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역경의 열매> 유해근(8) 2017-04-12 > 노마드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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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드 이야기

   
국민일보 <역경의 열매> 유해근(8) 2017-04-12

불법 체류자 도와 몽골 선교사로 역파송

울란바토르 빈민촌서 목회 열심… 역파송 선교 모범 사례로 꼽혀


                             
외국인 근로자들을 섬기면서 막연하게 꿈꿨던 게 있었다. 그들을 하나님의 일꾼으로 양육해 각자의 나라로 파송하는 것이었다. 잡히지 않을 것 같은 꿈이 현실이 된 것은 몽골인 여성 보르마를 통해서다.

그는 1996년 초 한국 땅을 처음 밟았다. ‘한국에서 일하면 돈을 몇 배나 더 벌 수 있다’는 소식에 15년 동안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2주짜리 초청비자로 들어왔다. 그리고 1년 2개월간 불법체류자 신세로 돈 벌기에 여념이 없었다. 대전의 양계장에서 일하던 보르마는 양계장에 불이 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서울로 올라왔다.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악덕 고용주들이 불법체류자라는 약점을 잡아 임금을 제때 지불하지 않는 등 착취를 했다. 우연히 서울외국인근로자선교회를 알게 된 보르마는 우리 선교회의 도움으로 밀린 급여를 받을 수 있었다. 월급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줘 고맙다며 선교회 안에 있는 나섬교회에 나오기 시작하면서 그는 차츰 변화됐다. 돈밖에 몰랐던 한 외국인 불법체류 여성이 하나님을 만난 것이다. 그 뒤로 지폐 세는 일보다 성경책 넘기는 게 좋아졌고 식당 일보다 교회에서 성도들을 위해 식사 봉사하는 일이 훨씬 더 즐겁고 보람되게 느껴졌다고 한다. 하루는 보르마가 내게 “성경말씀을 읽고, 설교를 들으면 힘이 생겨요. 이렇게 좋은 것을 왜 지금까지 몰랐었나 싶어요”라고 말했다.

그녀는 여전히 불법 체류자였다. 결단이 필요했다. 주위의 조언으로 보르마는 울란바토르로 귀향했다. 현지의 몽골연합신학교를 졸업하고, 현지 교회에서 3년간 전도사로 활동했다. 하지만 뭔가 부족한 느낌이었다. 그녀는 내게 편지를 썼다. “목사님, 하나님을 좀 더 많이, 깊이 알 수 있도록 저의 지경을 넓히고 싶습니다.”

합법적인 절차를 통해 2004년 그녀를 한국으로 불러들였다. 한국어훈련 코스에 이어 2005년 초, 3년 과정의 장로회신학대 신대원 목회학석사(MDiv)과정에 보르마가 입학할 수 있도록 도왔다. 보르마는 새벽 5시부터 이튿날 새벽 1∼2시까지 한국어와 영어 공부를 하느라 매일같이 씨름했다. 학교에서는 보르마의 학업 성취도뿐만 아니라 성실함에 후한 점수를 줬다. 보르마는 교회개척 사역훈련 등을 받고 몽골로 돌아갔다.

보르마 목사는 현지인이기에 한국선교사와는 달리 선교와 목회활동에 제약이 훨씬 덜하다. 이것이 역파송 선교의 효과다. 그녀는 현재 울란바토르 외곽의 빈민촌에서 목회를 하고 있다. 얼마나 열심인지 모른다. 교회를 확장해 지을 정도로 부흥을 경험했다. 그가 열정적으로 목회를 하고 있다는 증거다.

보르마는 한국에 온 외국인 근로자들이 신앙을 수용한 뒤 본국에 돌아가 복음을 전파하는 역파송 선교의 모범사례다. 그를 통해 나는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다. 한 사람이라도 제대로 된 예수그리스도의 제자를 양육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도 바울 한 사람이 세계 선교의 지도를 바꾸어 놓았듯이 신앙 훈련을 받은 외국인 근로자 한 사람 한 사람이 그가 속한 민족을 하나님께로 인도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다. 나그네인 외국인 근로자들을 사역자로 키우는 일에 힘을 모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어쩌면 새로운 선교의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보르마 이후 우리 공동체를 통해 또 다른 역파송 선교사가 탄생했다. 정리=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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