다. 나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더 좋은 곳을 예비해두고 기다리셨다. 내 판단이 아니라 주의 판단이 중요한 것임을 다시 깨달았다. 나는 그 순간 이것은 주께서 직접 행하시는 일임을 믿게 되었다. 망설임 없이 호잣트에게 계약을 하라 했다. 머리로는 계산이 나오지 않았지만 믿음은 삶이며 행동이라 여겼기에 다시 한 번 주의 은혜와 능력을 의지하였다. 머리가 아니라 삶으로 믿음을 살아내야 한다는 것을 내 자신에게 다시 실험하고 있었다.
지금 나는 그 불가능한 것처럼 보였던 페르시안 선교센터 입당예배를 위하여 다시 이스탄불에 왔다. 기적의 현장에 와있는 것이다. 나는 지난 5개월간의 시간을 반추하며 작은 호텔방 안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이보다 더 극적인 일이 어디 있을까?
그날 내게 '호잣트가 마음껏 일하게 하라'하신 말씀을 다시 생각한다. 그것이 주님의 마음이었음을 다시 고백한다. 세상은 변하지만 주님의 마음은 한결같으시다. 함부로 주의 일을 판단할 것이 아니다. 우리는 이렇게 일하고 살아야 한다. 죽는 날까지 주께서 하시는 일에 작게라도 쓰임 받고 있음에 감사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