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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드 이야기

   
노마드톡221 상처입은 치유자

      '폴란드에 간 아이들'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았다. 아내와 단 둘이 영화를 본 것이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을 보니 참 오랜만이다. 그만큼 이 영화를 보아야겠다고 생각을 한 것이 특별하다. 어느 날 우연히 방송을 듣다가 추상미 감독의 인터뷰를 들었다.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살아가는 추 감독의 말 한마디에 귀가 번쩍 뜨였다.

상처 입은 사람들이 상처받은 이들을 치유할 수 있다는 말이다. 상처 입은 사람들이 상처받은 아이들을 돌보았다는 이 영화의 줄거리는 내게 뜻밖의 생각을 하게 했다. 2차 세계대전 때 전쟁으로 고통을 받았던 폴란드의 교사들이 북한의 전쟁고아들을 돌보았던 이야기는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19511500명의 북한 전쟁고아들이 폴란드로 보내진다. 전쟁이 가져다준 상처는 얼마나 컸던지 아이들은 침대에서 잠을 자지 못하고 침대 밑으로 들어가 잠을 잤다고 한다. 매일 밤 악몽을 꾸며 울음을 터트리는 아이들을 안아주고 돌봐준 이들은 2차 세계대전에서 똑같은 고통을 당했던 폴란드 고아원 출신의 교사들이었다.

고통을 당해본 자만이 고통 받는 자의 아픔을 이해한다. 고난을 삶으로 살아본 자만이 고난 받는 자의 아픔을 자신의 아픔으로 공감할 수 있다. 갑자기 눈물이 났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이상하게도 끊임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눈이 보이지 않으니 폴란드 교사들의 증언을 자막으로 읽지 못했음으로 아내는 속삭이듯 내 귀에 자막을 읽어 주었다. 몸을 아내에게 기대어 귀를 대고 아내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그 고통과 사랑이 내 귀를 넘어 가슴으로 흘러 내려가는 느낌을 받았다.

마지막 장면에 90세가 넘은 폴란드 고아원 원장의 느릿한 말 한마디가 그의 눈물과 함께 내 마음을 울린다. '그 아이들에게 사랑한다고 전해주세요.' 상처 입은 자들의 끝 모를 연민이 내 가슴에 절절하게 느껴진다.

누가복음의 선한 사마리아 사람의 비유를 생각했다. 왜 예수께서는 당신의 삶과 사역에 사마리아 사람들을 자주 등장시키셨을까? 수가성의 사마리아 여인과의 만남, 열 명의 문둥병자를 고쳐주신 후 돌아와 감사한 이는 사마리아 사람 한 명 뿐이냐고 물으시던 장면, 선한 사마리아 사람의 비유에 이르기까지 사마리아 사람들이 예수님 사역의 곳곳에 등장한다. 사마리아 사람들은 누구인가? 그들은 예수님 시대에 가장 소외당하던 사람들이다. 편견과 차별을 그토록 극심하게 당한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혼혈이라는 이름의 딱지가 붙은 사마리아 사람들은 순혈을 강조하는 유대인들에게는 개 같은 존재들이었다. 사람대접 받지 못하고 사는 사람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그 고통의 삶을 살아본 사람 밖에 없다.

강도 만난 사람의 이웃은 오직 사마리아 사람 한 명 뿐이었다. 제사장도 레위인도 아니었다. 이것은 도덕이나 윤리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 즉 고통을 공감하는 마음을 소유한 자들만이 갖는 연민과 사랑이다. 상처 입은 사람만이 진정한 사랑을 나눌 수 있다.

사랑으로 세워지는 하나님 나라 공동체는 그렇게 상처 입은 자들의 사랑으로 만들어진다. 서로 기대며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 치유해주는 사람은 정작 상처받은 사람들이다.

나섬의 사역자들은 사마리아 사람 같이 삶의 아픔을 경험해 본 사람들이다. 아파본 자들이 아픈 사람을 사랑하고 치유하듯 우리 나섬 사람들은 이주의 삶과 소외의 경험을 사랑의 삶으로 공감할 줄 아는 성숙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나섬 사람들이 귀하다.

나는 아프다. 눈이 아프고 마음이 아프고 내 삶이 아프다. 단 하루도 편하게 살지 못했다. 늘 힘들어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이제는 알겠다. 왜 내게 사마리아 사람의 경험을 하게 하시는지 말이다. 강도만난 사람들을 붙여주시며 내게 사랑하라 하신 이유를 알 것 같다. 내 고통이 고통 받는 나그네들을 이해하기에 적합하도록 만드신 이유를, 고통이 고통을 공감하도록 하신 이유를 알겠다.*

 



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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