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몽골에 탈북자 난민촌을 세울 것이다 > 노마드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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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드 이야기

   
나는 몽골에 탈북자 난민촌을 세울 것이다


얼마 전 윤정은 작가의 '오래된 약속'이라는 책을 읽었다. 북한의 식량난으로 탈북한 13명의 탈북자들이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로 들어오기까지의 실화를 근거로한 소설이다. 그러나 소설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만큼 무척이나 생동감있는 책이었다. 1997년 북한의 식량난은 극에 달했다. 굶어죽은 사람들이 수백만이었다고도 한다. 윤정은 작가는 자신의 책에서 등장한 인물들을 통하여 그 사실을 증언하고 있다. 두만강을 건너 모진 풍파를 겪고 우리나라에 들어오기까지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는 몇 번을 울었다. 너무도 가슴이 아팠다. 

또 한 권의 책이 기억난다. 이학준의 '천국의 국경을 넘다'라는 책이다. 저자가 실제로 경험한 이야기이다. 그때에도 나는 무척 많은 눈물을 흘리면서 그 책을 읽었다. 모두가 탈북자들의 삶과 그들을 도우며 겪었던 생생한 이야기였다.

내가 탈북자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1999년부터였다. 잘 알고 지내던 김용덕 장로님과 중국 변방으로의 여행을 통해서 나는 탈북자들과 꽃제비들을 만났었다. 그때 그들이 탈북하는 경로를 찾아갔었다. 중국 길림성 연길시에 도착한 것은 1999년 3월 1일이었다. 내가 그 날짜를 기억하는 것은 그날이 아내의 생일날과 같았기 때문이다. 
연길에 도착하니 눈이 오고 있었다. 매캐한 연탄가스 냄새가 안개처럼 자욱했고 공항에 내려 밖으로 나오니 북한 아이들로 보이는 꽃제비들이 거지동냥을 하며 손을 벌렸다. 그 자체가 충격이었다. 그날 밤에 찾아간 꽃제비들의 숙소에서 나는 거의 말을 잃을 지경이었다. 열 서너 살 된 소년들이 우리나라 유치원 아이로 보일 정도로 작았고, 아이들의 모습은 처참했다. 다음날 아침 우리 일행은 용정을 거쳐 삼합으로 갔다. 삼합은 두만강과 인접한 국경마을이다. 강 앞에 섰다. 불과 몇 십 미터 앞에 북한 병사들이 보였다. 그 맞은편이 북한의 무산이다. 북한 땅과 산은 나무 한 그루 없는 그냥 황토색의 벌거벗은 맨 땅이다. 나무와 산도 그렇게 헐벗어 있었다. 다음날 우리는 두만강변을 따라 갔다. 강행군이었다. 탈북자들의 탈북루트를 따라 두만강변을 달렸다. 어느 조선족 마을에서 점심도 먹었다. 미리 예약을 해 두었는지 그곳에서 먹은 두만강 쏘가리 매운탕의 맛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백두산을 거쳐 다시 연길로 돌아올 때까지 나는 무척이나 많은 생각에 잠겼다. 연길로 돌아온 날 저녁 우리 일행은 연길시 어느 마을에서 북한 노동자들과 함께 저녁 식사를 했다. 사실은 국가보안법으로 끌려갈 수 있는 일이었다. 밤에 몰래 만난 북한 노동자들은 북한에서 온 기술자들이라고 했다. 우리 일행을 맞이하는 그들의 모습은 매우 진지했다. 저녁을 함께 먹고 싶다고 미리 연락을 해 두어서인지 그들은 매우 정성스럽게 식사 준비를 해 두었다. 고기도 있었고 그들이 즐겨먹는다는 북한 산 술도 있었다. 그들이 살고 있는 방에 들어가니 정 가운데에 김일성의 사진이 붙어 있었다. 물론 그들의 가슴에도 김일성의 뺏지가 달려 있었고 그들은 남한에서 온 우리 몇 사람에 대하여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김장로님의 주선으로 만난 그들과의 만남은 지금도 잊을 수 없는 큰 도전이었다.
   
그렇게 일주일을 보내고 돌아오면서 나는 깊은 생각과 함께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책임감 같은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돌아와 시작한 것이 바로 한민족선교정책연구소의 창립이다. 물론 그 연구소 창립에는 과정이 있다. 당시 서울로 돌아온 나는 이근복 목사님을 비롯한 몇 분의 선배 목사님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그 다음해 나는 몇 분의 목사님들을 모시고 다시 연길로 갔다. 삼합과 도문 등 두만강변을 다녀 보았다. 그리고 북한의 탈북자들을 직접 만나고 함께 고민을 나누었다. 그런 과정을 거쳐 만든 것이 한민족정책연구소였던 것이다. 
내가 나그네들을 선교하면서 지내온 과정에서 탈북자 문제에 대하여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들 또한 우리가 함께 가야할 나그네들이 아닌가?  

그 후로 나는 아내와 우리 아들 둘을 데리고 저 서쪽 단동에서부터 압록강변을 따라 광개토왕비가 있는 집안, 다시 압록강을 따라 백두산 그리고 두만강으로 도문을 거쳐 훈춘과 동쪽 끝 방천까지, 완전히 서쪽에서 동쪽까지 찾아갔었다. 무척 힘든 여정이었지만 그 길을 따라 갔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우리 민족의 역사와 아픔, 통일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도 했었다. 그놈들이 지금도 그것을 기억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내가 탈북자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을 즈음 몽골에서 인권위원장이라고 하는 대법관 한 사람이 우리 공동체를 방문했다. 한국에 와 있는 몽골인 근로자들의 인권실태를 조사하기 위하여 찾아온 것이다. 그를 만나고 저녁을 함께 하는 자리에서 나는 몽골의 인권위원장에게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몽골의 인권 위원장으로서 한국에 온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한국에 와 있는 몽골인들의 인권문제는 지금 많이 좋아지고 있습니다. 당신이 아시다시피 나 같은 목사들이 그 일을 하고 있지요. 그래서인데 나는 당신에게 한 가지 할 말이 있습니다. 당신이 우리나라에 와 있는 몽골인의 인권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다면 나도 당신의 나라 몽골에 있는 우리 동포들의 인권문제에 대하여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는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고 있었다.
나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우리나라처럼 작은 나라에 몽골인들이 많이 와 있습니다. 적어도 3만 명이 넘을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당신들의 아이들을 위하여 나는 지금 몽골학교를 세워 운영하고 있습니다. 몽골문화원도 만들었구요. 물론 지금 나는 눈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만큼 고생을 한 것이죠. 이제 나는 당신이 몽골의 인권위원장으로서 몽골에 있는 우리 동포들의 문제에 대하여도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는 여전히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다시 말을 이어갔다.

"우리 동포들이란 바로 탈북자들입니다. 몽골은 북한과 두 번째 수교국으로 무척 가까운  나라라고 들었습니다. 지금 중국 땅에 가 있는 탈북 난민들의 문제는 매우 심각합니다. 그들이 더 이상 갈 곳이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 몽골이 유일한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베트남이나 라오스 같은 동남아시아로 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미 그곳은 중국에서 루트를 차단하고 있습니다. 몽골과 중국의 국경은 넓어서 그렇게 폐쇄하거나 막을 수가 없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몽골로 들어갈 수 있다는 말입니다. 문제는 탈북자들이 몽골에 가서 살아갈 방법이 없다는 것입니다. 넓은 초원지대에서 살아갈 방법은 그들만의 촌락을 만드는 것입니다. 당신이 인권 위원장이라면 그런 일들에 대하여 관심을 갖고 우리를 도와주어야 합니다. 나는 지금 그 일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 탈북 난민들을 도와주시는 것은 우리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몽골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난민촌을 만들 수 있도록 인도적 차원에서 묵인만 해주시면 됩니다.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해 달라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만약 그것을 허락하신다면 몽골은 경제적으로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같은 종교인들이나 비정부 민간단체들이 몽골에 엄청난 경제적 이익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습니다."

나는 쉴 사이 없이 그에게 토해내듯 말하였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고는 그의 표정을 바라보았다. 그는 당황하고 놀라고 있었다. 그 후로 나는 몽골에 난민촌을 세우는 프로젝트를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다. 지금 이 프로젝트를 공개하는 것은 함께 할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부 대 정부는 할 수 없는 일이기에 나 같은 사람들이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충분히 명분이 있는 사람이다. 우리나라에 들어온 몽골인들을  돕고 있으며, 그들의 아이들까지 공부시키고 있고, 어린이집을 만들어 몽골 아이들을 먹이며 재우며 키우고 있다. 나는 눈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그들을 위하여 치열하게 살아왔다. 몽골에는 많은 친구들이 있으며 그들은 내게 고마움을 표시한다. 나는 몽골의 대통령으로부터도 친선훈장을 받았다. 울란바타르 시장이나 총리도 가깝게 만나 친구처럼 지내고 있다. 그만큼 도덕적 명분이 있고 그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나는 외교도 국제관계도 모르지만 단지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야 한다는 것만은 잘 알고 있다.

이제 탈북 난민들을 위한 공동체가 몽골에 세워져야 한다. 탈북 난민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것은 대단히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탈북 난민들이 당장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것은 그들에게나 우리에게나 그리 도움이 되지 않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오히려 그들이 몽골의 어느 초원지대에서 함께 더불어 살면서 최소한의 시간을 벌고 경제적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우리 모두에게 더 유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몽골을 통일의 완충지대요, 학습과 교육의 현장으로 만든다면 큰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문제는 몽골을 설득하는 것이며, 함께 이 일을 도모할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내게는 그 아이디어가 있고 명분이 있다. 나는 몽골의 지도자들을 설득할 준비가 되어 있다. 함께 할 사람이 필요하다. 지금이 그 기회다. 함께 몽골에 탈북 난민촌을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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