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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드 이야기

   
은퇴는 없다 5. 바울처럼 죽는 날이 은퇴하는 날이다

사는 것과 죽는 것의 차이

오래 살고 싶다. 하지만 죽지 않고 오래 사는 것이 과연 복인가? 보통의 사람들은 무조건 오래 살고 싶어 한다. 오래 살아서 죽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진시황제도 그랬다. 120살을 살아도 더 살고 싶은 것은 보통 사람의 바램이다. 누군가에게 솔직히 120살까지 살 수 있다고 말하면 겉으로는 무슨 소리냐며 손사래를 치지만 속으로는 정말 그렇게 살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노인들이 하는 말 중 빨리 죽어야지하는 것이 누구나 아는 거짓말이라는 농담도 있듯이 오래 살고 싶은 마음은 동일하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것은 축복된 장수여야 한다. 진정한 축복은 오래 살면서 하나님 나라를 위하여 쓰임 받으며 사는 것이다. 목숨만 부지하고 삶은 누추하며 구질구질하게 이어지는 장수라면 그것은 재앙이 될 수 있다. 당당하고 성숙하며 하나님의 나라를 위하여 죽는 날까지 쓰임 받겠다는 신앙적이며 선교적인 삶이 축복된 장수이며 우리가 바라는 삶이다.

그 좋은 모델이 바울이다. 하나님의 부르신 날부터 죽는 날까지 오직 복음을 위하여 선교적 삶을 살았던 바울은 오늘 우리 은퇴자들에게 참 좋은 본보기가 된다.

 

그가 다메섹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음성을 듣고 복음의 증인으로 살기를 결단한 이후 로마에서 마지막으로 순교할 때까지의 인생은 순간순간 결단의 연속이었다. 특히 2차 전도여행 중 사도행전 16장에서 나타난 마게도니아 사람의 환상을 보고 바다를 건너 네압볼리의 빌립보와 데살로니가를 거쳐 베뢰아와 아테네 그리고 고린도에서 16개월 동안의 사역을 하는 결단은 매우 소중하다. 그가 고린도를 떠날 때에 머리를 깎고 서원하였다는 겐그리아를 가본 적이 있다.

겐그리아 항구는 사라졌지만 나는 그곳에서 바울의 결단과 서원이 무엇이었는지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더욱이 머리를 깎았다는 기록은 그의 결연한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바울은 무슨 생각으로 어떤 결단과 서원을 했을까?

다시 3차 전도여행의 일정을 따라가 보면 그의 겐그리아의 순종이 무엇이었는지를 상상할 수 있다. 그가 고린도를 떠나 다시 드로아를 거쳐 에베소 장로들을 만나는 장면에서, 바울이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길이란 순교의 길이다. 바울의 동행자들은 물론이고 제자들도 바울에게 예루살렘으로 가지 말고 수리아의 안디옥으로 돌아가라고 지속적으로 말하고 있지만 바울의 마음은 이미 예루살렘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하물며 가이사랴의 빌립의 집에서 만났던 예언자는 바울이 예루살렘으로 갈 경우 결박과 고난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말해 주었지만 바울은 그것은 성령의 뜻이 아니라 했다.

바울이 갈 곳은 이미 정해졌던 것이다. 아마도 겐그리아에서 그는 이미 예루살렘으로 갈 것을 결단했던 모양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모두가 가기를 원했던 안디옥을 거부할 이유가 무엇이었겠는가? 그의 목적지는 예루살렘을 거쳐 당시 황제가 머물던 로마였던 것이다. 로마가 바울의 목적지였으며, 로마는 순교의 장소였다.

살아 있음과 죽음의 길은 크게 다르지 않다. 믿음이 있는 자들에게 살아있음과 죽음은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사람에게 죽음은 한번 오는 것이며 누구든 그 길을 가야한다. 중요한 것은 살아있을 때에 의미있는 죽음의 길을 선택하고 순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순교의 길이 살아있는 자의 마지막 결단이다. 바울도 더 살기를 원했지만 영원히 사는 길은 복음의 증인으로 살다가 순교하는 것임을 알고 있었다. 그것이 겐그리아와 가이사랴에서의 결단이었다. 그럼으로 바울은 안디옥이 아닌 예루살렘으로 올라가기를 원했던 것이다. 그리고는 죄인의 신분이었지만 당당하게 로마로 향하여 순교하기로 남은 인생의 방향을 정했던 것이다. 아마도 바울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보다 더 영광된 자리를 선택할 수 있는 용기를 달라고 기도했을 것이다.

 

여기 바울의 고백을 보라.

3차 전도여행 중 그는 밀레도에서 에베소 장로들에게 다음과 같이 고백한다.

 

24.내가 달려갈 길과 주 예수께 받은 사명 곧 하나님의 은혜의 복음을 증언하는 일을 마치려 함에는 나의 생명조차 조금도 귀한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노라(사도행전 2024)

 

자신의 생명조차 조금도 귀한 것으로 여기지 않겠다는 바울의 고백은 그가 마지막 가는 길목에서 했던 고백이다. 그는 이미 죽음을 각오하고 예루살렘에 입성하기로 했다. 마치 예수님의 마지막 예루살렘 입성을 생각나게 하는 장면이다.

또 하나의 고백은 빌립보 성도들에게 대한 권면이다.

 

12.내가 이미 얻었다 함도 아니요 온전히 이루었다 함도 아니라 오직 내가 그리스도 예수께 잡힌 바 된 그것을 잡으려고 달려가노라 13.형제들아 나는 아직 내가 잡은 줄로 여기지 아니하고 오직 한 일 즉 뒤에 있는 것은 잊어버리고 앞에 있는 것을 잡으려고 14.푯대를 향하여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님이 위에서 부르신 부름의 상을 위하여 달려가노라 (빌립보서 312~14)

 

이 말씀은 경주자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수많은 선교적 업적과 열매를 맺었지만 이미 지나간 것들에 대하여 연연하거나 혹은 '이만하면 되었다'는 자기 합리화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남아 있는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하여만 관심을 갖고 있는 듯하다. 바울의 이런 모습과 고백이 우리에게 무엇을 가르쳐 주는가? 우리는 지나온 자신의 삶에 대하여 합리화 하거나 '여기가 좋사오니'하며 현재의 조건에 만족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바울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지나간 것은 지나간 것이고, 남은 것이 더 소중하므로 그 남은 것과 남아있는 사명을 향하여 달려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죽는 날까지 은퇴하지 말고 달려야 한다. 죽는 날이 은퇴하는 날이라는 생각으로 남은 사명을 찾아 더 불편한 곳, 위험한 곳, 때로는 죽음으로 들어가는 고난의 길일지라도 그 길을 따라 가는 길 위의 삶을 결단하여야 한다.

 

 

죽는 날까지 은퇴하지 않고 사는 것이 그토록 어려운 일일까?

나는 우리 공동체 식구들과 뉴라이프 미션의 회원들에게 은퇴하지 말고 죽는 날까지 현역으로 살라고 끊임없이 이야기 한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은퇴자들이 은퇴하는 순간부터 하는 일이란 대동소이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나는 우리 교단 은퇴 목사님 몇 분을 만나 뵈었다.

어떻게 지내시느냐 물으니 크게 하는 일은 없고, 악기 배우거나 산에 오르거나 가까운 지인들 모임에 나가는 것이 전부라고 답하신다. 우리 교단의 은퇴목사님들이 현재 1000명을 넘는다는데 이 분들이 하는 일 없이 그저 그렇게 살고 계시다 생각하니 참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평생 목회자로 살다가 나이 칠십에 은퇴하고는 딱히 할 일이 없어 그렇게 사신다는 것이 답답하다.

우리 교회에 팔십이 다 되신 집사님 중 이갑인 집사님이 계시는데 그 집사님은 지금도 현역이다. 적지 않은 연세임에도 왕성하게 사업을 하여 많은 이들을 먹여 살리고 건강하게 일상의 삶을 사신다. 현재 81세 되신 정상대 집사님도 현역으로 일하며 주어진 인생을 열심히 살고 계신다. 나는 우리 교회 집사님들에게 결코 은퇴하시지 말고 돌아가시는 날까지 현역으로 사시라 권고한다. 그것이 복이다. 진정한 축복은 죽는 날까지 현역의 삶을 유지하는 것이다.

 

 

바울처럼 죽는 날을 은퇴하는 날로 여겼던 사람

이정일 목사님

20173월 어느 날 뉴라이프 미션의 회원들과 터키와 그리스에서 무슬림 난민 선교사역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던 중 이정일 목사님께서 소천 하셨다는 소식을 접했다. 목사님은 양평 외곽에 작은 집을 마련하여 사셨는데 갑작스러운 사고로 돌아가시게 된 것이다. 나는 매우 큰 충격을 받았다. 목사님은 내 인생과 목회사역에서 결코 잊을 수 없는 소중한 멘토였기 때문이다.

목사님은 광장교회 원로 목사님으로 계시면서도 우리 몽골 문화원과 실로암 안과 등에서 거의 은퇴없이 인생을 사시던 분이다. 목사님은 내가 이주노동자 사역을 시작할 때부터 곁에서 나섬을 돕고 응원하신 분이다. 내가 가장 힘들었을 때에 큰 위로와 힘을 주시던 목사님이 갑작스러운 사고로 소천하셨다니 이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너무 슬프고 가슴이 아프다.

나는 그동안 목사님을 만나 뵈면서 참으로 복이 많은 어르신이라고 생각했다. 보통의 은퇴목사님들은 할 일이 없어 소일하는 것도 힘들어 하시는데 목사님은 여기저기 다니시며 사역을 감당하시는 모습이 어찌나 보기 좋던지...

온화한 인격과 믿음이 그런 인생을 사시도록 만든 것 같았다. 특히 몽골사역을 시작하면서 우리 공동체가 하는 일 앞에는 언제나 목사님이 계셨다. 몽골을 드나드는 동안에도 많은 도움을 주신 목사님이 천국에 가셨다. 갑작스럽게 떠나신 그 빈자리가 너무도 크게 느껴진다.

이정일 목사님은 은퇴하신 이후에도 여전히 현역이셨다. 많은 분들이 목사님의 삶과 사역을 부러워했던 것이 기억난다. 그렇게 사는 것이 진정한 축복이다.

 

 

나도 바울처럼 살고 싶다

바울은 주후 1년에서 5년 사이에 태어나 주후 67, 그러니까 네로 황제가 죽은 주후 68년의 일 년 전 쯤 로마에서 순교한 것으로 전해진다. 바울은 60세 초중반의 나이에 순교한 것이다. 그는 기독교인들을 핍박하는 바리새인에서, 예수님을 만나고 복음의 증인으로 선교적 삶을 살다가, 네로 황제의 핍박을 받아 로마에서 순교하기까지 은퇴한 적이 없었던 사람이다. 웬만하면 3차 전도여행을 마친 후 안디옥으로 돌아와 고향 다소에서 편안한 노후를 보낼 수 있었을텐데 남은 선교적 사명을 마무리하기 굳이 예루살렘과 로마를 향하여 떠나는 결단을 하였다.

 

나는 어디로 갈 것인가? 나섬과 몽골학교의 사역을 마무리하면 나도 바울처럼 떠나려 한다. 그것이 내가 살고 싶은 삶이다. 나는 지금도 떠나고 싶어 마음이 조급할 때가 있다. 매일 아내에게 혼이 나고 그러지 말라는 소리를 듣고 살지만 사실은 떠나는 것이 내 살길이라는 것을 알기에 더욱 그렇다.

바울은 예루살렘과 로마로 떠났으니 나는 어디로 갈까 궁리해 본다. 갈 곳이 많다. 먼저는 호잣트가 있는 터키와 그리스다. 그곳에는 수많은 무슬림 난민들이 모여든다. 2015년 일 년 동안 터키와 그리스를 경유한 무슬림 난민 100만 명이 유럽으로 흘러 넘어갔다. 99%가 무슬림이라는 점에서 나는 그들을 주목하고 있다.

하나님은 길 위의 인생을 사용하신다는 믿음이 있기에 나는 무슬림 선교는 난민선교로만 가능하다고 본다. 실제로 무슬림 선교는 현실적으로 그 안에 들어가서는 불가능해 보인다. 지금까지의 무슬림 선교의 역사가 그것을 증명한다. 거의 불가능하거나 어려운 것이 이슬람 지역으로 들어가 선교하는 것이다. 그래서 한 가지 이슬람 선교의 전략이 있다면 그것은 난민들을 포함한 무슬림 이주민들을 통한 것이다.

무슬림 난민들은 집과 고향을 떠나온 아브라함과 야곱 같은 이들이다. 그러하기에 이들에게는 절박함과 간절함이 있다. 이슬람이라는 종교는 생활종교임으로 이슬람 지역 안에서는 기독교로의 개종이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가장 경제적이며 합리적인 선교 접촉점은 난민들이다. 그들이 터키와 그리스에 모여 있다. 우리 나섬에서는 그러한 선교전략을 세우고 20146월 호잣트 선교사를 터키에 파송하였으며 그를 통하여 그리스 아테네에까지 난민선교를 하고 있다.

내가 이곳의 사역을 마무리하고 가장 먼저 갈 수 있는 곳이 있다면 터키와 그리스지역이다. 호잣트가 있으니 그와 더불어 선교하며 산다면 지금보다 더 큰 시너지가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로 가고 싶은 곳은 몽골과 시베리아다. 우리는 그 땅에 보르마 목사를 역으로 파송하였고, 통일 선교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하여 평화캠프를 세우는 거대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그곳에서 나는 통일을 준비하며 몽골 선교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시베리아도 그런 측면에서는 매우 매력적인 곳이다.

그 외에도 필리핀의 행복학교와 인도, 베트남에 이르기까지 온 세계가 나섬의 선교지이며, 나섬의 사역지이기에 행복하고 감사하다. 나는 시력을 잃은 장애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세계가 나의 교구라는 생각으로 도전하며 앞으로 나아간다.

내게는 그곳이 예루살렘이며 로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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