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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드 이야기

   
유목주의를 알면 세계가 보인다 (1)


-속도를 지배 한 사람들, 속도를 지배한 조랑말-

21세기는 새로운 유목민의 시대이다. 국경과 민족의 경계선을 넘어 이제 공간의 개념보다 시간의 개념이 더욱 중요한 시대가 된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도 이제 외국인을 보는 것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미 120만 명에 이르는 다문화 이주자들이 우리의 이웃으로 살고 있지 않은가. 유목주의는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중 하나가 되었다. 유목주의란 한 곳에 머무르거나 고착된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필요에 따라 이동할 수 있다는 융통성과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삶의 방식을 말한다. 유목주의를 배우지 않고는 미래 사회에서 성공할 수 없다. 유목주의는 우리 시대의 필수적인 가치이며 트랜드이다.
유목주의의 특징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공간보다 시간을 더 중요시한다는 점이다. 시간은 곧 속도를 말한다. 속도를 지배하는 자가 전부를 지배하는 세상이 되었다. 속도가 유목주의를 상징하는 가장 중요한 개념인 것이다. 

우리는 아이들을 키울 때에 공간 안에 가두어 키운다. 아이들이 노는 공간을 만들어  멀리 가지 못하도록 그 안에서만 놀라고 강요한다. 꽤 규모있는 식당에 가보면 반드시 아이들이 노는 공간이 따로 있다. 아이들을 그곳에 가두어 놓고 부모들은 밥을 먹는다. 아이들이 노는 공간 안에는 온갖 장난감과 놀잇감을 넣어준다. 그래서 공간 안에 자연스럽게 가두어 두려는 것이다. 우리가 공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화라면 몽골이나 유목민들은 시간을 더욱 중요한 것으로 생각한다. 그들은 공간중심적인 사고방식보다는 시간중심적인 삶을 살아간다. 아이들을 키울 때에도 우리와는 달리 시간 속에 가두어 키운다. 시간 속에 가둔다는 말은 그 넓은 초원에서 아이들을 키우면서 터득된 삶의 방식일 것이다. 끝없는 초원에서 유목을 하는 그들에게 아이들을 키우는 고민은 아이들을 공간속에 가두어 놓고서는 키울 수 없다는 것이었을 것이다. 그러면서 유목민들은 자연스럽게 아이를 시간 속에 가두어 키우는 지혜를 터득하게 된 것이다. 즉 시간을 지배하는 문화 안에서 시간 속에 가두어 키우는 법을 안 것이다. 그들은 아이의 두 발목을 무명실로 묶어놓고 초원에 내버려둔다. 하루종일 유목을 하고 돌아온 그들은 아이들이 없어졌다고 호들갑을 떨지 않는다. 그때부터 말을 타고 게르(집) 주변을 한바퀴 돌아보면 반드시 1km 안에 있는 아이를 발견하게 된다.  발목을 묶은 그 무명실로 보폭을 좁게 만들어 놓았기 떄문이다. 이것이 바로 짧은 보폭으로 인하여 멀리 갈 수 없도록 시간속에 아이를 가두어 키우는 방법이다. 속도를 지배하면 된다. 우리는 아이들을 공간 안에 가두어 키우고 유목민들은 시간 안에 가두어 키운다. 그러니 처음부터 경쟁력이 다르다. 공간중심적인 사람과 시간중심적인 사람은 삶의 방식이 다른 것이다.  

지금까지는 공간중심적인 삶의 문화가 더 경쟁력이 있었다. 그러나 21세기는 공간중심적인 문화가 아니라 시간중심적인 삶의 방식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산업사회는 분명히 공간중심적이었다. 그러나 지식 정보화 시대는 더 이상 공간중심적이지 않다. 지금은 속도를 지배하는 시대다. 그래서 컴퓨터의 속도가 얼마나 빠른가가 중요하다. 우리집에 연결된 인터넷 속도가 중요한 가치의 기준이 된다. 속도가 중요한 시대가 된 것이다. 속도를 지배하지 못하면 광속의 경쟁사회에서 결코 승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간은 사이버화 되었다. 컴퓨터의 무궁무진한 공간속에 이미 우리가 갖고 있던 아날로그의 공간은 없어진 것이다. 남은 것은 속도뿐이다. 21세기가 새로운 유목민의 시대라는 말은 여기서부터 출발한다. 바로 속도를 지배했던 유목민의 삶의 방식이 그대로 21세기에 복제된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칭키스칸은 이미 13세기 초에 세계화를 넘어 정보화 사회를 만든 사람이다. 속도를 지배하는 자가 전세계를 지배한다는 논리를 증명한 것이다. 속도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 칭키스칸은 속도를 지배하기 위하여 조랑말을 탔다. 조랑말을 타고 말을 달리는 속도와 몽골제국의 땅 넓이는 비례했다. 속도를 지배하니 아무도 그를 따라잡지 못한다. 조랑말은 속도를 지배하는 상징이다. 그에게 유일한 관심은 국경이나 보잘 것 없는 몇 평의 땅이 아니다. 몇 평짜리 아파트 같은 것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조랑말의 능력이다. 조랑말만 잘 키우면 그따위 땅은 얼마든지 소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속도를 지배하면 땅은 생긴다. 그것이 유목민의 가치다.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속도를 지배하는 삶의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뿐이다. 정보도 속도전이다. 누군가에게 뒤쳐진 정보는 이미 정보가 아니다. 정보가 정보로서의 가치를 가지려면 아무도 따라잡을 수 없는 속도 안에 있어야  한다. 한발 빠른 생각과 정보만이 의미있는 것이다. 늦은 생각과 정보로는 언제나 하수의 삶을 살 수 밖에 없다.

나는 눈이 안보이기 시작하면서 컴퓨터와 결별했다. 하긴 눈이 보일 때에도 컴퓨터와는 별 친한 관계가 아니었으니 그다지 억울할 것도 없다. 지금은 인터넷이고 정보수집이고 컴퓨터로 하는 어떤 작업도 하지 않는다. 그런 측면에서 나는 원시적인 사람이다. 그러나 내게 한가지 장점이 있다면 언제나 속도를 지배하는 자가 모든 것을 지배한다는 중요한 명제를 한번도 잊어본 적이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얻어진 내 삶의 영원한 좌우명이 '최고가 아니라 최초의 삶을 살자' 라는 것이다. 최초가 되는 삶만이 내 인생을 맛나고 행복하게 한다.
나는 우리나라에서 외국인근로자 선교를 가장 먼저 시작했다. 1992년 겨울부터 구로동에서 시작한 이주자들에 대한 선교와 헌신은 최초의 역사다. 누구든지 내 앞서서 먼저 이 사역을  했다고 한다면 그것은 곧 거짓말이다. 나는 그가 누구든지 그와 대면할 수 있다. 모두가 인정하는 최초가 바로 나다. 그 후로 우리 나섬공동체는 모든 사역이 최초가 되었다. 1999년에 재한몽골학교를 세웠으니 그것도 최초요, 유일한 이주노동자 자녀학교다. 2001년에 몽골문화원을 세웠으니 그것도 후진국 문화원의 효시이며 유일한 역사가 되었다. 그해에 외국인근로자 인터넷선교방송을 시작했으니 그것도 처음이다. 양평의 다문화생태마을 같은 것은 아예 전례가 없는 일이다. 그리고 나섬의 사회적 기업이 2009년에 노동부로부터 인증 받았으니 다문화를 기반으로하는 사회적 기업으로도 최초가 되었다. 

속도를 지배하는 자가 승리할 수 있다는 신념이 만들어낸 작품들이다. 다른 사람이 한 것에는 손을 대지 않겠다는 맹목적인 고집이 있었지만 그런대로 의미있는 삶을 산 것이 아닌가? 
다른 사람보다 빨리 생각하고 더 빨리 행동하여야 한다. 빠름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지만 21세기 유목민의 시대를 살아야 하는 우리에게는 결코 간과할 수 없는 가치임에 틀림없다.
유목민은 일찍이 속도와 시간을 지배하는 법을 알았다. 칭키스칸은 속도를 지배함으로 전세계를 지배하는 영웅이 되었다. 초원을 달리는 조랑말들을 보면서 그 작은 조랑말 안에 속도를 지배하는 힘이 있음에 경탄한다. 조랑말이 작고 보잘 것 없다고 조롱하는 사람들에게 조랑말이 오히려 조롱하는 것 같다. 우스꽝스러운 조랑말이지만 속도를 지배하는 능력이 있음으로 위대한 제국의 명마가 되었다. 겉은 중요하지 않다. 속도와 시간을 지배하는 능력과 신념이 더 중요하다. 

몽골에는 타키(Takhi)라는 지구 마지막 야생마가 존재한다. 몽골에 약 600마리 정도가 남아 있다는 이 작은 말은 체고 1.32m, 몸길이 2.1m, 몸무게가 약 350kg 정도의 크기이다. 우리 몽골문화원 정실장이 직접 보고 왔다는 소리를 듣건대 조금은 초라한 모습이란다. 작고 보잘 것 없는 야생마 타키를 칭키스칸은 알았다. 저 돈키호테나 탈 것 같은 우스꽝스러운 타키를 길들이면서 세계를 지배하는 힘은 속도라는 것을 알았다. 비밀은 언제나 엉뚱한 곳에 존재한다. 속도와 조랑말, 그리고 타키의 비밀을 발견하는 사람이 21세기의 주인이 될 것이다.

타키는 조랑말의 원조다. 체고 1.32m의 작은 말이다. 내 옆에 서면 어깨 정도에 머물 작은 말이다. 그러나 그 작은 야생마는 초원을 달리면서 제국을 만들었다. 속도를 지배하는 유목민의 상징이 되었다. 칭키스칸의 제국을 이룬 일등 공신은 바로 그 조랑말이다. 유라시아의 대평원을 달리며 제국을 만들었던 그 작은 조랑말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연약하고 부족한 삶이지만, 누군가에게도 자랑할 것 없는 그런 누추한 인생이지만 그럼에도 초원을 달리며 속도와 시간을 지배했던 그 말들처럼 우리도 달려야 한다. 겉모습에 속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을 보기좋게 눌러버리는 그 조랑말의 인내와 순종을 배우며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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