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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드 이야기

   
노마드톡587_지금 이대로가 좋다!

  어느덧 나이를 먹었지만 사실 나는 아직 젊은 나이다. 내 나이에 비해 늙어 보여 열 살은 더 쳐주는 것이 못마땅하지만 그래도 내 속 사람은 언제나 젊다는 일념으로 자부하며 살아왔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나이에 비해 나를 늙은이로 바라보면 그것이 그렇게 상처를 준다. 나는 아직 젊은데 사람들은 나를 늙게 보는 것이다.

  몇 년 전 튀르키예에 갔을 때 이란 난민 성도들의 집에 심방 할 기회가 있었다. 나와 함께 교인 몇 명이 한 이란 성도의 집에 갔는데 그때 그들에게 우리 나이를 맞추어 보라고 하니 그들은 나를 우리 교회 최 장로님보다 열 살은 더 쳐주었다. 사실은 장로님이 나보다 네 살이나 위인데 말이다. 이제는 어딜 가도 나를 가장 늙은이로 인정하고 그렇게 대우한다. 참 황당하고 기분 나쁘고 속상하다. 나 자신은 아직 젊다고 생각하는데 사람들이 볼 때 나는 실제 나이보다 열 살이나 더 먹어 보이는가 보다. 나는 이렇게 늙어가고 있다. 내 나이보다 더 늙은이로 말이다.

  오래전 어떤 목사님은 나에게 한국전쟁 이전에 태어나지 않았느냐 묻기도 했다. 나는 일제 시대에도 살았었노라 농담처럼 받아넘겼는데 이제는 정말 그런 농담도 먹힐 것 같다. 나는 왜 이렇게 늙은 것일까? 젊어 보인다고 하는 것이 마치 상대방에 대한 예의처럼 여겨지는 시대에 나는 특별하게도 정반대의 이야기를 듣는다. 나이보다 훨씬 늙은 사람이 된 것이다. 정말 나는 왜 그렇게 늙어 보이는 걸까?

  상대적으로 동안인 아내와 함께 다닐 때 손을 잡거나 옷깃을 붙잡아야 하는 나의 모습은 늙은 아버지와 딸의 조합으로 보일 것이 분명하다. 정말 그런 적도 있었으니 이게 웬 말인가! 사실 아내와 나는 한 살 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

  나의 마음은 아직 젊고 나이도 많지 않지만 사람들은 나를 늙은이로 본다. 그래서 늙은이가 되었다. 그럼에도 나는 다시 젊어지고 싶지 않다. 지금처럼 늙은이로 취급당해도 지금의 내가 좋다. 늙어 보이는 것은 그만큼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살았다는 증거일터이니 그것을 숨기고 싶지도 않다. 나그네 목회를 하며 고생을 했고 시력을 잃었다. 숱 많던 머리칼은 다 빠지고 이빨도 열두 개를 뽑았다. 눈이 안 보이니 언제나 더듬더듬 엉거주춤하는 몸동작은 정말 늙은이로 보이게 할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내 나이보다 열 살은 더 든 완전 늙은이로 보아도 지금 나는 내 삶을 후회하지 않으며 오히려 감사하고 행복하다. 늙어도 좋다. 아니 늙어 보여도 좋다. 지금의 내 모습 이대로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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