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문제는 전세계의 문제이며 한반도의 위기는 전세계의 위기다. 1980년대 신학을 공부하고 목사가 된 이후 한반도에서 목사로 산다는 것에 대한 질문은 내게 실존의 물음이었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은 언제나 분단으로부터 이루어진 억압과 역사에 대한 의식으로 귀결되었다. 그 물음은 철학적이고 신학적이며 역사적인 물음이었다. 나는 고민이 되었고 군목을 전역한 후 곧바로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독일로 갔다. 1990년 독일 통일의 현장을 보고 싶다는 일념으로 배낭을 메고 무작정 독일을 찾았다.
그 후 이주민 선교를 하면서도 북한 문제에 대한 관심은 사라지지 않았기에 지속적으로 관련기관과 관계를 맺으며 공부를 하였다. 또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조·중 국경 변방의 길을 찾아다녔다. 잘 보이지 않는 눈을 손등으로 비벼가며 두만강과 압록강을 돌아다녔다. 강에서 바라본 북한은 아픔이었고 슬픔이었다. 한 발만 내딛으면 강을 건널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강너머에서 식기를 닦던 북한 병사에게 손을 흔들어 아는 체했다. 소년병인지 작은 병사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일을 했지만 나는 그 병사에게 내가 여기 있다고 알려주고 싶었다.
분단된 국가에서 살아야 하는 목사로서 북한선교를 어떻게 할 것인지를 놓고 논쟁도 했고 그 해답을 찾아보고자 북한선교를 하는 이들과 함께 한국과 몽골에서 평화포럼을 개최하였다. 북한선교의 새로운 길을 찾는 일에 몰두하며 살아왔다. 그러나 어느 것 하나 속 시원한 답을 가져다주지 못했다. 나는 점점 갈증으로 지쳐가고 있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기에는 내 삶이 너무 아깝고 화가 났다. 그러다 ‘나섬 통일 비전센터’를 시작하기로 했다. 그것은 우연처럼 보이지만 필연이었다. 우연이 반복되면 그것은 필연이다. 양평의 나섬공동체를 새롭게 리모델링하기로 했고 드디어 그곳에 ‘나섬 통일 비전센터’를 개설하기로 하였다.
이제부터 새로운 평화 사역이 시작될 것이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이지만 그 길을 가려 한다. 북한선교 또는 평화와 통일 선교의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싶다. 중요한 것은 최초가 아니라 새로운 대안과 길을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북한선교와 한반도의 미래를 위한 대안과 길을 그곳에서 논의하고 찾아가는 사역을 하려고 한다. 이주민과 탈북자들을 위한 평생교육원을 설립하고 그 교육의 현장으로 통일 비전센터를 활용할 계획이다. 이제부터 많은 전문가들과 함께 더 치열하게 길을 찾는 일에 전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