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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드 이야기

   
노마드톡367 함부로 인연을 맺지 마라

   어느 날 문득 법정의 '함부로 인연을 맺지 마라'라는 글을 읽었다. 예수쟁이가 웬 스님의 글을 읽는가 물으면 할 말은 딱히 없지만 그럼에도 나는 종종 그런류의 글 읽기를 즐겨한다. 무엇보다 나하고 다른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생각과 삶을 들여다 볼 수 있으므로 나름 의미 있는 글 읽기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여하튼 법정의 글은 매우 깊이가 있고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맹자의 고자상(告子上)에 의하면 인간은 대인과 소인으로 나눌 수 있는데 대인은 진리의 도를 따르는 사람이고 반면에 소인은 자신의 이익을 따라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이라 한다. 대인과의 인연은 매우 바람직하지만 소인과의 인연은 우리가 가는 여정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그들은 바람처럼 흘러가도록 내버려 두라는 것이 법정의 말이다.

법정의 글을 읽고 나는 한참이나 깊이 생각하였다. 예수님도 그렇게 생각하신 것이 아닌가 하는 마음이 들었다. 예수님을 따르는 무리가 그토록 많았음에도 예수님은 그들 모두를 자신의 제자라 부르지 않으셨다. 결국 그들은 바람처럼 왔다가 사라지는 군중의 무리였음이 성서에 나온다. 예수님을 따른 군중들은 자신들의 이익과 욕망을 채우기 위한 것에 불과했다. 그들의 목적은 자신들의 이익과 당장의 욕망을 해결하는 것이었다.

오늘의 교회도 마찬가지다. 교인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많은 경우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교회에 나오거나 교인으로 등록하려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법정의 표현에 따르면 대인이 아니라 소인이다. 예수님의 생각에 그들은 그저 군중과 무리일 뿐 제자나 예수를 따르는 진짜 교인은 아니다. 언젠가는 바람처럼 사라질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예수님은 그런 군중과 무리일지라도 사랑을 베푸셨고 그들의 필요를 나누어 주셨다. 아프면 치료해주셨으며 배고픈 이들에게는 빵을 나누어 주셨다. 아무리 자신을 배반할 사람이라도 예수님의 사랑에는 구별이 없었다. 끝까지 사랑하시는 데에 이유가 없었다. 군중이며 무리인 그들을 제자로 인정하지는 않으셨지만 사랑에는 변함이 없으셨다. 그들을 믿지는 않아도 사랑은 해 주셨다.

이것이 법정과 예수의 차이다. 법정은 함부로 인연을 맺지 말라 하지만 예수님은 사랑만은 포기하지 말라 하신다.

하루하루 나그네를 만나고 그들의 자녀들을 공부시키는 학교를 운영하면서 나는 때로 지치고 낙심한다. 언제까지 끝없이 허무한 사역처럼 보이는 이 일을 해야 하는가를 묻는다. 그러나 오늘은 다시 생각한다. 인연을 맺지는 않아도 사랑은 해야지 라고 말이다. 배반을 당할 수 있어도 사랑하는 일은 멈추지 말라는 예수님의 말씀이 들려온다. 그제야 나는 다시 일어난다. 며칠 동안 법정의 그 말이 귓전을 떠나지 않아 힘들었는데, 그럼에도 사랑하는 일은 결국 내가 사는 길이다. 예수님이 그러셨던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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