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그네 속에 숨어계신 하나님 > 노마드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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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드 이야기

   
나그네 속에 숨어계신 하나님
오늘도 왔다 가신 하나님 

“주께서 마므레 상수리나무 곁에서 아브라함에게 나타나셨다. 한창 더운 대낮에 아브라함은 자기의 장막 어귀에 앉아 있었다. 아브라함이 고개를 들고 보니 웬 사람 셋이 자기의 맞은쪽에 서 있었다. 그는 그들을 보자, 장막 어귀에서 달려나가서 그들을 맞이하며, 땅에 엎드려서 절을 하였다. 
3  아브라함이 말하였다. "손님들께서 저를 좋게 보시면, 이 종의 곁을 그냥 지나가지 마시기 바랍니다. 물을 좀 가져오라고 하셔서, 발을 씻으시고, 이 나무 아래에서 쉬시기 바랍니다. 손님들께서 잡수실 것을 제가 조금 가져오겠습니다. 이렇게 이 종에게로 오셨으니, 좀 잡수시고, 기분이 상쾌해진 다음에 길을 떠나시기 바랍니다." 그들이 대답하였다. "좋습니다. 정 그렇게 하라고 하시면,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아브라함이 장막 안으로 뛰어 들어가서 사라에게 말하였다. "빨리 고운 밀가루 세 스아를 가지고 와서, 반죽을 하여 빵을 좀 구우시오." 
아브라함이 집짐승 떼가 있는 데로 달려가서, 기름진 좋은 송아지 한 마리를 끌어다가, 하인에게 주니, 하인이 재빨리 그것을 잡아서 요리하였다. 아브라함이 엉긴 젖과 우유와 하인이 만든 송아지 요리를 나그네들 앞에 차려 놓았다. 그들이 나무 아래에서 먹는 동안에, 아브라함은 서서, 시중을 들었다” (창세기 18:1-8) 

오늘도 바람이 스쳐가듯 수많은 나그네들이 선교회를 잠시 들렸다가는 사라진다. 아무렇지도 않게 만나고 헤어지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나그네들과의 만남과 헤어짐은 이렇게 일상이 되었다. 
벌써 이렇게 살아온 지 십 수 년이 흘렀다. 그동안 만났을 수많은 나그네들의 이름은 고사하고 얼굴도 제대로 기억할 수 없다. 몽골, 인도,  필리핀, 이란, 스리랑카,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페루, 우간다, 나이지리아, 우즈베키스탄, 인도네시아, 미얀마, 중국, 러시아... 그렇게 만났을 사람들의 국적도 다 외울 수 없다. 

사실 알고보면 기적같은 만남이요, 기구한 조우였을 터인데도 그 만남이 대수롭지 않게 지나쳐버리고만 느낌이다. 모두가 기가막힌 사연과 아픔으로 함께 고민했던 사람들임에도 나는 지금 그들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리고 그들도 또한 나를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다 어느 날 분명히 기억하는 몇몇의 얼굴이 있었다. 아니 몇 명이 아니라 적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기억들이다. 함께 웃고 울었던 사람들이다. 나는 그들과 가을이면 ‘우리 국토순례’라는 이름으로 전국을 여행하였고, 겨울이면 기도원에서 함께 말씀을 나누고 기도와 교제의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함께 밥을 먹고 춤을 추며 그렇게 행복했던 시간들을 보내기도 했었다. 

아브라함은 어느 날 나그네로 오신 하나님을 그의 집에서 만나고 함께 교제했다고 한다. 좋은 음식을 대접하면서 나그네들의 아픔과 배고픔을 달래주었다고 한다. 위로와 교제가 충만한 만남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아브라함이 나그네들을 만나기는 했지만 그들 가운데 하나님이 계시리라고 기대하거나 상상하지는 못했다는 점이다. 그저 오고가는 나그네들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과 연약한 인간에 대한 선한 마음만이 전부였다는 것이다. 그것이 아브라함의 나그네에 대한 마음이요 태도였다. 

그러나 부지불식간에 아브라함은 나그네로 오신 하나님을 만나고 교제한 결과(히13:1-2)를 낳았다. 그는 알지 못하는 사이에 하나님의 천사들을 대접하고 하나님 자신과 교제하는 행운을 얻은 것이다. 

내게 그런 축복이 있었다. 아브라함과 같은 뜻하지 않은 하나님과의 만남과 교제의 축복이다. 생각하지도 못했던 하나님과의 감격적인 만남이었다. 나는 그것을 알고 느낀다. 

하나님은 나그네들 속에 숨어서 찾아오셨다. 그들과 함께 하시면서 그들의 냄새와 얼굴로 똑같이 변장하시고는 몰래 왔다 가신 것이다. 그때는 몰랐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왠지 그 변장한 나그네의 얼굴 뒤에 숨어계신 하나님의 모습이 떠오르는 것이었다. 그랬다. 그때 힘겨워서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내 앞에 서 있던 그 나그네가 하나님이셨다. 그랬다. 그때 나와 함께 춤을 추며 즐거워하던 그 형제가 분명 하나님이셨다. 그때는 몰랐는데... 그때는 그저 지나가는 나그네인줄로만 알았는데 그가 하나님이셨던 것이다. 

오늘도 나그네들 틈에 하나님이 머물다 가셨다. 이제부터라도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이다. 혹시 나그네 틈에 숨어계신 하나님의 얼굴이라도 뵈옵기를 위하여 모든 나그네들의 삶과 모습에 진지하게 아파하고 만나주어야 한다. 
오늘도 하나님은 우리 선교회에 잠시 머물다 떠나셨다. 길거리 선한 주막같은 선교회가 되어 나그네되신 하나님 피곤하고 지쳐 머물 곳 찾으시면 따뜻하게 방 내드리는, 그리고 반찬없는 국밥이라도 한 그릇 대접할 수 있는 그런 선교회되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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