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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드 이야기

   
노마드톡588_은혜로다!

 수없이 은혜를 말하며 살아왔건만 이제는 정말 은혜다. 그렇다면 전에는 가짜 은혜였나? 그때에도 은혜였고 지금은 더욱 큰 은혜다. 나의 힘이 빠지면 빠질수록 은혜의 강도는 더 깊어진다. 내가 지쳐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손 놓고 멍하니 하늘을 바라볼 때면 은혜는 더 강하게 나와 나섬을 감싼다. 내 힘이 빠지면 은혜는 그때야 비로소 위대한 힘을 드러낸다. 은혜는 살아있는 힘이며 정반대로 움직이는 역설이다. 나이를 먹어가며 힘이 빠지고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무력감에 빠질 때 은혜는 더욱 빛을 발한다.

2024년은 많이도 힘든 한 해였다. 돌아보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많이 일어났다.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생각지도 못한 일들로 인해 위기감이 나를 에워쌌고 위기의식은 나의 몸에 달라붙어 겉으로 드러났다. 태국에 갔다가 요로결석으로 죽을 것 같은 고통을 받았고 정밀 검사에서 쓸개에도 돌이 있다고 하여 쓸개도 제거했다. 두 번이나 병원에 입원하여 전신 마취를 하는 일이 생겼다.

함께 사역하던 이들이 연이어 자리를 떠나니 빈자리를 채우는 것이 여간 스트레스가 심한 것이 아니었다. 이해할 수 없고 생각지 못한 일들이 연이어 일어나니 화가 나고 피곤해서 어딘가로 훌쩍 떠나고 싶었지만 나에게 주어진 책임이 너무 크니 마음대로 떠날 수도 없는 처지였다.

학교의 시설과 아이들의 교육에 필요한 기자재를 위하여 올 초부터 마음으로 소원하며 간절한 기도를 시작했었다. 마음처럼 되지 않으니 매일 속앓이를 하였다. 속이 편하지 않은 날은 어김없이 설사를 했고 쓸개를 떼어낸 이후 소화도 잘되지 않았다. 그만큼 나는 지쳐있었다. 오랫동안 일궈오던 양평의 시설도 노후되고 그 미래를 확신할 수도 없었으므로 그 또한 내게는 큰 짐이었다. 그 누구와 속 시원히 상의할 수도 없어 외로움이 깊어졌다. 머리가 빠졌고 흰머리만 늘어갔다. 안압이 올라가는 날이면 머리가 빠개질 것 같은 고통이 나를 괴롭혔다.

공동체에도 여러 일들이 일어났다. 전임자의 실수로 심각한 문제가 생겨 잘못하면 공동체의 존폐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였다. 기도가 절실했다. 그러나 기도마저도 할 수 없을 만큼 마음이 힘들었다. 어디에도 내가 안식할 수 있는 곳은 없는 것 같았다. 잠이 오지 않아 잠 못 이루는 밤이 늘어가니 몸은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약해졌다.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립선에도 문제가 생겨 암 검사를 받았다. 암 수치가 높다며 병원에서 내원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차라리 암에 걸려 죽는 것이 편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러다 가을의 한복판에서 지난 시간을 돌아본다. 길지 않은 시간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이 또한 지나가리라' 했던가? 고통스러웠던 흔적이 여기저기 남아 있다. 지금 스텝들과 교사들은 전자칠판 사용법을 배우기 위해 교무실이 비어 있다. 올 초부터 기도하고 소원하던 교육기자재가 들어온 것이다. 전자칠판이 그것이다. 큰 예산이 들어가는 일이었음에도 주님의 은혜로 지난 주간에 전 교실에 전자칠판이 들어왔다. 공동체의 문제로 전전긍긍했던 일도 기적처럼 문제가 해결되었다. 스텝들의 빈자리도 다 채워지니 안정이 되었다. 양평도 나름 해결책이 만들어지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문득 은혜라는 말을 웅얼거렸다. 눈물이 나고 마음에서 감사함이 우러나왔다. 나는 지금까지 무엇으로 살았나? 은혜로 살았다! 정말 나는 은혜로만 존재한다. 이것이 내가 사는 법이다.



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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