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의 축이 바뀌고 있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이후 한국교회의 선교적 패러다임에 거대한 변화가 일고 있다.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에서 발표한 보고에 의하면 전세계 파송 선교사들 중 43%의 선교사들이 고국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그런 보고와 별개로 내가 나섬을 찾아와 만난 선교사들의 이야기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볼 때 그보다 훨씬 많은 선교사들이 고국으로 돌아왔다는 확신을 갖게 된다. 그리고 돌아온 선교사들의 대부분은 국내 이주민 선교 현장으로 들어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전과는 다른 선교 현상이다. 해외로 나가서 하는 선교만을 고집하던 이들도 코로나 이후의 선교는 이주민 선교가 최선의 전략이라 말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지난 과거의 경험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가장 먼저는 1997년에 일어난 외환위기다. 당시 우리는 외환위기가 한국교회 선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지 못했다. 그러나 막상 외환위기가 시작되면서 환율의 엄청난 변화가 하나님의 선교에 큰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경제와 선교는 깊은 관계로 이어져 있었다. 경제환경의 변화가 선교의 전략을 결정하는 변수가 되는 것이다.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한국교회의 선교는 한 번의 큰 변화를 경험했다. 지속 가능한 선교를 어디에서 찾아야 할 것인지를 처음으로 고민하게 된 것이다.
두 번째로 선교적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져온 것은 코로나 팬데믹이다. 코로나 팬데믹은 현대사의 가장 큰 사건 중 하나다. 팬데믹은 질병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는 것을 말한다. 우리는 코로나 팬데믹을 지나면서 소위 거리 두기와 격리를 경험하였다. 모든 인간의 관계가 단절되었다. 국경과 국경은 물론이고 부모와 자식 간의 거리도 벌려 놓았다. 요양원에 계신 부모님조차 만날 수 없었다. 부모님이 돌아가셔도 마지막을 제대로 모실 수 없도록 사람 간의 만남이 용인되지 않았다. 우리는 절망하고 또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선교사들은 더 이상 선교지에 머무를 수 없었고 팬데믹은 선교사들에게 매우 심각한 위기감을 주었다. 당장 의료시스템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없었다. 선교사들이 죽어갔다. 곳곳에서 선교사들의 귀환 소식이 들려왔고 때로는 그들 중 누군가가 하늘나라로 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나섬의 선교사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인도의 이 선교사는 죽음의 고비를 넘겨야 했다. 전세계가 사회적 거리 두기로 단절되었다. 모든 만남이 멈추었다. 갑자기 선교도 멈추어야 했다. 그렇게 세상은 우리에게 선교도 지속 가능한 것임이 아님을 가르쳐 주었다.
선교는 새로운 길을 찾아야 했다. 세계 선교의 길을 이주민 사역에서 찾아야 함을 늦게나마 발견한 것이다. 저출산과 초고령의 한국 사회의 인구문제는 선교의 영역에까지 번져갔다. 외환위기와 같은 경제적 문제와 코로나와 같은 전세계적 팬데믹, 더하여 저출산과 인구절벽의 현실이 이주민의 유입을 초래하고, 선교 전략의 변화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이다.
이제 세계 선교는 이주민 사역과 북한 선교로 선택과 집중이 이루어질 것이다. 이주민 선교가 앞에서 거론한 세계 선교 위기의 대안이라면, 한반도의 문제는 전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한 관심사다. 북한이 땅끝이라는 슬로건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북한선교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 것인지는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북한선교는 어떠했는지 성찰과 반성의 시간이 다가왔다. 과연 오늘 우리의 북한선교는 지속 가능한 선교였는가? 진영논리가 지배하는 선교는 지속 가능하지 못하고 나아가 그것은 진정한 의미의 선교라 할 수 없다. 이념을 넘어선 북한선교의 길을 찾아야 한다. 어떤 진영의 권력과도 상관없는 선교의 길을 찾을 때가 된 것이다.
선교의 판이 움직이고 있다. 이주민 선교와 북한선교의 길이 새롭게 시작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