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이주민 선교를 통하여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배웠다. 그것은 흘러가는 유목민들처럼 우리의 삶도 흘러가도록 내려놓고 비움을 실천하고 살아야 한다는 진리다. 하나님은 기득권이나 고정관념에 매몰되는 것을 거부하고 끊임없이 미지의 땅으로 떠날 줄 아는 유목민의 의식을 소유한 사람을 쓰신다. 한 곳에 안주하고 주어진 성안에 머물고 싶은 유혹은 모든 인간이 가진 보편적 욕구다. 돈과 권력이란 그 유혹의 정점에 있는 것들이다. 종교권력도 결코 예외는 아니다. 종교권력은 곧 돈과 정치적 힘으로 연결된다. 왜 큰 교회를 만들고 많은 교인들이 모이는 교회를 꿈꾸는가? 그 이면에는 결국 권력이 있다. 돈과 정치적 힘을 소유하고픈 욕망이 우리 안에 있다. 그런 힘을 세습하려는 것은 사실이다. 그것을 십자가니 고난의 목회니 하면서 분식하려는 것은 위선이고 거짓말이다. 바보가 아니면 다 아는 사실을 헛된 말로 포장하려는 얕은 술책은 치명적인 심판으로 이어질 것이다. 나는 그것을 알고 있다. 성안의 교회와 기득권 안에 머물며 그것을 세습하려는 그 어떤 작업도 성공할 수 없음을 말이다.
우리 교단의 현실이 얼마나 암울한가? 정치와 권력과 돈의 무게가 이렇게나 강할 줄은 정말 몰랐다. 인간이 종교권력과 돈에 약하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이렇게나 무기력하게 무너지는 천박한 자본의 힘에 나는 절망한다. 한 교회의 세습 문제 앞에서 우리 모두는 죄인이 되어간다. 결코 동의할 수 없는 한 대형교회의 교만과 작동에 우리 모두는 정말 무력할 뿐이다. 그러나 성안의 교회는 반드시 망한다. 그것이 역사고 진리다. 적어도 복음이 우리에게 살아있는 능력이라면 그럼에도 진리가 이긴다는 사실을 믿고 싶을 뿐이다. 교회는 길 위에 올라가 있을 때에만 그 존재가치가 인정된다. 교회는 성이 아니라 길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길 위의 교회는 세습할 수 없다. 하나님 나라를 위하여 교회는 그 자체가 길이어야 한다. 길 되신 주님의 뒤를 따라 우리가 곧 길이어야 한다.
오늘날 재벌들도 개혁의 시간 앞에서 스스로를 혁신하고 있다. 기업도 그렇게 공고하던 재벌들까지도 편법적인 세습과 불법적인 문화를 청산하려 한다. 그것이 시대정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오직 교회만이 개혁을 거부하고 있다. 그 결과가 궁금하다. 과연 교회의 반개혁적 선택의 마지막은 어떨 것인가?
한국교회는 과연 하나님이 살아계심을 믿고는 있는가? 예수께서 지금 오신다면 우리 교회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실까를 두려워해야 한다.
개혁이 시대정신이다. 개혁은 되돌릴 수 없는 힘이다. 그것을 거스르는 사람은 망한다. 역사가 심판할 것이다. 하나님은 역사의 하나님이시기 때문이다. 돈과 권력으로 갑질을 하려는 교회에게 미래는 없다. 당장은 승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들의 힘이 하나님을 이길 수 없다. 역사를 이길 수 없다. 역사는 그들을 가장 실패한 교회로 기록할 것이다. 그 정도의 믿음과 안목 없이 얄팍한 정치와 권력과 돈으로 교회의 법을 무시하려는 자들의 모습이 한심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