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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드 이야기

   
노마드톡226 판카즈를 보내며

 

 

판카즈가 인도로 떠났다. 이주노동자로 찾아와 선교사로 돌아가는 그는 이제 내 옆에 없다. 그동안 판카즈와 나누었던 수많은 일들은 그저 추억이 되었다. 오대산 등산로에서 내게 다가와 슬며시 나를 웃기고 한 번에 내 눈에 들어왔던 그 인도청년이 예수를 믿고 신학을 공부하고 목사가 되어 인도로 갔다. 한국에 왔을 때에는 혼자였던 판카즈가 이제는 사랑스러운 아내와 예쁜 딸 셋을 데리고 돌아갔다. 마치 야곱이 고향으로 돌아가는 모습처럼 그도 그렇게 돌아갔다. 인생이란 이런 것이로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판카즈의 삶과 스토리는 하나님과 나섬이 아니고서는 결코 설명할 수 없는 근사하고 멋진 것이다.

몇 년 전, 극동방송에서 1년 반가량 판카즈와 방송을 진행한 적이 있었다. 그때 나는 판카즈의 능력과 가능성을 보았다. 그리고 그런 내 느낌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 모두가 인정하는 소중한 사람으로 성장했으니 말이다. 그는 이제 선교사가 되어 인도로 떠났다. 아니 떠난 것이 아니라 돌아갔다. 그의 고향으로 그의 민족에게로 돌아간 것이다. 그곳이 그의 목적지였다. 떠나온 고향으로 다시 돌아가 그 민족을 구원하는 것이 그의 목적이었다. 하나님이 그를 한국과 나섬과 내게로 보낸 목적은 그를 이렇게 사용하시기 위한 것이었다.

내게 판카즈는 영적 아들이다. 그를 알아보고 이 친구를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강한 고민을 하면서부터 나는 그에게 하늘의 섭리가 있음을 알았다. 예사스럽지 않은 눈매와 말투 그리고 탁월한 인간 흡입력까지 하나하나가 모두 하나님의 섭리를 느끼게 하는 것들이었다. 오히려 너무 매력적이어 걱정스러울 만큼 그는 많은 장점을 가진 사람이다. 판카즈는 인도의 희망이 될 것이다. 그는 분명 인도의 미래를 개척하고 세워나가는 존재로 크게 쓰임 받을 사람이다.

한 인간이 미숙하게 태어나 성장하고 성숙해 가며 결국 이 세상을 변화시키고 의미 있는 존재로 살아가는 모습까지 보는 것은 그 자체가 큰 은혜이며 기쁨이다. 그런 측면에서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터키로 떠난 호잣트와 베트남으로 돌아간 투하에 이어 판카즈까지 그런 사람들을 내게로 붙여주신 하나님이 감사할 따름이다. 판카즈는 미숙한 아이같은 존재로 내게 다가왔지만 이제는 나를 떠나는 뒷모습이 얼마나 감격스러운지 나만이 그 기쁨과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인도로 돌아가면서 판카즈와 그의 아내 혜정이는 내게 너무 감사하다 고백한다. 이렇게 키워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이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은 하나님이 하신 일이요 내가 한 것은 없다. 다만 나는 판카즈와 그의 가정을 처음부터 주목하고 인정한 사람으로 모든 것의 증인임은 분명하다. 그가 어떻게 자랐는지 그에게 어떤 의미와 섭리가 있었는지 나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그와 나는 함께 웃고 함께 울었다. 판카즈는 나를 너무 잘 알고 나는 판카즈를 너무 잘 이해한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판카즈의 속마음을 알고 그는 내 생각을 이해한다. 우리는 그렇게 나섬에서 함께 살았다. 나섬이 키운 소중한 사람 판카즈는 이제 여기 나섬을 떠나 인도로 갔다. 그런데 왜 나는 가슴이 이리도 허전한가?

오고 가는 것에 익숙할 법도 하지만 판카즈를 보내는 것은 조금 다르다. 그만큼 판카즈와 나는 특별했다. 마치 딸을 시집보내는 아버지처럼 말이다.

그럼에도 오늘은 감사하다. 그를 보낸 것이 감사하다. 잘 키워 인도로 보낸 것이 참 잘했다 싶다. 인도가 그를 기다리고 나는 다시 그를 따라 인도로 갈 것이니 우리는 그렇게 다시 만날 것이다. 삶은 그렇게 순환하며 만나고 헤어진다. 나는 만남에는 유효기간이 있다고 생각했다. 만나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는 그 순환의 시간들이 이어지는 것이 인생이다. 새로운 모습으로 만날 그 시간들이 나와 판카즈를 기다린다. 지금쯤 판카즈와 혜정이 그리고 그들의 예쁜 딸들 사라, 하나, 예나가 비행기를 탔을 것이다. 잘가라 판카즈! *

 



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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