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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드 이야기

   
3D 목회와 천국


<3D 목회와 천국>

“그러므로 이제 내가 그를 꾀어서, 빈들로 데리고 가겠다. 거기에서 내가 그를 다정한 말로 달래 주겠다. 
그런 다음에, 내가 거기에서 포도원을 그에게 되돌려 주고, 아골 평원이 희망의 문이 되게 하면, 그는 젊을 때처럼, 이집트 땅에서 올라올 때처럼, 거기에서 나를 기쁘게 대할 것이다. 
그 날에 너는 나를 '나의 남편'이라고 부르고, 다시는 '나의 주인'이라고 부르지 않을 것이다. 나 주의 말이다. 
그 때에 나는 그의 입에서 바알 신들의 이름을 모두 없애고, 바알 신들의 이름을 부르는 자들이 다시는 없도록 하겠다. 
그 날에는 내가 이스라엘 백성을 생각하고, 들짐승과 공중의 새와 땅의 벌레와 언약을 맺고, 활과 칼을 꺾어버리며 땅에서 전쟁을 없애어, 이스라엘 백성이 마음 놓고 살 수 있게 하겠다. 
그 때에 내가 너를 영원히 아내로 맞아들이고, 너에게 정의와 공평으로 대하고, 너에게 변함없는 사랑과 긍휼을 보여 주고, 너를 아내로 삼겠다. 
내가 너에게 성실한 마음으로 너와 결혼하겠다. 그러면 너는 나 주를 바로 알 것이다. 
그 날에 내가 응답할 것이다. 나 주의 말이다. 나는 하늘에 응답하고, 하늘은 땅에 응답하고, 땅은 곡식과 포도주와 올리브 기름에 응답하고, 이 먹거리들은 이스르엘에 응답할 것이다. 그 때에 내가 이스라엘을 이 땅에 심어서 나의 백성으로 키우고, 로루하마를 사랑하여 루하마가 되게 할 것이다. 로암미에게 '이제 너는 암미다!' 하고 내가 말하면, 그가 나에게 '주님은 나의 하나님이십니다!' 하고 대답할 것이다” 호세아 2:14-23 

우리 공동체는 바닥공동체이다. 바닥이란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는 마지막 맨바닥을 말한다. 하긴 지금까지 지하실에서만 살았으니 바닥목회보다 더 낮은 지하목회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1994년 눈병을 앓고 난 후 구로공단지역을 떠나야했다. 정말 내겐 한 많은 구로동, 가리봉동이다. 나는 매주 토요일이면 구로공단 구석구석을 돌아다녔다. 외국인근로자들이 살고 있는 벌집을 찾아갔다. 토요일이 아니면 만날 수 없었기에 토요일 저녁은 언제나 그렇게 지낼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살고 있는 집은 언제나 가장 후미진 곳에 있었다. 너무 작고 보잘 것 없어 사람이 살 수 있을지 궁금하리만큼 형편없는 집이었다. 두 사람만 들어가도 꽉 차는 작은 방에 서너 명의 나그네들이 앉아야했다. 남녀구별이 있을 리 없는 상황이다. 방안에 우리의 몸을 맞추어야 하는 지경이니 괜한 내숭은 용납될 수 없는 것이다. 엉덩이가 달라붙고 다리를 펼 수 없어 쪼그려 앉아야 하는 상황이되면 서로 껄껄 웃으며 넘어갔다. 세상에는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나는 외국인근로자들을 선교하면서 처음 알게 되었다. 

내가 가난하게 살아본 적은 있어도 이렇게까지 가난해본적은 없었다. 비닐하우스 같은 무허가 집에서도 살아보았지만 그렇게 작지는 않았다. 외국인근로자들이 지내는 그런 곳에서 잠을 자고 살아야 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것이었다. 

비닐로 만든 미니 옷장이라도 있는 집이면 무척 안정된 나그네가 사는 집이다. 거의 모든 외국인근로자들이 살고 있는 집은 옷가방 몇 개와 작은 박스 몇 개 그리고 어디서 주어왔는지도 모르는 거울하나, 다 부서진 텔레비전 이 전부였다. 부자와 가난한 사람의 경계선은 부엌이다. 그런대로 작은 몸뚱아리라도 쭈그려 샤워라도 할 수 있는 공간이라도 있으면 부자였고, 아니면 거의 사람이 들어설 수도 없을 만큼 작은 공간에서 살아야 했다. 그렇게 생긴 집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집을 일컬어 우리는 ‘벌집’이라고 하였다. 

미로 같은 작은 골목을 들어서면 벌집이다. 그런대로 지상에 있는 벌집은 나은 편이다. 혹이 지하실 벌집에라도 찾아가는 날이면 정말 곤혹스럽고 고통스러웠다. 냄새가 빠지지 않아 온갖 냄새가 다 멈추어 한 곳에 모여있었다. 가스냄새에서 음식냄새 그리고 그들의 고유한 살냄새까지...

햇빛이 없어 항상 우중충하고 축축한 느낌이다. 괜히 온몸이 근질거리고, 속에서는 헛구역질도 난다. 바퀴벌레는 기본이고 천장에서는 쥐들의 천국이다. 벌레와 외국인근로자 그리고 견딜 수 없는 냄새와 습기찬 기운들... 나는 지금도 그 열악하고 조악한 어느 지하 벌집의 나그네들을 기억한다. 

내가 그곳에 있었다. 그렇게 열악하고 더러워 도무지 견딜 수 없는 곳에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나 자신이 가고 있었다. 토요일이면 어김없이 나는 그곳에 가야했다. 그리고는 어느 날부터 나는 뚝섬의 어느 지하골방에서 그렇게 살고 있었다. 갈 곳이 없어 어느 교회 지하실을 얻어 사역을 하게 된 것이다. 정말 형편없는 곳이었다. 여름이면 습기로 가득했고, 구석구석 곰팡이가 피었다. 아침에 들어간 지하실에서 저녁때 나올 때면 언제나 내 몸은 물먹은 하마처럼 젖어 있었다. 습기로 옷과 몸이 젖어 있었던 것이다. 몸과 옷이 문제가 아니라 내 마음과 영혼도 그렇게 얼룩진 습기와 곰팡이로 젖어 있었다. 지치고 망가지고, 쓰러질 것 같은 생활의 연속이었다. 지하실은 내 삶은 증인이다. 적어도 나는 근 10년 동안 지하실에서 살았다. 

내가 일하고, 내가 만나는 사람들의 집은 이 땅에서 아무도 가본 적이 없는 섬이다. 섬이 아니면 광야였음에 틀림없다. 나는 무인도에서 그리고 광야에서 살았다. 처절한 고민과 아픔을 당연한 것처럼 느끼며 살았다. 라면으로 밥을 대신했고, 대접받는 대신 내가 먹어야 할 것들을 내어주는 것이 당연한 전혀 다른 세상에서 살아야했다. 
받는 것에 익숙한 삶이 아니라 주는 것이 당연한 곳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곳이 바로 천국이었다. 

그러나 그때는 그것을 천국으로 느끼지 못했다. 천국은 나와는 상관없는 곳이라 생각했다. 천국은 대리석으로 만든 교회당, 번지르한 차와 세련된 교인들의 웰빙의 접대, 그리고 냉난방이 완벽하고 너무도 깨끗하고 아담한 담임목사실... 그곳에 앉은 거룩한 목사님과 목회자들... 내겐 꿈같은 일들이다. 죽어도 경험할 수 없을 것 같은 것들이다. 더럽고 위험하고 힘든 3D의 목회 현장에서 벗어나는 것이 천국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천국은 그곳이었다. 더럽고 냄새나고 힘들고 피곤했던 바로 그곳이 천국이었다. 벌레냄새, 사람냄새, 음식냄새, 공장 기름냄새가 어울려 도무지 견딜 수 없는 바로 그곳이 천국이었다. 천국은 화려하고 잘 지어진 교회당이 아니라 내가 만나고 사랑했던 바로 나그네들의 벌집이었다. 그곳에 천국이 있었다. 그곳에 하나님이 계셨음으로 그곳이 천국이었다. 

나는 내가 얼마나 행복하고 대단한 곳에 있는지 모른다. 늘 만나는 사람들이 얼마나 중요한 사람들인지도 모른다. 너무도 일상화된 삶이기에 그냥 무덤덤하게 만나고 살아간다. 그러나 실상은 정말 중요한 사람들이요 소중한 만남들인 것을 나는 모르고 살아간다. 당장 눈앞의 고단함과 안락함에 따라 살아가는 단세포 동물처럼 나는 너무도 무지하게 나그네들을 만나고 살았다. 그때는 몰랐는데 자꾸만 나이가 먹고 시간이 지나면서 소중한 만남이었음을 느끼곤 하는 것이다. 

지하에서 올라와 지상에 살고 있을 즈음 어느 날 다시 지하로 가고 싶다는 열망이 일어났다. 고생하면서 살았지만 그때가 정말 그리웠다. 자꾸만 예전의 친구들이 보고 싶다. 뚝섬 지하실에서 함께 라면 끓여먹고 성경공부하던 그 친구들이 보고 싶다. 지금은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지... 예수는 잘 믿고 사는지... 

나도 어느새 부자가 되었다. 다른 사람이 보면 부자는 왠 부자 하겠지만 말이다. 부자소리 듣고 싶어서가 아니라 진짜 그때와 비교하면 나는 부자다. 아직도 다른 목사와 비교하면 가난하겠지만 그래도 이제 부자가 된 것 같다. 선교센터도 짓고, 공동체 땅도 사고, 몽골학교 아이들 기숙사도 만들고...  그러나 부자가 된 것만은 사실이다. 그러나 나는 그런 부자가 목적이 아니다. 돈으로 채워진 부자는 진짜 내가 꿈꾸는 부자가 아니다. 그런 교회가 부자도 성공한 목사도 아니다. 

가리봉동, 뚝섬, 강변역의 지하골방을 잊지 않는 목사가 진짜 성공한 목자다. 아직도 그런 그리움으로 사랑을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그런   사람이고 싶다. 구로공단, 성수공단 어느 벌집의 냄새를 그리워하는 그런 삶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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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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