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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드톡 75 예수교 장로회 총회 100주년 기념 공로상을 받으며


예수교 장로회 총회 100주년 기념 공로상을 받으며

지난 9월16일(수), 부끄럽지만 우리교단 총회 100주년 감사예배 때 100회 총회 기념 국내선교부문 공로상을 받았다. 참으로 영광스러운 자리요, 영예로운 상이다. 
그러나 한편 부끄럽고 민망한 부분도 없지 않다. 왜 하필 나였을까를 생각하면 앞서 많은 일을 해온 다른 선후배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절로 든다. 물론 내가 먼저 그 상을 타겠다고 덤벼든 것은 아니지만 막상 수상을 하고 보니 주변의 선후배들에게 미안한 마음 금할 길이 없다. 다른 이들도 고생하며 사역하고 있는데 나만 고생한 냥 비춰지는 것도 부담스러운 일이다.     
그럼에도 어찌되었든 상을 탄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그것도 100주년 기념 공로상이다. 100년 만에 한번 주는 상을 받았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영광스러운 일이다. 이제 그 상에 부끄럽지 않은 나섬을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도 든다.
돌아보면 1992년 겨울부터 시작한 사역이다. 힘들고 어려워 도망하고픈 날들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들짐승같이 거친 이들로부터 상처를 받았고 그래서 도저히 용서할 수 없었기에 내 눈을 대신 내주었다. 내 안의 스트레스는 외국인 노동자들 때문이 아니라 곁에 있던 이들이 던지는 비수 같은 말들 때문이었다. 그렇게 나는 절망의 늪에서 헤매이며 살았다. 경제적 어려움은 말할 것도 없었다. 아내에게는 한 달에 30만원도 되지 않는 생활비를 주며 살라 했었다. 그래도 아내는 불평한번 하지 않았으니 참으로 고맙다. 그래서 오늘 받은 상의 절반은 아내의 몫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그네를 섬기고 선교하는 일은 거칠다 못해 척박하다. 세계선교라는 울타리는 그나마 후원도 되고 외국에 나가서 하는 사역이니 폼도 잡을 수 있겠지만, 우리의 나그네 선교는 폼도 안날 뿐더러 개척교회도, 농어촌 교회도 아닌 그대로 특수목회다. 알아달라고 시작한 일은 아니었지만 참으로 하기 힘든 목회임이 분명하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스스로 대견하다. 공로상을 수상하는 그 자리에는 많은 이들이 있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이 손을 내밀며 축하를 해 주었다. 멀리 아프리카에서 온 군목 동기도 있었다. 우리 교단 목회자가 아니었지만 해외인사로 총회에 참석하게 되었는데 우연히 수상 소식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이쪽저쪽에서 손을 잡아주며 축하의 인사를 건넬 때마다 누구냐고 물어 보았다. 눈이 보이지 않으니 물어야 한다. 그래도 좋다. 친구도 있고 선배도 있다. 오래전부터 아는 장로님도 있었다. 
그러나 그 자리에 꼭 계셔야 할 분이 없었다. 아버지 장로님이다. 작년 2월에 소천하신 아버지가 간절히 생각난다. 아버지 장로님이 계셨다면 얼마나 기뻐하셨을까? 아버지는 언제나 내 삶과 사역에 헌신적이셨기에 이 상의 영예를 아버지에게 드리고 싶다. 아버지는 나의 동역자셨으므로 내 상의 반은 분명 아버지 장로님의 것이다. 혹시 수상소감을 말하라 하면 그 말을 하고 싶었다. 아버지 장로님에게 대신 드리고 싶은 상이라고...
나섬의 스텝들도 여전히 고생을 많이 한다. 이 상은 분명 나 혼자 받은 것이 아니라 나섬의 스텝 모두에게 준 상이라 생각한다. 그들의 도움이 없이 나 홀로 이 상의 주인공이 될 수 없다. 물론 우리 나섬의 교인들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나섬의 교인들은 정말 소중하고 깨어있는 이들이다. 이 시대에 누가 나그네 섬기는 일을 좋아할까 싶지만 우리 교인들은 나그네 섬김을 자청한 이들이다. 한 분 한 분에게 이 상의 기쁨을 나누어 드리고 싶다. 
멀리보고 살아야 한다. 멀리 바라보고 길게 사역하고 목회를 하여야 한다. 지금이 아니라 역사를 믿고 살아야 한다. 나는 현실의 어려움에서 한 순간도 벗어날 수 없었지만 그럼에도 역사를 믿고 살았다. 역사가 평가할 것이라 믿었고 역사의 평가가 곧 하나님의 평가라 믿었다. 하나님은 오늘의 화려함이 아니라 보잘 것 없는 작은 몸짓을 오히려 칭찬하실 것이라 믿으며 살았다. 예수라면 지금 어떻게 사셨을까를 상상하며 살아야 한다고 믿었다. 그것이 내가 존재하는 이유다.
100년에 한번 주는 공로상을 받고 다시 살아가야 할 길을 본다. 멀고 험하다. 길이 끊겨 절벽을 만날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야 한다. 다시 봇짐을 어깨에 메고 길을 나서야한다. 상을 받기 위함이 아니라 이것이 내가 살아야 할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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