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언제나 갖고 있는 희망과 믿음이 있다면 겨자씨에 대한 믿음이다. 겨자씨 하나가 땅에 떨어져 겨자나무가 된다면? 겨자나무가 많은 역할을 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세상을 구원하는 방주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겨자씨를 보면서 겨자나무를 상상하는 것이 선교이고 그런 선교적 상상력을 갖고 있는 사람만이 진정한 선교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섬의 선교는 겨자씨를 심는 선교다. 그중 몽골학교는 특히 그렇다. 겨자씨와 같은 아이들을 통해 겨자나무를 상상하지 못한다면 결코 할 수 없는 사역이다. 그만큼 힘들고 고단하고 때로는 너무 고통스런 일이다. 나는 이주민 사역과 몽골학교 사역을 하면서 눈의 시력을 잃었고 치아 12개를 뽑아야 할 만큼 힘든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겨자나무가 된다는 믿음과 희망이 있었기에 감당하고 긍정할 수 있었다. 믿음이란 그런 묘한 힘을 갖는다. 실제로 우리학교 아이들의 미래는 다르다. 많은 아이들이 우리학교를 졸업하고 매우 성공적인 인생을 살고 있으니 말이다.
지난해에 졸업한 아이들 중 몇몇은 유수한 우리나라 대학교에 입학을 하였는데 그중 한명은 고려대학교 심리학과에 입학하여 과대표가 되었다며 학교에 찾아와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기도 했다. 대학을 졸업한 아이들의 미래는 또 어떤가? 주몽한국대사관에 우리학교 출신 아이들이 이미 여럿 근무하고 있고, 한국국제협력단(KOICA), 경찰, 한국농업기술개발사업(KOPIA)센터에 우리학교 출신들이 근무하고 있다. 수년전에는 몽골재무부의 사무관이 된 아이가 찾아오기도 했다. 아마 그 아이는 지금쯤 더 높은 자리로 진급하였을 것이다.
나는 겨자나무가 되어가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계속 듣고 있다. 겨자씨가 자라 겨자나무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몽골학교가 세워진지 24년이 되었다. 그 정도의 시간이 흘렀으니 그런 정도의 열매는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내겐 더 큰 욕심이 있다. 우리아이들이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기여하는 소중한 겨자나무가 되는 것이다. 그 정도로 자라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더 자라나야 한다. 더 큰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 날이 비로소 내 상상력이 현실이 되는 날이다. 오늘도 나는 작은 겨자씨 한 알을 심는다. 힘이 들지만 그래도 겨자씨를 심는다. 언젠가 겨자나무가 될 것이니 그 믿음으로 겨자씨를 심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