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역경의 열매 > 유해근(2) 2017-04-04 > 노마드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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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드 이야기

   
국민일보<역경의 열매 > 유해근(2) 2017-04-04

 2 여름 연합수련회 때 목회자 되기로 결심

신학대 외엔 대입 원서 안 쓴다 했더니 고3 담임교사 정말 미친놈불호령

[역경의 열매] 유해근 <2> 고2 여름 연합수련회 때 목회자 되기로 결심 기사의 사진

유해근 목사가 1981년 서울 휘문고 졸업식에서 꽃다발을 들고 웃고 있다. 유 목사는 고등학교 2학년 때 교회 여름수련회에 다녀온 후 목회자가 되기로 다짐했다.

                      

    

초등학교 1학년 때에는 서울 광장동에 살았다. 집 근처에 있는 광장교회에 다녔다. 당시에는 훗날 모교가 된 장로회신학대가 동네에 있는지도 몰랐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경기도 하남으로 이사를 갔다. 아버지는 그곳에서 농사를 지으셨다. 멀어졌지만 광장교회에서 신앙생활을 이어갔다. 그러다 아버지가 당신의 친구가 막 개척한 역삼동의 교회에 가자고 권하셨다. 고등학교 1학년 때였다. 얼떨결에 따라갔다가 그곳에서 학생회장까지 했다.

 

이듬해 여름수련회에 가서 일생의 중요한 결심을 한다. 작은 교회들이 연합해 개최한 수련회였다. 1000여명의 중·고등학생들이 모였다. 장소는 가물가물 하지만 3일 내내 비가 억수같이 내린 것은 기억난다.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그곳에서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했다. 수련회가 끝날 무렵 강사 목사님은 간증할 사람이 있느냐고 물었다.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고민하다가 내가 나섰다. 하나님이 내 삶을 주관하고 계시다는 확신이 들었고 마음속에서부터 차오르는 벅참과 기쁨을 나눴다.

 

수련회 이후 진로를 바꿨다. 신학대에 진학해 목회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원래 법대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당시 신학대는 후기 모집이었다. 전기 모집에 속해있는 대학에 떨어져도 갈 수 있었다. 하지만 난 전기 모집에서 어떤 대학에도 지원하지 않고 오로지 신학대에만 원서를 쓰기로 다짐했다. 신학은 높은 수준의 학문이며 신학대는 특별한 소명을 가진 사람들이 가는 곳이라 생각했다. 때문에 전기 모집에서 대학입시에 실패 후 신학대로 진학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내겐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전기 지원 마감일에 담임선생님의 호출을 받았다. “너 도대체 왜 전기 원서는 안 쓰는 거야?” 질문에 노기가 서려있었다. “저는 바로 신학대에 가려고 합니다. 장로회신학대 가려고요.” 선생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 새끼 정말 미친놈이네 이거라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셨다. 교무실의 모든 선생님들이 그 미친놈이 누군지 확인하려는 듯 나를 쳐다봤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졸업한 휘문고는 지금도 강남 8학군에 속해있지만 당시에도 학생들을 상위 대학에 보내야 한다는 풍토가 매우 강했다. 나름 공부 좀 하고 법대 진학을 목표로 했던 학생이 갑자기 변했으니 교사 입장에서는 이상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욕을 먹어도 좋았다. 공부하고 싶은 학문이 있었고 하고 싶은 일이 있었다.

 

그렇게 가고 싶은 신학대였지만 마주한 현실은 이상과 달랐다. 장신대에 입학한 1981, 대한민국은 혁명의 계절을 지나고 있었다. 군부독재가 시작되고 학교마다 학생운동의 열기가 고조됐다. 1학년에 불과했지만 그 시절 가졌던 고민은 내게 큰 고통을 줬다. 수도원 같을 것이라 예상했던 학교의 분위기는 기대와 달랐다. 내가 너무 고지식했던 탓이다.

 

고민하던 중 아버지의 권유로 군종장교(군목) 시험을 봤고 덜컥 합격했다. 군목이란 내게 애증의 단어다. 학교에서 시위를 하다가도 누군가 너는 군목후보생이니 뒤로 빠지라고 하면 도망치듯 물러났다. 비겁했다. 다른 군목후보생이던 한 동기는 시위주동자로 잡혀 군목후보 자격이 박탈됐고 일반사병으로 강제 징집됐다. 역사의 전환점에서 나는 내 삶의 평안을 지키기에 급급했다.

 

정리=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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