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베(한국&베트남)학교가 시작되는 토요일 아침, 나는 그 자리에 모인 아이들과 부모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첫째, 한국 아빠와 베트남 엄마 사이에 태어난 것은 정말 큰 은총이다. 베트남은 전세계에서 가장 힘이 센 나라다. 미국도 이기고 몽골과의 전쟁에서도 이겼으니 말이다. 그렇게 힘이 센 나라 베트남은 아마 머지않은 미래에 전세계에서 가장 강한 나라가 될 것이니 여러분은 정말 최고의 조건을 가지고 태어난 것이다. 두 번째, 여러분은 분명히 각자 가장 잘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한베학교에서는 그것을 찾아주어 여러분이 미래에 정말 성공적인 인생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려고 한다. 그래서 우리 학교에서는 코딩과 드론, 웹툰 그리고 베트남어 등 우리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것들을 가르치겠다고 했다. 세 번째, 학교의 이런 열정과 마음을 이해하고 부모와 학생들이 우리 학교를 사랑하고 더욱 열심히 참여해 달라고 했다. 참여란 스스로 하는 것이다. 누가 시켜서 강제로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기쁘게 적극적으로 참여하여야 학교 운영진도 힘을 내고 아이들의 교육을 도울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 우리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한베학교를 만들어 갈 것이라 했다.
짧은 인사말을 하고 약속이 있어 밖에 나갔다 돌아오니 아이들이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학교 운동장에서 한 한국 아빠와 우연히 마주쳤다. 한베 아이들인 자녀 셋을 데리고 참여한 아빠였다. 아빠에게 어디에 사는지 아이들이 오늘 수업을 잘 했는지 묻고 돌아서는데 아빠가 무언가를 내게 건네주었다. 볼펜 한 자루였다. 차안에 이것밖에 없어 이것만이라도 드리고 싶다고 말이다.
볼펜 한 자루를 받고 감사하다 인사를 하고 내 방에 들어와 곰곰이 그 아빠의 마음을 생각한다. 그리고 볼 펜 한 자루를 만져본다. 마음이다. 고마움을 내게 전해주고 싶은 아빠의 마음이 전해졌다. 고마웠다.
한베학교에 대하여 고민하며 힘이 빠진 내게 힘을 준 것이다. 하나님이 그 아빠를 시켜 그 이야기를 하고 계신 것 같았다. 볼펜 한 자루에 하나님의 뜻이 숨겨져 있다. 한국 아빠의 작은 선물로 하나님이 나를 붙잡고 계셨다. 마음이 힘들었는데 그만 눈물이 났다.
볼펜 한 자루가 다시 한베학교를 살려내도록 내 마음을 움직인다. 볼펜 한 자루가 한베학교를 포기하지 말고 계속 가라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뜻으로 전해졌다.
나는 그렇게 살았다. 힘들고 외로울 때에 하나님은 작은 것으로 나를 다시 일어나게 하셨다. 그 힘이 나를 살려 오늘 여기 있게 하였고 몽골학교와 우리의 사역을 존재하게 했다. 훗날 누군가는 내게 물을 것이다. 어떻게 한베학교를 만들어 왔느냐고. 그때에 나는 이렇게 대답하려 한다. 어느 한국 아빠에게서 받은 볼펜 한 자루가 힘이 되었다고. 그 볼펜이 하나님의 뜻을 내게 가르쳐 주었음으로 나는 한베학교를 포기하지 않고 여기까지 왔노라고 말이다. 오늘도 하나님께서 우리와 함께 하심을 보며 힘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