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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드 이야기

   
노마드톡 330 진정한 자유인 박창환 교수님

장로회신학대학에 입학하기 전부터 내가 알고 있던 교수님은 박창환 교수님이다. 장로회신학대학과 광장교회는 한 울타리에 있다 해도 될 만큼 가까운 거리에 있고, 광장교회가 나의 모()교회였으니 내 어릴 적 놀이터는 교회와 학교 주변이었다. 그러므로 자연스럽게 박창환 교수님의 존재는 어릴 적부터의 기억이다. 그리고 실제로 장로회신학대학에 입학하니 과연 교수님의 깊고 넓은 신학적 통찰과 관용이 내게 참 스승의 의미를 알게 하셨다. 후에 학장이 되셔서도 장로회신학대학의 학생들로부터 전적인 존경을 받았던 교수님은 넓은 가슴을 갖고 계신 분이셨다. 군부독재시절 거의 모든 교수들이 어용이라는 딱지로 학생들에게 거부당하던 시절 유일무이하게 박 교수님은 학생들로부터 오히려 보호를 받을 만큼 차원이 다른 학장이셨다.

학문적으로는 결코 무조건적인 믿음이 아니라 회의(懷疑)하고 고민하며 때로 조금은 위험했을 정도의 깊이 있는 도전의식을 가르쳐 주시기도 했다. 그는 보수나 진보라는 경계를 초월한 신학과 신앙의 의미를 가르쳐 주셨던 진정한 스승이셨다. 그런 박창환 교수님이 소천 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잠시 멍한 상태로 두 주 전 보내주셨던 이메일을 떠올렸다.

 

유 목사님, 요사이 갑자기 제 건강 상태가 급변하여 정상적인 통화가 불가능 합니다.

도움이 되지 못한 것 죄송합니다. 머지않아 하늘에서 보게 되기를 바라며.’ 박창환

 

이것이 내게 보내주신 마지막 말씀이다. '머지않아 하늘에서 보게 되기를 바란다.'는 말씀 한마디가 이렇게 가슴깊이 울리는 것은 왜일까?

 

교수님은 마지막을 이렇게 한마디로 정리하시고 이 세상을 떠나셨다. 이 세상을 떠나기 마지막 한주간은 곡기를 끊으시고 아들 목사에게 당신의 최후를 이야기하셨다는 얘기를 미국에 사는 내 아우에게서 들었다. 내 아우는 박 목사님의 막내아들과 친한 친구다.

천국을 알고 믿고 그곳으로 떠나기 위하여 여정을 준비하시며 조용히 자신의 최후를 맞이하신 교수님의 얼굴을 떠올려 본다. 웃음기 가득한 그 온화하신 모습, 한 번도 큰 소리를 치신 적이 없었던 조용하고 무거운 입술과 목소리가 들린다. 나와 나섬에 대하여 도와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매번 편지를 보내시며 위로하시던 교수님의 모습이 생각난다.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정해놓고 마지막을 떠나신 교수님이 가지셨던 신앙은 천국 신앙이다. 천국을 믿고 산다지만 정작 죽음 앞에서는 모두가 두렵고 절망하는데 그분은 진정한 천국의 소망과 신앙을 가진 분이셨다. 죽음이 더 이상 두렵거나 무서운 것이 아니라 천국으로 가는 길목이며 오히려 그 죽음을 선택하고 떠날 수 있는 자유는 신앙인에게만 주어진 특권이라는 사실도 깨우쳐 주셨다. 97세라는 고령에도 그는 정신을 온전히 유지했으며, 떠나기 전 남은 자들에게 마지막 소식을 전하고 먼저 천국으로 간다며 먼 여정을 떠나는 모습을 보여 주셨다. 죽음은 천국으로 떠나는 여행의 시작일 뿐이다. 죽음은 더 이상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새로운 천국인생을 사는 자의 통과의례일 뿐이다.

 

떠나시기 한 주 전, 곡기와 물을 끊으시고 조용히 천국을 묵상하며 남은 자들을 위하여 기도하셨을 박 교수님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이것이 진정한 자유다. 자유로운 자의 죽음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교수님이 가셨을 천국이라면 나도 가고 싶다. 그런 천국을 소망하며 남은 인생 제대로 살아야 하리라. 그리고 깨끗하게 멋지게 천국으로 떠나는 신앙인이어야 하리라. *

 



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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