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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드 이야기

 
노마드톡 670_새로운 여행을 떠나며

인생은 여행이다. 죽는 날까지 우리는 여행자로 살아간다. 길 위에서 사람을 만나고 친구를 사귀며 잠시 머물다 새로운 길을 찾아 떠난다. 때로 여행 중 겪는 어려움은 우리를 성장시키는 매우 중요한 순간이 되기도 한다. 아무 어려움이 없는 여행은 어쩌면 여행이 아닐 것이다.

나는 일찍부터 여행자의 삶을 꿈꾸며 살았다. 그래서 젊은 시절에 무전여행을 하기도 했고 군목을 전역하고는 홀로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떠났다. 이제는 시력을 다 잃었으므로 혼자서 떠나지는 못해도 매년 선교지를 두루 다니며 여행자의 삶을 살아간다. 아내와 함께라면 어디든 갈 수 있다는 생각은 조금도 변함이 없다.

그런데 이제는 특별한 여행을 떠나야 한다. 아내와 함께 할 수 있는 여행이 아니기에 조금은 두렵지만 그럼에도 이 여행을 마다할 수가 없다. 암과의 투병 여행이다. 물론 아내는 언제나 나와 함께 있으므로 위로가 되겠지만 결국 이 고통은 나 홀로 감당하여야 한다. 앞선 이들이 그 길은 험하다 하고, 죽을 수도 있다 한다. 여하튼 이 투병 여행은 오롯이 내 몫이다. 하지만 나를 더 성장시킬 것이고 성숙하게 할 것임이 분명하다.

담당 의사와 의논하여 방사선과 호르몬 치료를 병행하기로 했다. 처음 호르몬 주사를 맞던 날 왜 그리도 아프던지 암 투병이 조금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이제부터 정말 환자가 되었다는 생각에 마음이 아팠다.

암 투병을 시작했다는 소식을 듣고 여기저기서 위로의 전화가 온다. 선배로부터 가까운 지인에 이르기까지 온갖 정보를 전해 준다. 잠이 오지 않는 깊은 밤이면 암과 관련된 자료를 찾고 있는 나 자신의 모습을 본다. 더 살려고 하는 것인지, 이 고통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간절함 때문인지 나도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이후로 나의 생활은 이전과 확연히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당장 먹는 음식부터 가급적 꼭 필요한 것들만 섭취하여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운동은 필수라고 하니 힘이 들겠지만 움직이고 살아내야 한다. 다리가 부러져 아직 움직일 수 없으니 너무 힘들고, 바쁘게 살고 있는 아내를 더 힘들게 하는 것 같아 미안하다. 주변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것 같아 신경이 쓰인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하다 머리가 다 빠지는 꿈을 꾸기도 하고 초췌한 내 모습에 놀라기도 한다.

35년 전 혼자 떠났던 유럽 배낭여행이 떠오른다. 그때는 정말 무슨 생각으로 홀로 여행을 떠났을까? 정보도 없고 한국 사람도 보이지 않는 막막한 광야의 여정에 외로웠고 힘이 들었다. 그러나 끝까지 버티고 견디며 북유럽에서 남쪽 지중해까지 유럽의 곳곳을 걷고 기차 안에서 잠을 자며 여행을 하였다. 그 여행은 오늘 나와 내 삶 그리고 나섬이라는 공동체 사역을 하는 데 소중한 자산이 되었다. 여행은 가장 좋은 길 위의 교육이며 지혜와 내면의 힘을 키우는 훈련장이다.

 

 

암과 함께 떠나는 여정이 힘들고 아프겠지만 그럼에도 기분 좋게 떠나기로 했다. 일단 부딪쳐 볼 것이다. 힘들어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마지막 목적지에 도달할 것이다. 몽골문화원 이사장이신 선배 목사님이 기도해 주신다며 사모님과 함께 일부러 찾아오셨다. 예배를 드린 후 하나님께서 유 목사에게 맡겨놓으신 사역이 있으니 잘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며 위로하고 가셨다. 나도 그것을 믿는다. 내게 이길 힘을 주실 것이다. 하루하루 견디다 보면 언젠가 끝이 보일 것이니 하루하루 열심히 사는 것만이 최선이다. 내일은 없다. 나는 오늘도 하루를 산다.



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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