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갑작스럽게 선교센터 계약을 하고 한꺼번에 몰려오는 거센 파도 앞에 무기력하게 서 있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할지 도무지 답이 없었기 때문이다. 잔금을 치룰 돈이 필요했고 그 돈을 어떻게 튀르키예까지 보내야 할지 막막했기 때문이다. 당장 돈이 필요했다. 호잣트로부터 6월에 전화를 받았지만 당장 7월 첫째 주에는 일행을 이끌고 몽골에 가기로 했으므로 남은 시간은 두주정도밖에 없었다. 그 안에 어디서 누구에게서 돈이 올지 안개 속에서 걱정하며 마음이 얼마나 힘이 들었던지...
몽골에서 돌아왔을 때에는 놀라운 기적 같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다. 평소 튀르키예의 NPC(나섬페르시안교회) 사역을 잘 알고 계신 집사님 내외분께서 흔쾌히 헌금을 약속해 주신 것이다. 그리고 그 약속은 더 빠르게 지켜졌으며 정확히 필요한 만큼의 재정을 보내주셨다. 그리고 후에 인테리어 공사 등의 비용은 여기저기 후원자들에 의하여 십시일반 채워지고 충당할 수 있었다. 기적 같은 일들이 연이어 일어났다.
그런데 문제는 아직도 남아 있었다. 그 많은 돈을 해외로 보내는 것이 간단한 것이 아니었다. 외국에 돈을 보내려면 그 돈의 목적 등 필요한 서류가 있어야했고 그 서류는 기업의 투자 등에 대한 것이었다. 해외에 부동산 투자를 하려는 기업 등에 준하는 것이었음으로 우리 같은 선교단체에서 큰 액수의 돈을 보내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우리가 튀르키예에 어떤 목적으로 부동산을 매입하려고 하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객관적 자료가 필요했지만 우리입장에서는 그것조차 쉽지 않았다. 한국은행에서 외환송금이 허락되어야 한다는 은행직원의 말 앞에서는 막막했고 정말 나는 떨고 있었다. 잘못하면 계약금마저 날릴 수 있다는 현실 앞에서 하루하루가 가시방석에 앉아있는 심정이었다.
그러나 여호와 이레의 하나님이라 하지 않던가! 큰아들이 마침 변호사로 개업 중이었음으로 아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천만다행이었다. 아들 변호사가 한국은행을 직접 찾아가 설득하고 필요한 서류를 갖추어 걱정하던 문제를 해결해 준 것이다. 마침내 잔금과 인테리어 비용 등을 송금하던 날 나는 눈물로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정말 감사하고 감격스러운 날이었다.
이제 돌아보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이며 주님의 계획 속에서 이루어진 일들이다. 주께서 하시는 일은 정확하고 완벽하다. 어떤 자그마한 문제도 주께서는 용납하지 않으셨다. 모든 것이 완전했다. 아니 온전했다.
두 달 여간 인테리어 공사를 마치고 입당예배를 위하여 이스탄불로 오던 날 나는 비행기 안에서 감사의 기도를 올렸다. 도착한 날 밤에는 시차가 맞지 않아서인지 새벽 3시도 안되어 일어났다. 아내는 지난 5월의 튀르키예 여정을 담은 일기장을 내게 읽어주었다. 아내의 일기장을 다시 읽으며 눈물이 났다. 항상 우리가 상상한 것보다 더 놀랍게 이루어주시는 것들에 대한 살아있는 간증이었기 때문이다. 우리의 마음과 생각과 그때의 일들을 아내는 자세히도 기록해 놓았기에 더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
평소 눈물을 흘리지 않는 아내의 울먹이는 모습을 보며 나는 참 감격스럽고 행복했다. 아내와 둘이서 찾아온 이스탄불에서의 첫날은 그렇게 흘러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