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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드 이야기

   
톡156 그리스에서 천국을 보다 / 그리스 아테네 사마리아 센타에서

  무슬림 난민들이 생겨나면서 이곳 그리스 아테네는 난민들의 이동 거점이자 유럽으로 들어가는 길목이 되었다. 그 가운데 아테네의 사마리아 센터는 오갈 데 없는 무슬림 난민들의 소중한 안식처다. 성서 속 선한 사마리아인의 역할을 감당하는 곳이니 참으로 귀하다.

나는 지금 어수선한 이곳 사마리아센터에서 감동이 오는 대로 글을 써내려간다. 어차피 보이지도 않고 여기에 오기 전 발바닥에 상처가 생겨 걷지도 못하는지라 이렇게 글로라도 감동을 남기는 것이 나의 사역이라 생각하고 있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은 1층이고 위층에서는 호잣트 선교사가 이란인들을 비롯한 페르시아권의 난민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있다. 정말 정신없이 돌아가는 사역이다. 주방에서는 점심식사를 준비하느라 분주한데 냄새로 보아 오늘 점심은 닭볶음탕인 듯하다.

판가즈 전도사를 비롯한 어린이 사역팀 또한 난민 어린이들 맞을 준비로 바쁘게 움직인다. 덩달아 영길이도 어린이 사역팀에 끼어 무언가 열심히 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침술사역과 난민여성들을 위한 미용 서비스까지 하려니 사마리아 센터가 마치 어느 시골 장터 같은 분위기다. 서울에서부터 아테네로 오일장이 선 느낌이다. 오일장의 손님들은 난민들이고 물건을 파는 이들은 시니어선교사들이다. 우리는 흥겨운 잔치상을 준비한다. 조금은 흥분한 것 같은 우리 일행의 목소리와 움직임에서 천국의 잔치가 이러하겠구나 느껴진다. 감사한 마음에 감동이 밀려온다.

발바닥을 다치지만 않았어도 위 아래로 돌아다니며 응원하고 칭찬하고 싶은 마음 굴뚝같지만 그럴 수 없음이 아쉽다. 그러나 이것도 좋다. 움직이지 않고 앉아 듣고 느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기쁘다. 코와 귀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이 잔칫날의 흥겨움에 동참하고 있다. 눈과 발이 장애를 입었지만 그나마 듣고 냄새라도 맡을 수 있으니 참 좋다. 부족하지만 나는 내 자리를 만들고 아직 끝나지 않은 내 존재를 확인한다.

성공하고 완전해야 하나님 나라 잔치에 참여하는 것은 아니다. 내 삶이 부족하고 열등하지만 이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연로하고 무릎이 아픈 나의 어머니 권사님도 내 옆자리에서 말로 사역을 챙기니 우습기도 하고 감사하다. 힘이 있어야 사역하는 것이 아니다. 힘이 없으면 없는 대로 사는 거다. 부족하고 열악함에도 존재의 가치는 있다. 돈도 아니고 능력도 아니다. 하나님 나라의 일꾼은 입으로만도 가능하고 병든 몸도 소중하게 인정된다. 일하는 사람은 일을 하고 노는 사람은 노는 대로 좋다. 천국은 평등하지 않다. 일꾼들을 부르시고 임금을 나누어 주시면서 천국의 비유를 말씀하시던 예수님이 느껴진다. 각자의 은사와 역할이 있을 뿐 누구도 앞서거나 뒤서지 않는다. 오직 각자의 자리가 있을 뿐이다. 천국은 돈이나 자본으로 계량화하거나 공과를 가늠하는 어떤 인간적인 경쟁도 필요 없다. 천국은 오직 쓰임 받는 존재만 있을 뿐이다.

지금 누군가의 간절한 기도소리가 들린다. 저이는 무슨 사연으로 이렇게 눈물을 흘리며 기도하고 있을까? 방금 앞에서는 판가즈 전도사를 중심으로 아이들을 위하여 작은 학교가 열렸다. 말이 통하지 않지만 우리는 행복하게 사역을 하고 있다. 웃고 떠드는 소리 그리고 어디선가 알지 못하는 이들의 웅성거림까지 나는 정신없이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천국이 이런 모습이 아닐까 생각하니 갑자기 눈물이 난다. 감사하고 또 감격스러워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 눈물이 난다.

2007년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에게 40일 동안 피랍되었던 유바울 선교사님은 저쪽에서 침을 맞고 계시다. 그동안 어깨가 너무 아파 고생했으므로 침술 사역팀이 오기를 누구보다도 기다렸다며 웃으시는 선교사님의 모습이 천국의 어린아이처럼 해맑다.

판가즈가 영어로 말하면 이란사람이 페르시아어로 통역을 하며 무슬림 아이들에게 복음을 증거 한다. 아이들에게 복음성가를 가르쳐주고 우리 일행은 박수를 치며 함께 한다. 웃고 떠들고 마치 난장판 같지만 여기가 천국이다. 천국이 바로 이런 것임을 나는 오늘 새롭게 발견하고 있다.

어느 누가 이렇게 온전치 못하고 비정상적이며 전혀 의도되지 않은 모습 속에서 천국이 있음을 상상했을까? 저들은 무슬림 난민들이다. 이란과 아프가니스탄에서 들어온 난민들이다. 미래에 대한 희망도 비전도 없이 저들이 지금 여기에 있다. 우리와 같은 곳에서 호흡하며 웃고 울고 떠들며 박수를 치고 마음을 연다.

난민의 아이들은 지금 이 자리에서 인생이 바뀌는 소중한 경험을 한다. 교육이 너무 중요함을 잘 아는 나는 아이들에게 더욱 관심이 있다. 그래서 더 잘하고 싶다. 가슴에서 꿈틀거리는 간절함과 절박함이 나를 더 깊은 심연의 자리로 이끈다. 사랑하며 살고 싶다고 한 마음의 소원이 이렇게 이루어진다. 행복하고 감사하다. 내 삶에 함께 하시는 주님이 여기에 계시다. 주께서 나와 우리 모두를 행복하게 만드신다. 이렇게 사는 게 잘 사는 길임을 다시 확인한다.

! 하나님 감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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