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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드 이야기

   
노마드톡 679_고난에 중독된 사람

김장 김치를 할 때마다 고춧가루가 얼마나 들어가야 맛이 더 있는지 궁금했다. 어떤 이는 고춧가루가 많이 들어가야 한다고 하고 어떤 이는 매운 것이 싫다며 고춧가루를 넣지 말라고 한다. 우리 어머니는 고춧가루를 넣되 그리 많이 넣지는 않는다. 색을 내기 위한 정도만 넣으신다. 그래서인지 나도 고추를 즐겨 먹지 않고 특히 매운 고추는 거의 먹지 못한다. 그러나 우리 며느리는 고추는 물론 매운 것을 잘 먹는다. 매운 고추를 아삭아삭 씹어먹는 소리만 들어도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것은 매운맛에 대한 공포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누군가에게 이끌려 마라탕이라는 매운 음식을 먹으러 간 적이 있다. 매운 정도를 먹는 사람이 결정해서 먹는 것이 무척 신기했다. 매운 것은 고통이다. 고통이 극에 달하면 웃음이 나온다는 사실은 나도 경험한 바 있다. 고등학교 시절 발바닥을 베인 적이 있는데 응급실로 실려 간 나는 마취도 하지 않고 발바닥 수술을 받았었다. 그날 너무도 고통스럽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너무 아프니 눈물이 나다가 마지막에는 웃음이 나와 주변 사람들이 미친 것 아니냐며 놀란 적이 있었다.

매운 짬뽕부터 매운 김치찌개와 마라탕, 매운탕, 매운 닭발, 매운 족발 등 우리 음식에는 다양한 매운 것들이 존재한다. 나도 그중 좋아하는 음식이 있기는 하다. 사실 매운 음식을 못 먹는 것은 아니다. 매운 정도를 측정하는 캡사이신의 정도가 높아지는 음식이 늘어나는 것은 현대인의 스트레스 지수와도 관계가 있다고 하니 매운 음식의 중독은 예삿일이 아니다. 그토록 매운 것을 먹는 현대인들의 삶이 이해되기도 한다. 세계를 점령한 중독 경제학-인류를 위기에 빠뜨린 중독의 쾌락이라는 책에 나오는 고추의 중독에 대하여 읽다가 느낀 것이 있다. 고추의 매운맛에 중독된 현대인들이 그것이다. 고추에 점령당한 인간의 모습이 재미있다. 이제 인간은 고추 없이는 맛을 내지 못하고 고추 없이는 살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고추의 강력한 지배력이 어떤 정도인지를 생각하면 흥미롭다.

매운맛에 중독이 되듯 고난도 중독이 될 수 있다. 고난의 중독성도 만만치 않다. 나는 이미 고난에 중독된 사람인지도 모른다. 오랫동안 나는 고난을 즐기자고 말해왔다. 실제로 고난 없이 인간은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마치 캡사이신의 정도가 높은 음식을 찾는 현대인의 모습처럼, 주를 믿는 우리는 고난의 강도를 점점 높여야 할지도 모른다. 고난의 정도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더 존귀한 인생으로 쓰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래전 아내가 극동방송 신앙 간증 수기 공모에서 대상을 받은 적이 있다. 탈북자가 2등이었으니 아내가 당한 고난의 강도가 탈북자보다 더 높았다는 말이다. 간증은 고통의 강도가 결정한다. 간증의 질이 높아지려면 고난의 정도가 극에 달하여야 한다. 아내가 그 상을 받았으니 나는 나쁜 남편이다. 아내를 그만큼 고생시킨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나도 고난의 정도에 있어서는 만만치 않은 삶을 살고 있다. 눈의 시력을 잃었고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깊은 상처를 받으며 살았다. 그런데 이번엔 발목 골절에 암이 발견되었으니 내 고난의 강도는 더 높아지고 있다. 캡사이신의 정도에 따라 마라탕의 매운맛이 결정되듯 내 고난의 강도가 더 높아지고 있다. 웬만한 사람은 먹을 수 없을 정도의 매운 고통이 내게 찾아왔다. 그러나 이것도 이겨 내야 한다. 매운 것에 중독되듯 나도 고난에 중독된 사람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고난을 마주하여야 한다. 고난에도 중독성이 있다. 고난을 즐기다 보면 고난은 즐거운 게임이 된다. 마치 혀를 내두르며 매운 마라탕을 먹고 나서 더 매운 것을 찾듯이 고난도 매운 음식을 먹듯 즐기면 된다. 그래서 나는 고난을 즐기기로 했다.



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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