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몽골대사가 한국을 떠난다며 나를 찾아왔다. 한국 대사로 그리 오래 머물진 않았지만 그간의 대사들 중 가장 많이 만났고 깊이 있는 대화를 하며 친하게 지낸 몽골의 외교관이다. 몽골대사는 자기가 한국을 떠나며 인사를 하기 위해 찾은 곳은 몽골학교와 유해근 이사장이 유일하다며 헤어짐에 아쉬운 감정을 드러냈다. 자신이 직접 사인한 감사장을 전달해 주며 몽골아이들의 교육을 위하여 헌신해준 것이 너무 감사하다고 눈물을 보였다. 대화 중에 대사의 목소리가 떨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순간 나도 눈물이 났고 우리는 앞으로 피차 소중한 만남을 이어가자며 아쉬운 작별을 하였다. 3년 후에 다시 한국대사로 오시라고 말하니 대사는 웃으며 언젠가 다시 만날 것이라 했다. 우리는 친구가 되었고 우리의 관계는 이제부터 시작임을 느꼈다.
우리 학교에는 많은 몽골의 인사들이 찾아온다. 몽골대통령 영부인에서부터 총리와 국회의장, 장관과 국회의원들, 그리고 지식인과 경제인 등 수많은 몽골 지도자들이 찾아오는 대표적인 기관이다. 인사들이 찾아올 때마다 때로는 의전 때문에 번거롭고 기독교 교육을 하는 것에 딴지를 걸지 않을까 신경이 쓰이기도 했던 터라 반갑기보다는 사무적으로 만난 적이 많았다.
그러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학교가 몽골과 한국의 관계에서 매우 중요한 다리가 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얼마 전 몽골에 갔을 때에 테르비쉬다그와 전 부총리 댁에 초청을 받았다. 우리 일행을 초청한 자리에서 그는 한국에서 재한몽골학교를 방문하고 큰 감동을 받아서 우리 일행을 모두 초청하게 되었다고 했다.
몽골대사가 내게 호의적으로 대한 것이 매우 이례적이었지만 더욱 놀란 것은 얼마 전부터 몽골의 고위 지도자들이 그런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몽골의 지도자들 대부분이 관료적이며 권위적이다. 그런데 그런 그들이 바뀌기 시작했다. 올해 초에 방문했던 몽골총리도 그랬다. 감사함을 표하는 그의 모습과 말투에서 진정성이 느껴졌다.
우리 학교에 사랑의 다리가 연결되기 시작했다. 사랑의 길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예수께서 우리에게 보여주신 길 되심의 의미가 그런 것이라 생각한다. 예수께서 친히 이 땅 낮은 곳에 오셔서 우리들의 친구가 되셨고 스스로 하나님 나라로 가는 길이 되어주신 것의 의미가 그런 것이라 믿는다. 예수는 이 세상과 하나님 나라를 이어주는 사랑의 다리다. 스스로 십자가에 달리심으로 사랑의 길이 되어 주셨다.
나는 나섬과 몽골학교 사역이 새로운 사랑의 길을 만드는 사역임을 믿는다. 우리는 몽골과 한국을 잇고 몽골을 통해 북한과 한국을 잇는 다리가 될 것이다. 나섬과 몽골학교는 연륙교(連陸橋)다. 우리는 섬과 섬을 잇고 섬과 육지를 이어 섬들로 육지가 되게 할 것이다. 그래서 더 이상 고통스러운 섬으로 남지 않도록 만들 것이다.
나는 몽골학교 교사들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우리나라 남쪽바다에 가면 많은 섬들이 있다. 그런데 그 섬들을 이어주는 다리가 만들어지고 육지를 이어주는 다리가 만들어지면서 그 섬은 더 이상 섬이 아니라 육지가 되었다. 섬이 육지가 되는 사역이 나섬과 몽골학교의 사역이다. 몽골은 섬이다.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 섬이다. 우리도 북한과 단절되어 더 이상 위로 갈 수 없는 사실상의 섬나라다. 북한도 전세계에서 가장 소외되고 인정받지 못하는 섬나라다. 우리 모두는 섬이다. 그런 우리의 한계를 사랑의 다리로 이어주는 것이 복음의 힘이며 사랑의 능력이다. 그리고 우리의 사역이 열매를 맺는다면 우리는 하나의 다리로 연결되어 언제든 만나고 오갈 수 있으며 전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랑의 공동체가 될 수 있다. 그것이 이 땅에 하나님 나라를 만드는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그것이 선교이고 그것이 우리가 믿는 사람으로 사는 의미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