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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드톡 71 몽골, 그 제국의 조건


몽골, 그 제국의 조건

몽골은 몽골 초원의 작은 한 부족이었다. 당시 몽골 초원에는 몽골 외에도 케레이트, 나이만, 타타르, 메르키트, 거란 등과 같은 다양한 부족이 흩어져 살고 있었다. 몽골도 그들 중 하나였다. 1206년 테무친이 제국을 건설하면서 그 초원의 모든 부족국가들이 하나의 연합체로 발전한 것이다. 다만 몽골이라는 부족이 대표가 되어 우리는 몽골이라는 민족이 제국을 이룬 것이라 말하는 것뿐이다.

나는 얼마 전 몽골의 고비사막을 다녀오면서 초원의 매력을 실감하였다. 그것은 말로 형용할 수도 머리로 이해할 수도 없는 매우 특별한 것이었다. 초원에는 영감이 떠오르게 하는 그 무엇이 있었다. 초원의 매력은 남다르다. 바다가 물을 가리지 않듯 초원도 모든 것에 열려있었다. 바다가 되려면 가장 낮은 곳에 자리하고 있어 이 세상의 모든 오물조차도 받아들여야 바다가 되는 것처럼 초원도 그런 느낌이었다. 받아들여야 존재할 수 있다는 그 절박함 같은 것이 초원에서 느껴졌다. 
초원은 절박했다. 그곳은 광야이며 사막이었고 사람도 짐승도 쉽게 살아남을 수 없는 척박함의 땅이었다.
초원이라는 말도 사실은 광야를 포장한 것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초원도 초원 나름이다. 그곳은 모든 것에 갈급하고 절박한 땅이었다. 이 땅에서 살아남을 자 그 누구였을까? 이 척박한 고비와 광야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무엇이었을까? 그 땅은 인문학을 삶으로 배울 수 있는 인생 학교다. 인생과 인간과 역사까지 한꺼번에 가르쳐주는 땅이다.
몽골의 초원과 고비사막은 삶을 가르쳐 주는 학교다. 광야학교라는 말처럼 고비에서는 보고 즐기는 것이 아니라 고비는 느끼고 고백하는 곳이다.
광야에서는 받아들여야 살아남을 수 있다. 바람도 물도 인간도 받아들여야 한다. 배척하고 다투면서 살아갈 수 없는 곳이다. 그곳에서는 협력하고 배려하며 살아야 한다. 더욱이 차별이 있어서는 안된다. 차별이 아니라 차이만이 있을 뿐이다.
타인과 접속하지 않으면 근친의 오류가 생길 수 있기에 찾아오는 누구와도 친밀하며 그가 설사 적이라도 받아들여야 한다. 그들은 근친의 위험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기회가 오면 아무런 조건 없이 받아들이는 것이 생존의 법칙이었기에 그들은 자신만을 고집하지 않았다. 그렇다. 그래서 제국의 조건은 융합과 섞임이다. 통섭과 관용이다. 

작은 몽골이라는 부족의 칸이었던 테무친이 몽골 제국의 칭기즈칸이 될 수 있었던 조건은 모든 문화와 민족을 아우르는 넓은 가슴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삶에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융합의 유전자가 있었다. 지금부터 800년도 더 지난 그 까마득한 시절에 어떻게 그는 세상을 하나로 섞어야 강해질 수 있다는 진리를 알고 있었을까? 누가 그에게 그 통합과 융합의 철학을 가르쳐 준 것일까? 그것은 광야에서 나온 배움이다. 고비에서 깨달은 진리다.
어쩌면 그것이 산에서 살아온 우리와 초원에서 사는 몽골인의 차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주민족과 유목민족의 차이가 아니라 산과 광야의 차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섞이는 것에 매우 민감하다. 우리가 순혈주의를 강조하는 문화 속에서 살았던 것이 이제 조금 이해가  된다. 그러나 순혈은 없다. 순혈은 존속할 수 없는 원초적 한계를 가진 논리이기 때문이다. 순혈과 순혈이 결합하면 왜곡되고 부정적인 유전자가 강화된다. 열성이 강화되는 것이다. 열성이 사라지고 우성이 되려면 나와 타인이 섞여야 한다. 제국은 그렇게 만들어진다. 순혈과 순혈의 결합이 아니라 다양한 피와 문화가 섞일 때만이 가능하다. 그래야 놀라운 창조가 일어나며 상상할 수 없는 시너지가 생기는 것이다.
고비에서 배운 것은 융합하여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진리다. 광야에서 깨달은 것은 순혈이 아니라 섞임의 문화만이 제국을 이룰 수 있다는 사실이다.
오만 명이 출병하여 돌아올 때에는 십만 명의 병사들을 데리고 돌아왔다는 그 전설 같은 이야기의 의미를 알겠다. 그래서 칭기즈칸은 자신의 제국을 이름하여 '예케 몽골 우르스!' 즉 '위대한 몽골의 백성들!'이라 했다. 몽골은 바다이며 끝없이 펼쳐진 초원이라는 그릇이다. 그 그릇에 모든 민족과 문화를 담아내고 싶었을 위대한 칸의 땅이 광야이며 고비다. 제국의 조건은 융합이며 섞임이고 포용이며 관용이다. 누구와도 친구가 되어야 한다. 적이 아니라 동지를 만드는 자가 미래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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