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 선교를 하면서 역파송 선교와 몽골학교의 의미를 깨달았기에 한길만을 걸었다. 처음 이주민 사역을 함께 하던 이들 중 지금까지 남아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1세대 사역자들이 떠난 이유는 다양하지만 대부분 끝이 보이지 않는 사역에 대한 부담과 고통 때문이다. 재정적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은 이주민 사역자들의 가장 큰 고민이다. 한국교회 안에서 이주민 사역은 비주류 아웃사이더나 하는 사역이라는 일종의 고정관념과 편견도 큰 부담이다.
이주민 사역자들은 재정적 어려움을 스스로 해결하여야 하고 기존의 목회적 패러다임과는 다른 목회를 한다는 부담까지 짊어지며 살아야 한다. 33년간 이 사역을 하면서 수많은 사역자를 만났고 이 길에서 떠나는 이들을 보아왔다. 나와 처음 이주민 사역을 하던 한 목회자는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다. 그는 1세대 이주민 목회자이며 '한국교회 외국인 노동자 선교협의회'를 나와 함께 만들었고, 가장 힘든 시절을 함께 보냈었다. 그런 뚝심과 열정으로 살았던 그는 어느 날 미국으로 떠난다며 마지막으로 나를 찾아왔었다. 못내 섭섭하고 안타깝게 그를 보내던 때가 떠오른다. 새로운 곳을 향해 떠나던 그의 뒷모습은 오랜 시간이 흘렀건만 아직도 내 기억에 남아있다.
그동안 나는 시력을 잃어 1급 장애인이 되었고 이제는 암과 투병을 하고 있다. 참으로 모진 고통의 세월을 살았다. 외로운 것은 기본, 힘들고 괴로운 날이 일상이었다. 죽을 만큼 아팠고 일어설 수 없을 만큼 절망하기도 했다. 교회와 친구들부터 비아냥과 모욕을 당했고, 무지한 이들로부터 폭력적인 말을 듣기도 했다.
그러다 죽음의 길목에서 주님을 만났고, 그분의 은혜로 살았다. 위로받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아내와 가족 그리고 몇몇 교우들이 전부였다. 중간중간 지금 가는 길이 맞는지 의심했고 돌아가려고 했다. 너무 힘들고 외로워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다.
그러나 이 길이 맞는다는 믿음으로 버텼고 참았다. 오직 주님만이 내게 주실 수 있는 희망의 믿음이 있었다. 이 길이 맞는 이상 포기할 수 없었다. 버티는 것을 넘어 더 열정적으로 일했고 열심히 사역했다.
영성이란 무엇인가? 내 삶의 의미를 깊이 깨닫고 주님 주신 사명 앞에 순종할 수 있도록 도우시는 힘이다. 영성은 오락가락할 수 없다. 처음과 끝이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그것은 믿음이며 삶을 지탱하게 하는 강력한 에너지다.
이제껏 그 영성의 힘이 나를 살게 하였고 사역과 현장을 지키는 힘이었다. 영성의 힘은 우리로 죽음 앞에서도 당당할 수 있게 한다. 그래서 순교도 가능하고 선교도 목회도 하는 것이다. 이주민 선교도 마찬가지다. 이주민 사역은 더욱 영성이 필요하다. 버티고 인내하고 끝까지 한길을 걷게 하는 믿음이 절대적이다.
세상에서도 성공을 바란다면 끝까지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똑같은 길을 가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적어도 자신의 판단과 깨달은 바가 있어 결단하였다면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성공할 수 있다. 성공한 사람은 끝까지 자신의 길을 멈추지 않는다.
나는 오랫동안 이주민 사역자로 살았고 포기의 순간을 이겨왔다. 그래서 이주민 사역의 성공 조건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그것은 인내라고 답한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자기의 길을 묵묵히 가는 것이다. 외롭고 힘든 것은 당연하다. 오히려 그것들을 즐기고 누리며 살아야 한다.
이주민 사역을 하는 나는 지금 행복하다. 후회 없이 살았다. 한 번도 멈추지 않고 이 길을 걸었다. 그래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2025-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